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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0 레 가는 길 - 사추에서 본 소 (10)
  2. 2009/09/09 레 가는 길 - 믿기지 않던 대지 (3)

레 가는 길 - 사추에서 본 소


지프를 다고 레에 가려면, 하룻밤을 묵고 넘어간다. 새벽시간에 출발하여 쉴새없이 달려 꼬박 하루만에 레에 도착하는 버스와는 달리 지프는 몇명이 모여서 타고 간다. 주로 레에서 마날리로 넘어 온, 지프차량을 물색하여 넘어간다. 나와 일행은 마날리에서 만난 한국인 형과 함께 지프로 가게 됐다.

아침에 출발하는 지프는 하루종일 달려도 레에 다다르지 못한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레 가는 중에 하룻밤을 묵고 가야 한다. 어느 길이나 그렇듯 길이 열리고나면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머무르기 좋은 곳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레 가는 길, 묵어가는 그런 곳이 바로 사추였다.

사추에서 하룻밤을 묵기 위해 어둠이 내리 깔리기 전까지 잠간 동안의 빛이 있는 여유가 있었다. 멀리는 가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 볼 정도의 시간의 여유였다. 주변은 온통 벌판이었고 그 뒤엔 산이 둘러쌓고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건 그다지 없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눈에 익은 누런빛의 소. 슬쩍 다가가 보았지만, 누렁이라고 불릴만한 모습을 가진 녀석은 아니었다. 왠지 사나울 것만 같았던 눈매와 뿔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누렁이의 선량해 보이는 눈망울이 아니었다. 그래도 왠지 이질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누런빛만으로도 보아오던 누렁이와 같은 동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느새 하늘과 맞닿은 사추가 금방 날이 저물었다. 해는 서쪽 산 너머로 넘어갔고 어둠은 금새 짙게 내리깔리기 시작했다. 어둠은 모든 것을 집어 삼켜 아무것도 볼 수 없게 했다. 빛이라고는 천막에서 새어나오는 조그만 빛 뿐이었다. 나는 허름한 천막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사추, 동질감이라고는 느끼지 못할 것만 같은 그 곳에서 사소하지만 나는 누런 소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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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가는 길 - 믿기지 않던 대지


오천미터가 넘는 한길 낭떠러지 계곡을 오랫동안 달렸다. 가빠지는 숨에 굽이굽이 비포장 도로는 어지러움과 두통을 가져왔고, 힘에 부칠 때였다. 어느 한 고개를 지나자, 믿기지 않던 드넓은 평지가 들어났다.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전혀 보이지 않았고 이런 평지가 나타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들어서자 보이는 건 하늘과 넓고 평평한 대지, 그리고 둘러싸고 있는 산 뿐이었다. 하늘 아래 꼭 숨겨진 듯한 형세였다. 들어서지 못하면 절대 이런 곳이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지의 놀라움과 경이로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메마른 땅과 흙은 고르지 못하고 습기라고는 조금이라도 품지 않은 너무나도 건조하고 말라있어, 지프가 달릴 때마다 엄청난 모래먼지를 일으켰다. 몇대의 지프가 저만치 멀리서 앞서가면서 일으킨 모래먼지가 바람이 불지 않은 탓에 대지가 아무리 넓디 넓다 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아 더운데도 창문을 꼭 닫아야했다. 그럼에도 고장난 창문과 꼭 닫은 문에서도 어디로 들어오는지 모르게 모래먼지가 들어와 숨을 쉬기 힘들게 했다. 이미 쓰고 있던 안경은 뿌옇게 먼지가 꼈고, 입 안과 콧속은 메마른 모래로 가득했다. 숨을 쉴 때마다 목을 지나 폐로 들어와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렇게 들어서면서 느꼇던 경이로움은 조금 지나고 나서는 모래먼지로 인해 고통으로 변했다. 그래도 고통스러웠지만, 대지를 벗어나려고 다시 계곡으로 들어서려고 하니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던 것은 왜였을까. 순간의 고통으로 내 몸 먼저, 내 몸이 고통으로 순간을 고통으로 생각했던 것이 못내 스스로 안타까웠을까. 아니면 단순히 지나가버려, 그 대지의 중심에 서서 온몸으로 대지를 느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었을까. 그 때의 그 기분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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