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3/02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 20대 남자로서는 공감이 가지 않은, 그러나.. (6)
  2. 2007/11/27 무라카리 류의 유쾌한 소설 'sixty nine'
  3. 2007/11/24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인더풀 (2)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 20대 남자로서는 공감이 가지 않은, 그러나..

20대 남자로서는 공감이 가지 않은, 그러나..

갑자기 일본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서 이전부터 읽으려고 했던 나쓰메 소세키의 <고양이로소이다>를 찾다가 집어버린 책.

나로서는 공감이 가지 않았다. 나는 소년도 소녀도 아닌, 이젠 청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이다. 이제까지 에쿠니 가오리의 어떻게 보면 비정상적인 관계에서의 '사랑' 을 다루는 소설을 좋아했다. 일본 소설 특유의 극단적이지 않은 담담함. 일본 영화에서도 보여주듯이. 그런 관계 속에서 담담함이 좋았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는 오랜뒤에 읽은 에쿠니 가오리 소설 또는 일본 소설이었다.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봤기에, 이전에 읽었고 좋았던 <낙하하는 저녁>, <냉정과 열정사이>, <반짝반짝 빛나는> 과 같은 분위기나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10대 중반즈음에 여학생들의 이야기. 같은 학교의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 20대의 남자인 내가 공감할 거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비록, 내가 공감할 거리는 없었다고 해도 한가지 사실. 비슷한 감성과 이성을 가지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하면서도 사실은 너무나도 우리들은 서로와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는 여자 아이들을 개개인에 초점을 맞춰 단편으로 구성해 보여주는 것이 그러했다. 같은 생각보다 다른 생각. 같다고 생각해버릴지 모르지만, 나와는 그리고 너와는 전혀 다른 너와 나. 그것이 내가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에서 느낀 유일함이었다.

옮긴이는 언제나 그랬듯 김난주였다. 사실, 역자 후기를 읽지 않으려고 했는데 읽게 됐다. 소설을 읽으면서 왜 제목이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라고 지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역자 후기에서 역자가 해설처럼 달아놓았다. 하지만 그게 내게 와 닷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내 생각이 역자의 해설에 지배될뻔도 했다. (이런 사실 때문에 개인적으로 fact 를 다룬 책이나 내용 외에는 주석이나 해설을 읽지 않으려고 한다. 내 생각이 다른 이의 생각으로 인해 잠식 되어버릴까봐) 나는 아직도 제목과 소설 내용의 연관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감성적 느낌으로 받아들이기에도 뭔가 약한 느낌. 와닷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기에, 굳이 더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사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 6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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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리 류의 유쾌한 소설 'sixty nin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거 무라카리 류 소설 맞아?

일본 문학을 이끌어가는 두 무라카미 중의 류의 소설이다. 지금까지의 무라카미류의 소설답게 인간 본성을 깔끔한 문체로 표현하는 대단한 소설이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고, 무라카미 류 소설의 그동안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69년의 고3인 무라카미 류의 추억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은 이전의 그의 소설과는 달리 엄 청 나 게 유쾌하고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69', 신선하지 않나? 사실 처음에 이 책이 내 눈에 띄었던건 '69' 라는 자극적인 제목 때문이었다. '69', 남녀의 섹스 체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에서는 '69'란 69년도를 뜻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말하긴 부끄럽고 또 나만 그런건지는 몰라도 내가 처음에 느낀건 섹스 체위를 나타내는 줄 알았다. 그렇게 느낀 내가 변태적으로 생각 될지도 모르지만 그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무라카리 류의 소설은 대부분 마약, 섹스, 살인, 폭력적인 인간의 깊은 본성에서 악한 점을 드러내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지레 짐작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내 이미지를 조금은 떨어지겠지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사실 누구나 아는 것인데, 사람을 대놓고 앞에서 말하기는 머하지만 내 블로그에서까지 윤리적인 타부라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싶진 않아서 말한다.

내가 그렇게 생각 한 것 과는 책의 내용은 달랐다. never! 정말로 이게 무라카미 류 소설이야? 라는 생각이 들만큼. 언제나 무라카미 류 소설의 모태가 되던 섹스, 마약, 폭력은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라카미 류가 고3이었던 69년도의 추억 이야기.

