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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6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 (10)
  2. 2007/11/27 바라나시의 여명
  3. 2007/11/22 인도, 우다이뿌르 일진 오토바이 뒤에 타고 달리다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


티벳티안 콜로니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게스트하우스에 맡겨준 짐을 찾으러 가야 했다. 어둑해지는 시간. 사이클 릭샤에 4명의 남자가 끼어타고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빠하르간지로 향했다. 분편한 자세에도 다시 언제 볼지 모르는 델리의 노을이 눈에 보였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언제 다시 이 노을을 볼 수 있을까.

델리의 노을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으로 가고 싶어 인도에 있는 순간순간이 짜증이 나기도 했는 데, 막상 가려는 순간 왜 그렇게 서글퍼졌었는지. 지금 다시 사진을 보는 이 순간 기억과 느낌을 회상하니 감정이 복받쳐와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마젠타빛 델리의 노을. 내게 이제 마젠타빛의 노을은 델리 뿐일거 같다. 어떤 노을을 보게 된다 하더라도..

인생의 두 번의 겨울을 인도에 있었다. 단 두번. 그럼에도 겨울이면 인도가 너무나 그립다. 마치 나의 겨울은 인도에 있어야만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올 겨울엔 죽었다 깨도 인도엔 가지 못할 것이다. 고작 일본 반딧불 여행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내년 겨울엔 인도로 향할 수 있을까. 한번 두번, 더 가게 될수록 인도는 너무나 정겨워진다. 모든 것이 눈에 익고 사람들도 낯설지가 않다.

언제가 될지라도 난 델리의 마젠타빛 노을을 보면서 다시 오게 되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년일까. 아님 그 다음 해일까. 아니면 몇년이 흐른 뒤에야 가게 될까.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것이 차가워지기 시작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 지금, 그 곳이 인도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인도. 무엇이 나를 이토록 끌어당기는건지. 나는 모르겠다.

어쩌면, 모든걸 다 팽개치고 무책임만 남겨두고 인도로 떠나벌릴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에 질려가는 지금. 살아가는 것이 가쁜 지금. 델리의 마젠타빛 노을이 왜 이리도 그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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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의 여명



길거리엔 소들이 사람도 본체만체하고 똥을 아무대나 싸고, 아무대서나 자고. 개들도 그러하고. 도로엔 신호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사람과 차, 개, 소, 수 많은 동물들이 뒤엉켜 버리지만 다들 그럴 싸하게 피해 다니고. 서로들 생각없이 울려대는 경적에도 화도 좀처럼 내지 않고. 정말 너무나 시끄럽고 더럽지만, 그 것들이 아무렇지 않은듯 , 원래 그러하듯 흘러가버리는 인도. 강한 향신료의 냄새, 커리,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씹어대는 입담배 그리고 바닥의 그 빠알간 자국들. 수 많은 거지들, 불구자들. 길거리에선 죽은 사람도 쉽게 볼 수 있고, 강에는 타다 남은 시체며 온갖 오물들이 떠다니며 흘러가고. 또, 숨을 쉬기에도 거북하며 어쩔때는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의 매연. 그리고 가장 많은 신이 존재하는 나라. 힌두교의 나라. 힌두교는 다원신을 인정하는 종교. 그러기에 가장 복잡하면서도, 하지만 그 것들이 하나가 되어버리는 나라. 내가 처음으로 한국을 벗어나서 가본 나라. 왜, 내가 인도에 가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깊히 생각하는것도 실커니와, 그저 인도가 그 곳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있던, 내가 느끼고 그 곳에 함께 어울어져 존재 해 있었지만,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하지만, 그 추억은 죽어버린이 아닌 현재의 존재하고 있는 추억. 여전히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에서는 여명이 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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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우다이뿌르 일진 오토바이 뒤에 타고 달리다


(바이크를 타고 있는 중인데, 구도를 생각않고 사진을 찍어 바이크를 타고 있는 모습이 아닌 어정쩡한 사진이 되서 아쉬움이 남는다.)


