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에 해당되는 글 131건

  1. 2009/12/20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4)
  2. 2009/10/06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 (10)
  3. 2009/10/04 방 문을 열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며칠이 안남았네요. 2009년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는 혼자 지낸 적이 꽤나 오래된 것 같지만, 올해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올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2007년의 갓 지났던 캘커타의 크리스마스 밤 사진으로 대신 할게요.
미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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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


티벳티안 콜로니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게스트하우스에 맡겨준 짐을 찾으러 가야 했다. 어둑해지는 시간. 사이클 릭샤에 4명의 남자가 끼어타고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빠하르간지로 향했다. 분편한 자세에도 다시 언제 볼지 모르는 델리의 노을이 눈에 보였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언제 다시 이 노을을 볼 수 있을까.

델리의 노을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으로 가고 싶어 인도에 있는 순간순간이 짜증이 나기도 했는 데, 막상 가려는 순간 왜 그렇게 서글퍼졌었는지. 지금 다시 사진을 보는 이 순간 기억과 느낌을 회상하니 감정이 복받쳐와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마젠타빛 델리의 노을. 내게 이제 마젠타빛의 노을은 델리 뿐일거 같다. 어떤 노을을 보게 된다 하더라도..

인생의 두 번의 겨울을 인도에 있었다. 단 두번. 그럼에도 겨울이면 인도가 너무나 그립다. 마치 나의 겨울은 인도에 있어야만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올 겨울엔 죽었다 깨도 인도엔 가지 못할 것이다. 고작 일본 반딧불 여행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내년 겨울엔 인도로 향할 수 있을까. 한번 두번, 더 가게 될수록 인도는 너무나 정겨워진다. 모든 것이 눈에 익고 사람들도 낯설지가 않다.

언제가 될지라도 난 델리의 마젠타빛 노을을 보면서 다시 오게 되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년일까. 아님 그 다음 해일까. 아니면 몇년이 흐른 뒤에야 가게 될까.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것이 차가워지기 시작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 지금, 그 곳이 인도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인도. 무엇이 나를 이토록 끌어당기는건지. 나는 모르겠다.

어쩌면, 모든걸 다 팽개치고 무책임만 남겨두고 인도로 떠나벌릴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에 질려가는 지금. 살아가는 것이 가쁜 지금. 델리의 마젠타빛 노을이 왜 이리도 그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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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문을 열면..


여행을 하다 보면 다양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된다. 가진 것이 넉넉치 않은 배낭여행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싸면서 만족스러운 곳을 찾아 내 몸만한 배낭을 메고 발품을 판다. 지나갔던 곳을 몇차례나 지나가고 비교에 비교를 거듭한 후에야 묵을 게스트하우스를 결정한다. 그렇게 힘들게 게스트하우스를 결정하더라도 가격도 괜찮고 장소도 괜찮은 곳에 묻게 되면 뿌듯한 기분을 느낀다.

대부분은 가이드북에 나온 추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간다. 그러나 가이드북에 나온 게스트하우스는 여기저기서 추천한만큼 빈방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성수기에는 더욱. 그 때부터 발품을 팔아야 좋은 곳을 찾을 수가 있다. 하지만 그 것도 운이 좋을 경우에나 그렇다. 여행객이 붐비는 지역에서는 숙소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값 주고 묵어야 할 때도 있다.

인도를 세번 여행하는 동안 마음에 들었던 게스트하우스가 몇군데 있었다. 그 중에 한 곳이 뿌리의 조그마한 게스트하우스였다. 두 번째 인도행에서 입국한 캘커타가 마음에 들지 않아 꼬박 24시간도 머물지 않고, 뿌리로 계획없이 달려왔다. 조그만 어촌마을, 현지인들이 조그마한 배를 끌고 나가 고기를 잡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내가 보고자 했고 알고 있었던 뿌리는 딱 그 것 뿐이었다. 하지만 뿌리에 도착하고서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현지인들의 피서지였던 것을 알았고 마침 성수기였다. 가이드북에 나온 곳은 모두 All full. 예약 조차도 쉽지 않았다. 그 게스트하우스는 성수기에도 정가를 받고 있는 탓에 예약까지도 full 로 차 있었다.

꼬딱지만한 뿌리의 역에서 만난 사이클 략샤꾼이 자신이 아는 게스트하우스들을 소개 시켜 준다고 하길래 따라나섰지만 가격은 너무 비쌌고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그렇게 지칠때로 지친 몸을 이끌다가 골목에서 만난 한 남자가 자신의 게스트하우스에 와보라고 해서, 믿져야 본전인 생각으로 들어섰다. 배낭을 메고 들어서면 다른 사람을 지나가지 못할 것 같은 좁은 골목을 조금 들어가자 조그마한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방은 1,2층 모두 5개 정도. 남은 방은 입구 쪽 한개. 방을 열자 좁은 공간에 선반과 더블 사이즈의 침대가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화장실겸 샤워실.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지친 탓에 거기서 묵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짐을 풀고 방값을 선불하려고 하니 2명 값이 아니라, 1명 값이라고 했다. 어쩔까 고민을 했지만, 썩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어 그냥 묵기로 했다.

방이 그렇게 좋았던 것도, 서비스가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게스트하우스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오는 좁은 골목에 강아지와 아이들이 항상 놀고 있었던 점과 게스트하우스를 들어오고 방을 열면 보이는 레스토랑이고 하기 뭐한 레스토랑이 있었던 점이다. 레스토랑에서 무엇을 시켜 먹지는 않았지만, 그냥 그런 공간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왠지 여유로워지는 느낌. 게스트하우스와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오는 골목의 분위기와 공간이 좋았다. 묵고 있는 방 자체보다 그런 것들이 좋았기 때문에 이 게스트하우스가 마음에 남는 것 같다.

좋은 게스트하우스, 내게 마음에 남는 게스트하우스는 꼭 그랬던 것 같다. 묵고 있는 방도 그랬지만, 그 곳까지 들어오는 그 과정과 길에서의 분위기와 느낌이나 공간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방 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 그런 것들이 아니면, 방이 아무리 깨끗하고 좋아도 마음에 고이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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