'단지' 여자를 꼬시기 위해 학교를 바리케이트 봉쇄 해버리는 어이없는 주인 겐(아마 무라카미 류 본인). 관심을 갖고 있던 여자가 데모에 대한 호기심어린 이야기를 하자 관심을 끌기 위해서 학교를 바이케이트 봉쇄 한다는게 정말 푸하하 웃기지 않을 수 없다. 퇴학을 맞을지도 모르는데 여자를 꼬시려고 그런 짓을 하며 더 나아가 언론사에 제보까지 하다니. 상상이나 되나. 그런데 이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무라카미 류 본인이 저질은 일이라니, 이거 너무 멋진거 아닌가. 그가 갑자기 너무 달라 보였다. 이게 정말 무라카미 류 소설이라니 상상도 못했다.

이 책을 더욱 유쾌하게 하는 점이 있는데 한 구절을 인용하자면, "데이코와 후미요라는 이름의 두 여학생과 우리는, 엘드리지 클리버와 다니엘 콘반디와 프란츠 파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군주론]과 전후 일본의 천황제의 유사점을 지적하며, 아나키즘의 본질이 볼리비아의 체 게바라의 사상과 행동에 잘 나타나 있다는 수준 높은 대화를 나눴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나는 비스킷을 먹으면서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에이프릴 컴 쉬 윌>을 기타 반주에 맞춰 불렀고, 처녀성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여고생의 건강에 좋은 않은 영향을 끼치는가를 역설하고, 오다키와 나리시마가 북고에서도 알아주는 열등생으로 선생까지 두 손을 든 사나이들임을 가르쳐주었다." 처럼, 처음엔 엄청나게 좋게 말하지만 거짓말이고 하며, 사실대로 말하는 겐의 표현이다.

무라카미 류 소설을 어느정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이게 정말 무라카미 류 소설 맞아? 라고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의 소설 대부분이 일관된 내용을 모태로 해서 쓰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어이없고 유쾌하고 재미있는 내용이라니.

무라카미 류의 소설은 읽어볼만 하다. 너무 선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긴 하다. 이 책은 그의 본연의 소설을 느끼기에는 힘들지만, 정말 유쾌한 소설이다. 그의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읽어봐도 좋다. 하지만, 난 그의 소설을 1-2권 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 읽어 보는 걸 추천한다. 그가 이런 소설도 쓸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이런 유쾌한 소설이 영화로도 나온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 기대가 되기는 하다. 허나, 원작보다 대부분 못하다는게 정설로 받아지고 있기 때문에 걱정도 된다. 그래도 나오게 되면 꼭 확인을 해봐야겠다.

무라카미 류 저 |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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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인더풀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131회 나오키상 수상작. 어딘가 수상해보이는 정신과 병원을 배경으로, 이라부 박사와 여러 환자들이 벌이는 요절복통 사건들이 그려진다. 크고 작은 강박증 하나쯤 지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툭툭 털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도록 용기를 주는 즐거운 작품.
  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제131회 나오키상 수상작 의 후속편이 출간되었다. 전편에서와 마찬가지로 엽기 의사 '이라부'와 육체파 간호사 '마유미'가 버티고 있는 정신과 병원에 기상천외한 강박증 환자들이 찾아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 폭탄을 날리는 것도 여전하다.


독서는 생활입니다. 습관화해서 일상속에 빠져서는 안되는 그런 일입니다. 그럼에도 바쁜 일상과 매너리즘에 빠져 책을 손에서 놓을때가 가끔식 있습니다. 책을 손에서 놓고 나서 다시 책을 잡기까지는 시간이 또 걸립니다. 저도 한번 어떤 이유에서든지 책을 손에서 놓으면 다시 들기가 힘이 듭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도 책을 놓고 있다가 다시 읽게 됐습니다.

독서가 생활화 되지 못했을때, 생활화 하려고 한다면(처음이던, 손에서 놓았다가 다시 잡던지) 제일 좋은 방법은 쉬운 책부터 접근하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책과 친해지기 위해 쉬운 책부터 시작했습니다.

얼마전 다시 손을 놓았다가 습과화를 하기 위해 먼저 읽은 된 책은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입니다. 가볍게 시작을 하기 위해 읽었는데, 생각보다 유쾌하고 재미난 책이었습니다.

<인더풀> 은 공중그네의 후편으로 공중그네를 재밌게 읽어서 최근에 읽었습니다.


