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에 해당되는 글 42건

  1. 여행 중 내 사진 (7) 2009/08/14
  2. 처음엔 그를 경계했다 2009/07/06
  3. 흔들림 속 찬디가르 (1) 2009/07/04

여행 중 내 사진

from travel/08 India 2009/08/14 07:12

사진 찍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내게도 내 사진이 별로 없다. 더군다나 찍히기를 싫어하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열심히 찍히려 하지도 않기 때문에 더욱 내 사진이 없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카메라에 찍힌 내 사진조차 찾으려 하는 노력도 보이질 않으니 어쩌겠는가.

밤낮이 바껴버린 요즈음, 어쩐 일인지 자정 쯔음부터 졸음이 쏟아져 한밤 중에 오랜만에 잠이 들었다. 3시간즈음 잤으려나, 울리는 문자 소리에 깨어버렸다. 다시 잠을 청해보려 했지만, 몸만 피곤한채 잠은 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잠이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느낌이란게 잠을 잘 수 없을 것만 같아 금새 포기하고 일어나 버렸다.

습관처럼 잠든 아이맥을 깨우고 자주 가는 사이트들을 한시간을 둘러보던 중, 오랜만에 여행 사진과 글이나 올려볼까 하는 마음에 하드를 뒤졌다. 작년 여름 인도여행 때쯤 날짜 폴더를 대충 클릭했다. 그런데 생각치 못했던 사진들이 나왔다. 내가 찍은 사진들이 아닌, 다른 이의 사진들. 그 폴더는 나의 것이 아니라 함께 동행했던 동생 영록이의 것이었다. 그랬다. 여행 중, 난 동행 중 유일하게 외장하드를 챙겨갔다. 여행 중간즈음 영록이의 메모리 카드가 풀이 되었다. 그래서 나의 외장하드에 담게 되어 아직도 나의 하드에 남아 있던 것이다.

영록이의 사진들을 보다 내 사진을 발견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었구나. 여행에서의 나는 이랬구나. 새삼스러웠다. 멋진 모습은 하나도 없고 추한 모습들만 가득했다. 워낙에 신경을 쓰지 않고 대충 다녔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다음 여행 때는 신경 좀 써야 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더불어 잘라버린 긴 머리의 모습들. 다시 머리를 길러보고 싶은 생각도 일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 추하든 멋지든 내 사진을 좀 더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 사진을 찍고 싶고, 이젠 찍히고도 싶다. 어떤 모습이던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이젠.


add. 아, 수강신청...  조금 뒤엔 전쟁이다.
저작자 표시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앞으로도 이 블로그의 포스팅을 보고 싶으시면, 이 블로그의 RSS 를 추가하세요! :)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오자서 2009/08/14 07:1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른쪽 손가락....고추장 찍어먹고 흐른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2. 2009/08/16 00: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marihuana_ 2009/08/16 17:10  address  modify / delete

      반타작 했어요. 이제 공통기간과 정정기간에 또 빡세겠네요. 다행이네요. 그 학교는. 이런 전쟁이 없어서. ㅠ

      페이퍼는 예전에 잘 들어갔다가, 요샌 잘 안들어가요.
      질문 글 보셨군요!
      혹시 아시나요? ㅠ

  3. 2009/08/15 20: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캐논이었군요. 카메라 물어본다면서 맨날 깜빡하고 딴소리만 남기고 갔었는데 ㅋㅋ

    짧은 머리군요.

    전 아직 긴머리로 알았어요 ㅋㅋ

    다시 기르는게 좋다에 올인! ㅋㅋㅋ


    그나저나 오늘 덥더군요. --;;

    • marihuana_ 2009/08/16 17:11  address  modify / delete

      핫, 이 바로 전 포스팅에 제 짧은 모습이..
      기를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흐..

      카메라는 두대 쓰고있어요.
      SLR 1대, RF 1대.

  4. 사진의미학 2009/09/06 22: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조금이라도 젊을 때, 밖에 돌아다니는 것 좋아요~~^^


뿌리는 인도 동부 오리샤주에 위치한 작은 어촌 도시다. 도시라기 보다는 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작은 곳이다. 성수기 시절이 오면 인도 현지인들이 허니문으로 찾고 휴향오는 아주 조그만 곳이다. 이 곳은 도로라기 뭐한 우리나라 왕복 1차선 정도 폭의 거리를 쭉 두고 있는 마을인데, 여행자들과 보통 인도인들이 거주하는 지역과 빈민들이 거주하는 두 곳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빈민들이 거주하는 곳은 길가의 끝자락 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바다아 가까운 곳에 움막들을 지어놓고 무리 지어 살고 있다. 가이드북에서는 왠만하면 이 쪽으로 가지 않는게 좋다고 말하고 있고, 여행객들이나 현지인들도 그런 충고를 가끔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 이 빈민들은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생활하는 것 같았다. 그러하여 어른들은 바다에 나와 고기를 잡고, 아이들은 해변가에서 놀고 있다.

그를 만난 것도 해변가에서였다. 그는 갈치 같아 보이는 생선 몇마리를 낡아 찢어질 것 같은 가방에 넣어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가 먼저 내게 말을 걸었는지 내가 먼저 걸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2년이 조금 지났다고 해도, 이 놈의 기억력은 너무나 좋지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도중 메모와 일기를 잘 썼던 것도 아니라, 유일한 단서는 사진 뿐이다.