우다이뿌르~ 우다이뿌르~ 우다이뿌르~ 사막의 도시 자이살메르에서 슬리퍼버스를 타고 온 도시 우다이뿌르. 새벽녘 슬리퍼버스 직원의 우렁찬 목소리 시작된 우다이뿌르. 강 하나를 중간에 끼고 있는 도시. 라지드는 그 강의 가트에서 만났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난 일행들과 떨어져 우다이뿌르를 가로지르는 강 가트에서 어슬렁거렸다. 근처에 우리나라 중고딩 정도로 보이는 녀석들이 보였다.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던 녀석이 라지드였다. 여느 인도애들, 사람들과는 말리 말쑥하게 차려입은 옷차림새와 콧수염없는 얼굴(뭐, 이건 어려서 그런걸지도..) 듬성듬성 염색된 머리. 누가 보아도 상류층 자제로 보이는 모습이다. 인기도 많을 것 같다.

가트에서 마땅히 할 일도 없고해서, 이 애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놀았다. 한 아이는 내가 코리안이라고 하자 south? north? 하더니, 내가 south korea 라고 하니 자기가 north korea 에 가봤단다. 어쭈, 이게 어디서구라를 쳐.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일부러 놀라는 척하면서 진짜냐고 계속 물어보니, 이 놈 계속 거짓말을 해댄다. 네가 무슨 재주로 north korea 를 가봤겠어, 있는 집 자식도 아닌것 같구만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한테 한국 돈을 가지고 있냐고 한다. 백원짜리 동전이 몇개 있길래 한개를 꺼내 보여주니, 인도돈으로 얼마정도 하냐고 물어보고 지폐도 있냐고 묻는다. 지폐는 지금 없고 숙소에 있다고 하니, 같이 가서 보여주란다. 허허, 보통 속셈이 아닌 녀석임이 틀림없다. 계속 가자 보여주라고 하길래, 나는 인도 특유의 고개흔드는 제스쳐를 취했다. 이 제스쳐, 애매모호한 행동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계속 이런 제스쳐를 취하니 그만 포기한다.

가트 한켠에서 그렇게 얘기를 하면서 놀다가, 좀 넓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 라지드가 삐까뻔쩍한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혼다였던가, 야마하던가 아무튼 일제 바이크였다.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후질근한 언제 멈출지 모르게 보이는 스쿠터 베스파가 아니라 125cc 이상 되어 보이는 바이크를 멋지게 타고 온다. 그저 겉모습에서도 꽤 사는 집 자식 같아 보였는데, 이런 바이크를 타고 오는걸 보니 정말 꽤꽤꽤나 사는 자식인가보다. 라지드는 그런 재력 때문인지 몰라도 아까부터 같이 어울리던 이 애들의 우두머리 정도 되보였다. 라지드 주위로 항상 애들이 몰려다녔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요즘 애들의 일진이다.

라지드 주변으로 아이들이 모여들고, 나도 다가가서 라지드에게 바이크를 가리키며 이거 정말 네 것이냐고 물었다. 한국에서야 그런 바이크들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인도에서 이런 바이크를 보는건 쉽 않는 일이니까. 라지드는 자기 것이라고 하며, 태워줄까라고 묻는다. 주위에 아이들 또한 한번 타보라고 권유한다. 내가 좀 뜸을 드리자, 괜찮다고 옆에서 계속 재촉하길래 알았다고 하고 라지드 뒤에 탔다. 부릉부릉~ 내가 타자 라지드는 꽉 잡으라고 하고, 옆에 애들은 웃으면서 환호성을 한다. 자~ 출발~