유쾌한 괴짜 의사 이라부

두 책의 내용은 신경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찾아온 환자들을 치료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의사인 이라부는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의사가 아닙니다. 이라부 종합병원의 쾌쾌한 지하실 한켠에 자리잡은 신경과의 이라부를 찾아가게 된 환자들은 모두 흰 돼지처럼 보이고 꼬아지지도 않는 다리를 꼬는 모습에, 이 사람 의사 맞아? 라고 모두 의심을 품습니다. 그리고 진료복 안 허벅지 쪽에 'watch it' 이라고 쓰인 씰과 주사 놀때 큰 가슴을 보이는 간호사라기 보단 왠지 호스티스 같은 간호사 마유미를 보고도 이라부 신경정신과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환자들은 성기가 계속 발기 되어 있는 남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따라다니며 주시하고 있다는 히스테리에 걸린 모델,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 안달하는 남자, 핸드폰이 없으면 안절부절 못하는 소년등 '강박신경증'에 걸린 사람들입니다.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라부의 치료방법은 독특합니다. 일단 주사를 놓습니다. 뭐, 사실 이 주사는 그다지 도움은 되지 않는거 같습니다. 다만 환자에게 주사 놓는 모습에 흥분을 하는 이라부 자신을 위한 것 같습니다. 환자들은 이런 이라부의 모습을 보면서 거절을 하거나 반감을 가지지만, 어느새 주사를 놓기 위해 다가온 육감적인 간호사 '마유미'의 가슴과 허벅지 안의 'watch it' 씰을 보면서 주사를 맞게 됩니다.

진짜 치료는 엉뚱합니다. 일단 환자들의 질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저 꼬딱지를 파면서 '으흥~ 그럴 수 있지 뭐' 하면서 손으로 튕깁니다. 이런 행위는 환자들에게 '이 사람 의사 맞아' 라고 의심해 보기도 하고, 잘 못 왔다 식으로 생각하게도 합니다. 하지만 '강박신경증'을 가진 환자들은 이상하게 보이는 좀 더 과장하자면 정신병자 같은 이라부를 보면서 안도와 동질감을 느낌니다. 일상에서 강박신경증 때문에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느끼지만, 이라부 앞에서는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이라부를 보면서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이 이상한 곳에' 라고 생각하면서도 끝내는 안주하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이라부 뿐이여서 이라부 신경정신과를 다시 찾게 됩니다.
 
그리고나선 환자들이 정신적,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들에 대해 그것들을 환자로 하여금 인정하게 하는 겁니다. 그것들은 거부하지 말고, 그냥 해버려~ 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환자들이 못하겠다고 하는 것들을 이라부가 먼저 나서서 '하자~ 이힝~' 하면서 환자들을 부축입니다. 결국 그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인 강압적으로 얽매어 있던 그것들을 이라부와 함께 해버리고 발산하고 난 뒤에 환자들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병들을 떨쳐낼 수 있게 됩니다. 이라부는 이미 그들이 신뢰하는 친구가 되어 있구요.

현실세계에서 이런 의사가 존재 할 수 있을까요? 일단 우리가 질환을 가지고 병원을 찾게되면 우리가 보는 의사의 위치는 우리보다 높습니다. 특히 정신과 같은데는 더욱 그럴것 같습니다. 한번도 가본적은 없지만.. 그래서인지 신경정신과 같은데는 이라부 같은 의사가 더욱이 어울릴것 같습니다. 환자에게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고 그리고 동질감, 더 나아가 함께 저지르는 치료행위.

의사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이런 친구 하나 있으면, 고민거리도 쉽게 털어놓고 풀릴 수 있을거 같습니다. 가끔씩 괴짜같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즐겁게 노는게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라부를 찾아오는 환자들의 '강박신경증'은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입니다. 소설이기에 좀 더 과장되고 극단적인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지만, 가까이서 혹은 자신이 겪고 있는 그런 것들입니다. 저 또한 <인더풀>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에피소드 편에서 나온 집안에서 담배불이며, 전기며 가스 때문에 외출을 제대로 못하는 '확인행위의 습관' 이라는 강박신경증을 가진 남자와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을 나설 때, 정말 한 30분씩은 정검을 했고 문도 잠겼는지 수십번씩 확인을 했습니다. 주위에서도 그런 저를 보고 놀리거나, 병원을 가봐야 되는거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뭐, 그 때보다야 나아졌지만 여전히 남들보다 확인을 많이 합니다.

이런 증상들은 현대 사회에서 너무 바쁘고 경쟁하며, 여유를 충부히 갖고 살지 않기 때문에 겪는게 아닐까 합니다. 조금은 느리게, 차분히 주위와 어울리고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 세상은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것 같습니다.

웃음이 필요하신 분, 뭔가 스트레스가 쌓이신 분, 강박신경증? 혹시 내 증상일까 하는 분,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와 <인더풀> 강력 추천합니다. ^^


아, 둘 중에 한권만 보고 싶다, 하시는 분은 <공중그네>를 보세요. <인더풀>도 재밌지만, 전편인 <공중그네>에 비해 덜 합니다.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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