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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0/19 현재를 살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한다는 것 (1)
- 2010/09/28 6년의 시간을 함께 한, 그리고 헤어짐에 관하여
- 2009/08/13 고영주닷컴을 빼앗겨버린 고영주 (2)
현재를 살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한다는 것
nothing/thought 2010/10/19 07:32
오래전 한 친구는 내게 현재와 앞으로를 살라고 했다. 과거라는 것에 너무 얽매여 사는 것 같다고. 분명하진 않지만, 그러한 말이였다. 마치 과거를 살아가려는 것 같다고. 지나간 것들을 무시할 순 없지만, 다시 살아갈 수는 없다고. 나는 그러한가. 사람이 분명 과거를 잊어버린채로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과거에 집착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지나간 일들에 대해 후회하지도 않았다. 후회한들 되돌이킬수도 없는 것이고, 되돌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요즘은 내가 어떤 생각으로 지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자꾸만 무언가를 잃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조금씩 그 미덥지 못한 나 자신조차도 잃어가는 것 같다. 자꾸만 정신을 놓아버린채 지내는 날들이 많다. 뭔가를 하고 있지만, 분명하지 않다. 가끔은 내가 이 곳에 왜 와 있는지 모를 때도 있다.
다시 그 친구가 내게 했던 말을 상기해보자. 과거를 사는 것 같다는 것. 한순간이라도 지나가면 계속해서 과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과거부터 살아가고 있는걸까. 그리고 어디까지의 과거를 살아가려고 하는걸까. 어느 순간부터 나의 감정들과 성향들이 들어나고 짙어지기 시작했다. 하나씩 알아가면서 나는 성숙해진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는 계속해서 거듭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먼지가 한겹 한겹 쌓이듯이 과거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 거듭된 과거들을 계속해서 살아가는걸까.
마치 그런걸까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과거를 만들기 위해서이고 만들어낸 그 과거 속에 살아가려고 함일까. 그러면 과거를 더 이상 만들어낼 수 없게 되는 그 순간, 나는 그 순간에는 후회를 할까 아니면 여전히 후회 같은건 하지 않을까. 여전히 나는 모든 것에 대해 모르겠다.
6년의 시간을 함께 한, 그리고 헤어짐에 관하여
nothing/london 2010/09/28 06:45
1.
지금 무언가 집중해서 쏟아내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슴이 먹먹해져, 입에서는 침이 마르고 단내가 나는 듯 하면서 속에서 헛구역질이 계속이다. 너무나도 고요한 방이 싫어, 글을 쓰는 동안에는 타자 소리에만 집중하던 습관을 깨버리고 패닉의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를 틀었다. 온기가 사라진 방은 썰렁하기 그지 없고, 겨울인듯한 런던의 날씨에도 보일러를 틀지 않고 이빨을 지끈 물고 글을 쓰는데 집중하고 있다. 견디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 토해내고 쏟아내고 싶다. 그 무엇이든 간에 이 순간이 너무 힘들다.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헤어짐이란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만나고 헤어짐에도 익숙하다고 생각이라도 했었나 모르겠지만, 이렇게 슬프게 다가오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가슴 한켠이 유치한 유행가 가사처럼 뻥 뚤린 듯 하고, 나사가 하나 풀린 듯이 눈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힘이 든다. 런던에 오기 전, 그리고 오고 나서는 다시는 헤어짐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했다. 누구가 됐던 간에 헤어짐이란 그 자체가 너무나도 가슴 아파오는 일임을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마음을 쏟은, 그런 헤어짐은 더이상은 힘이 들어졌다. 약해진 것일까. 떠남이야 주체적인 다른 감정을 동반함으로 슬픔이 무뎌지게 되지만, 남겨짐은 그 어찌할 수 없는 수동적인 일이라 슬픔이 배가 되어질 수 밖에 없다.
2.
6년을 함께 해 왔던, 헤어졌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라. 실감도 나지 않았다. 가슴이 아려오는 일은 문득 내 옆에 없다는 생각이 불쑥 들어올 때였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헤어짐이었다.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내게 지난 6년간은 그 이전의 10년의 학창 시절보다도 특별하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보다 내가 성숙하고 고뇌하고 힘든 시기였다. 처음 여행을 하고, 장애인이 될지도 몰랐던 교통사고를 당했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로 사랑이었다고 의심치 않는 만남, 런던이라는 곳으로의 유학. 지난 6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시기다. 그런 시간을 함께 했왔던, 헤어졌다. 즐거웠던, 슬펐던, 힘들었던, 모든 순간들을 함께 했었다. 모든 여행을 함께 했고, 교통사고가 나는 순간에도 살아남아 주었던. 때론 돈이라는 것을 가져다 주기도 했던.
