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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8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 안 #1 (4)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 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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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훔쳐 보았다. 훔쳐 보는 것이 즐겁다. 아마도 자정이 지난 시각이었을까. 다들 잠든 덜컹 거리는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 안. 그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바라나시까지 가는 동안 수 많은 도시의 역을 지나갈테고, 내가 내리는 바라나시의 역(사실은 바라나시 근처의 무갈사라이 역)을 지나서도 수 많은 도시들을 또 다시 지나갈테니까. 그 역들 중에 하나일테지.

잠을 이루기가 어려웠다. 배낭 때문에 비좁은 자리에 누일 몸이 불편했기도 하거니와,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편린들. 나는 나 아닌 타인에게 돌리려 했다. 내 발 끝에서 통로를 두고 누워있던 그. 나이는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조절 안되는 에어컨 때문에 추운 듯, 머리를 두르는 모자를 쓰고 담요를 덮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 어두운 기차 안에 유일하게 점등된 그 곳. 나는 그 몰래 훔쳐 보았다.

무슨 책을 읽고 있었을까. 고단하지는 않았을까. 혹, 고단함에도 꿈을 위해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고 있었을까. 지금에서야 그런 궁금증이 들었다. 그 때는, 단지 훔쳐 보는데에만 목적이 있었다. 타인의 삶은 지켜 본다는 것,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난, 관음증을 가진 것일까. 부인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나만 누군가를 지켜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날 훔쳐 보는 이도 있겠지.

신경 쓰지 않아. 타인을 의식하기 시작하는 순간, 내 인생이 눈에 구속 되어버릴 것이니까. 훔쳐 보는 것, 지켜 보는 것, 반대로 누군가에게 그 대상이 되는 것, 끝 없는 순환과 흥분을 넘어선 쾌락. 다른게 관음이 아니다. 우리는 사실 관음의 사회에서 살아 가고 있다. 내 인생의 끝난 후에도, 어찌하면 역시나 나는 발가 벗겨진 채로 누군가의 관음이 대상이 되고 있을지 모르지.

나는 타인의 삶에 관여하고 싶어 훔쳐 보는 것일까. 사실, 타인의 눈이 상관 없다고 하면서도 그렇게도 의식하고 있지는 않을까. 타인의 눈에, 삶에 나는 그렇게 내 비취고 발가 벗겨져 조종되고 있는지는 않는지. 아, 모르겠다.


ps. 이 글의 앞 부분은 알콜 없이, 뒷 부분은 알콜과 함께. 글을 공개하는 이 순간, 난 옥상의 옥상에 올라와 와인과 맥북, 잡힐지 몰랐던 다른 이의 무선인터넷에 접속해서 글을 올린다. 안주는, 크림스피 도넛 오리지널 글레이즈와 스산한 구름과 MK '사랑이지만' 앨범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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