우다이뿌르는 좁은 골목과 언덕이 많아 경사가 고르지 못한 곳이 많다. 그런 곳들은 쌩쌩 달리니, 조금 무서웠다. 천천히 달리라고 해도, 라지드는 인도인들 누구나가 그렇듯이 No~ Problem~ 이란다. 아, 이놈의 인도인들.. 난 무섭다구! 인도인들의 노프라블럼은 어느때나 들을 수 있어 왠만하면 익숙하지만 쌩쌩 신호등 무시 사람무시, 온갖것들 다 무시하고 달리는 운전중의 노플라블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무섭잖아 정말.. 그래도 인도인들 운전을 잘하기는 한다. 탈줄만 알면 모두가 다 베스트 드라이버. 실제로는 아니더라도 자신들은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이손 하나 정도면 부딛힐만한 거리를 두고도 잘도 달리는 인도인들이다. 라지드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천천히 달리라고 해도 문제없다는 표정만 짖는다. 뭐 어쩌겠는가, 사고나도 나면 운명인가보지, 설마 죽기에 하겠어! 라고 생각하고 뒷자석에서 빠르게 골목을 지나가는 스릴을 느꼈다. 내가 언제 또, 이런 우다이뿌르에서 잘나가는 자식 뒤에 타고 달려보겠어~ 하며 즐겼다.

한동안 요리조리 우다이뿌르 골목들을 누비며 다니다가 다시 가트로 돌아왔다. 여전히 애들이 있었고, 라지드에게 잼있었다고 고맙다고 했다. 주위 애들도 내가 돌아오자 어땟냐고 물었다. 돌아와서 라지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가트에 사람들이 더 많아져 있었다. 라지드 또래 보다 큰 청년들도 많아지고, 저녁때쯤이 되자 좀 불량기가 다분한 청년들이 모이는 것 같았다. 어딜가나 그런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있는데, 인도에서는 가트나 골목 주변이 그런 곳인듯 하다.

가트 한쪽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런 낌새를 느끼자마자 성인 남자 둘이서 막 치고박고 싸우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도 몰려들어 싸우는걸 주시했다. 싸우는 모습은 어딜가나 똑같나 보다. 붙어서 옆에 사람들이 말려도 다시 달려들어 치고박고 하는 개싸움. 싸움구경은 대게 잼있는데, 난 타지인데다 같이 있는 일행들도 없어서 그런 분위기를 즐길만한 여유는 없었다. 라지드와 다른 애들도 싸움을 지켜 보고 있었다. 라지드 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이긴 했지만, 혹시나 친구일까 싶어 왜 말리지 않나 궁금해서 물어보지 친구는 아니라길래, 아는 사람이냐고도 물어보니 아는 사람도 아니란다. 싸움은 조금 계속 되다가 말리는 사람들에 의해 끝났다.

라지드와 함께 즐겁게 바이크를 타고 우다이뿌르를 달렸던 그 기분이, 조금 망쳐진듯한 기분이었다.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었지만, 같은 장소에서 그런 분위기속에 휘말린다는 것이, 그래서 즐거웠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살벌한 분위기로 바뀐 것이 탐탁치 않았다. 그렇게 바뀌어버린 분위기 때문에, 서로 머쓱해지고 라지드와 그 애들은 집에 가려는 것인지, 자리를 뜨려고 했고 나도 숙소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짧막한 인사를 나누고 해어지게 됐다.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으면, 즐거웠던 분위기를 이어서 좀 더 이야기하고 더 긴 인연이었지 않았을까.

라지드, 아쉬운 인연이다. 저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우다이뿌르에 좀 더 머물렀다면 다시 만나서 더 긴 인연을 만들었을지도 모르는데. 다시 만났더라면, 그 땐 내가 먼저 네 바이크 뒤에 타겠다고 졸랐을텐데. 하지만, 네 잠시동안의 짧은 시간동안 네 바이크 뒤에 타 우다이뿌르를 달렸던 그 즐거웠던 느낌만으로 충분하겠지. 아쉽기에, 여운이 남기에, 짧은 인연이었기에 더욱 기억이 남는 것이겠지.. 그리운 우다이뿌르. 우다이뿌르하면 네가 생각 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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