내 사람들과 나의 추억을 담아 주었고, 오랜 친구였고 연인이었다.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너무 오래 함께 했었기 때문에 떨어짐과 헤어짐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음일까. 사랑한다고 일부러 생각한 적은 없었다. 소중함으로 아껴서 다루지도 않았다. 옆에 항상 있을거라 내가 소홀히 했던 것일까. 그래서 헤어짐이 어떤 감정일지 몰랐다.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는 순간, 슬픔이 그 순간 올라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제일 현실로서 다가오는 순간은 헤어지는 그 순간이 아니라, 헤어지고 잠이 들고 다음 날 일어나는 그 순간이다. 이게 현실이구나. 이제 내가 사랑하던, 아직도 사랑하는 그 사람은 내 옆에 이젠 없다는 것이 물밀려와 참을 수가 없어진다. 이번 헤어짐도 마찬가지였다. 감정을 가지지 않았었던, 그래서 이럴줄은 몰랐다. 바르셀로나를 떠나던 날, 헤어진 연인을 남겨두고 오는 기분에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참았다. 내가 울면 안되는 이유가 있었다. 6년간 함께 한, 의식하지 않았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했고 사랑했었음을 그리고 남겨두고 올 수 밖에 없음에, 그저 속으로 울 수 밖에 없었다.
3.
잠을 자고 내일 아침이면 나는 어떻게 될까. 식욕이 없다. 토할 것 같다. 춥다. 가을 아닌 겨울이다. 나는 런던에 있다. 돌아가는 날이 멀게만 느껴진다.
고영주닷컴을 빼앗겨버린 고영주
nothing/life 2009/08/13 03:00
고등학교 시절, 학교와 초중학교에서 친했던 친구가 아니라 다른 학교 그다지 연이 다을만한 학교에 다니는 친구를 알았다. 피시통신이 죽어가고 있고, ADSL과 케이블이 들어오면서 웹이 활성화가 되고 있었던 시기였다. 피시통신시절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그 때 컴퓨터 좀 만진다 하는 애들에게 불어닥친 웹사이트 만들기에 빠져 있었다. 그 때, 그 쪽 관련 유명한 커뮤니티가 있었다. 짜근 커뮤니티. 그 곳에서 이 친구를 만났다.
그러다가 서로 고3이 됐다. 여기서 말해둘 것이 있다면, 이 친구와는 내가 두살이 어리다. 내가 6살에 학교를 들어갔기 때문에 친구로 지낼 수 있었다. 여튼 중학교 때 건강 문제로 휴학을 해서, 1년사이로 고3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고 군대에 가고 하는 동안 5년여정도가 흘렀다. 고등학교 시절엔 학교 다니기 바빠도 자주 만났었고, 그러다가 몇년여간을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얼마전, 자정이 지날 무렵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심심하고 생각나서 해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직후 바로 우리는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래전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컴퓨터와 기계, 사진을 함께 좋아했고 나누었던 친구라 그런지 이야기는 그런 쪽으로 흘렀다. 내가 지금 가지고 다니는 폰은 삼성 티옴니아다. PDA 폰이라 그런지 어려워서 보통 사람들은 가지고 다니는 걸 본적이 거의 없지만, 술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폰을 서로 올려놓았는데 친구도 옴니아를 올려놨다. 서로 시간이 지났어도 넌 여전하구나 라는 말을 건냈던 것 같다.
그 이후, 제일 자주 연락하고 자주 보는 사이가 됐다. 놀기도 했지만, 이젠 일 때문에라도 지겹도록 보게 될 것 같다. 유쾌한 친구. 트름쟁이. 더자(말해주기 힘든 우리만 아는 별명). 오랫동안 운영하던 고영주닷컴 도메인을 도메인헌터 회사에게 빼앗겨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하는 친구. 고영주다. 다시 사진을 찍어보고 싶게 만든 친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