몇마디를 나누고 난 다음 그가 내게 한 말은 우리 집에 가자는 것이었다. 현지인의 집에 초대 받는 일은 참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난 처음에 경계했다. 그가 사는 곳은 빈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뿌리에 온지 하루던가 이틀정도 지난 후였지만, 그 쪽으론 가본 적이 없었다. 해변가에서 그 쪽을 바라만 봤을 뿐이었다. 대낮에 이런 초대를 받았어도 조금 두려움을 갖고 경계를 했었을건데, 내가 그를 만나 그가 나에게 초대한 시간은 해가 기울어가고 있었다. 곧 있으면 날이 어두워져 껌껌해지고 말 것이기 때문에 나는 더욱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걱정 반, 설레임 반이었다. 바라만 보던 그 곳으로, 경계를 갖고 있던 곳으로 초대 받아 간다. 그러나 두렵다. 조금 두렵다. 결국 나는 가보기로 했다. 그가 정말 나를 초대하고 싶은 생각이 그의 눈에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사는 집은 빈민촌에 있었지만, 움막은 아니었다. 좋지는 않지만 번듯한 건물 안에서 살고 있었다. 내가 빈민촌에 가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아마도, 여행객들은 많이 보지만 자신들이 사는 구역으로는 오지 않았기 때문에 신기했던 것 같다.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 곳의 사람들에게 나는 환대 받았다. 그런 나를 자신이 데려왔다는 명분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소개시켜 주기 위해서 다른 아이들을 그는 물리쳤다. 나를 보자 수줍어 하던 그의 아내와 신기해하던 그의 아이를 나도 보고 수줍어 하고 신기해하는 눈빛으로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내에게 짜이 한잔을 내어오라 하였다. 내어 온 짜이 한잔 내게 권유하던 그를 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경계를 갖게 됐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지겹게 들었던, 인도인들이 내어주는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거기엔 수면제나 안좋은 것들을 탄다는 얘기 말이다. 처음에 초대를 받고 경계를 갖다가 풀고 와서 환대 받으며 긴장을 낮추었는데, 다시 긴장감이 몰려왔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시간에 나 홀로 위험하다는 곳에 와, 현지인이 내어 준 짜이를 마신다. 그 것은 안좋게 생각을 하면 무척이나 안좋았던 상황이다.

나는 다시 한번 그의 눈을 봤다. 불순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대로 짜이잔을 받아 몇모금에 맛있게 마셔버렸다. 다 마시고 난 다음의 그와 가족들의 표정. 너무나도 만족해하는 모습에 긴장도 경계심도 풀려버렸다. 그래, 끝가지 거절하지 않길 잘했다. 정말 잘한거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난 여행객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들의 눈빛 속에서 악의나 불순함을 찾을 순 없었지만 그래도 완전하게 경계심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완전히 어둠이 내려 깔리기 전에 돌아가야 겠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에게 말을 했고 그는 너무나도 아쉬워 했다. 떠나기 전, 그와 그의 가족들에게 무언가라도 주고 싶어, 나는 그들에게 조그만한 선물을 했다. 의심과 경계를 풀었던 나의 불순함 마음에 대한 미안함과 나에게 보내준 환대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얼마만큼 그들에게 보답이 되었을진 모르겠다. 그래도 마음을 담아 주었던 선물이기에 아직도 간직하고 있길..

To be continu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앞으로도 이 블로그의 포스팅을 보고 싶으시면, 이 블로그의 RSS 를 추가하세요! :)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08 summer, 찬디가르

쨍하게 초점이 잘 맞은 사진, 흔들려 사물의 모습을 정확히 알아 볼 수 없는 사진. 고르라면 난 후자를 택한다. 난 모호함의 그 경계를 넘나드는게 좋다. 적당히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은 그 경계를 왔다갔다 한다. 전체적인 윤곽은 또렷하지만, 디테일하게는 무뎌져 있다. 사람도, 나무도, 풍경도 그 자리에 대충 어떤 형태로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표정은 알 수 없다.

나도 그 때의 모습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 어두움이 내려깔기 시작한 찬디가르는 번화가가 아닌 이상 불빛은 요원해, 안경의 렌즈와 뷰파인더의 렌즈를 통해 바라봤던 풍경은 아득하기만 했다. 하지만, 마지않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흔들린 찬디가르. 한낮, 르꼬르뷔제의 철저한 계획도시의 모습이 뚜렷한 찬디가르보다 그 정갈하고 반듯한 계획된 도시가 무뎌져버린 시간의 찬디가르가 나는 더 좋다. 찬디가르에 도착한 첫 모습이 이런 모습이었기 때문에, 다음 날 쨍쩅한 햇빛 속의 너무나도 정직해 보이는 찬디가르가 어색해 보였을지도. 그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나는 반듯하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르기 때문일지도. 또 그것도 아니라면, 내 마음 상태를 반영하고 있었을지도.

너무나 모호해 알 수 없는 경계를 왔다갔다 하는 것. 그 것은 분명하게 힘들지만 재미있는 놀이일지도.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앞으로도 이 블로그의 포스팅을 보고 싶으시면, 이 블로그의 RSS 를 추가하세요! :)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09/07/05 05: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