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에 해당되는 글 97건

  1.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 (10) 2009/10/06
  2. 방 문을 열면.. 2009/10/04
  3. 레 가는 길 - 장엄한 산 앞에 서면 (6) 2009/10/01

티벳티안 콜로니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게스트하우스에 맡겨준 짐을 찾으러 가야 했다. 어둑해지는 시간. 사이클 릭샤에 4명의 남자가 끼어타고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빠하르간지로 향했다. 분편한 자세에도 다시 언제 볼지 모르는 델리의 노을이 눈에 보였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언제 다시 이 노을을 볼 수 있을까.

델리의 노을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으로 가고 싶어 인도에 있는 순간순간이 짜증이 나기도 했는 데, 막상 가려는 순간 왜 그렇게 서글퍼졌었는지. 지금 다시 사진을 보는 이 순간 기억과 느낌을 회상하니 감정이 복받쳐와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마젠타빛 델리의 노을. 내게 이제 마젠타빛의 노을은 델리 뿐일거 같다. 어떤 노을을 보게 된다 하더라도..

인생의 두 번의 겨울을 인도에 있었다. 단 두번. 그럼에도 겨울이면 인도가 너무나 그립다. 마치 나의 겨울은 인도에 있어야만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올 겨울엔 죽었다 깨도 인도엔 가지 못할 것이다. 고작 일본 반딧불 여행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내년 겨울엔 인도로 향할 수 있을까. 한번 두번, 더 가게 될수록 인도는 너무나 정겨워진다. 모든 것이 눈에 익고 사람들도 낯설지가 않다.

언제가 될지라도 난 델리의 마젠타빛 노을을 보면서 다시 오게 되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년일까. 아님 그 다음 해일까. 아니면 몇년이 흐른 뒤에야 가게 될까.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것이 차가워지기 시작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 지금, 그 곳이 인도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인도. 무엇이 나를 이토록 끌어당기는건지. 나는 모르겠다.

어쩌면, 모든걸 다 팽개치고 무책임만 남겨두고 인도로 떠나벌릴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에 질려가는 지금. 살아가는 것이 가쁜 지금. 델리의 마젠타빛 노을이 왜 이리도 그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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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8 04: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2. Lydia 2009/10/09 10: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 노을 또렷히 기억나요.
    수많은 먼지 덕에 묘하게 변하는 노을과 초저녁의 남다른 푸른빛.
    한참을 쳐다보게 만들죠.
    분명 땀이 조르륵 날 여름에 다녀왔었는데,
    손끝이 시린 요즘 같은 때에 그 노을이 생각나는건 어째서인지.

    • marihuana_ 2009/10/11 13:14  address  modify / delete

      그러게요.

      왜 그런지, 이 맘때면 간절해지게 왜 그러는지.
      노을은 여기서도 볼 수 있고, 같은 해의 노을 인데도
      너무나도 달라요.

      이 곳의 노을이 아닌 그 곳이 노을이 간절해지네요.

  3. ezina 2009/10/12 03:1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 마젠타빛 노을 저도 간직하고 있어요.
    힘들고 그리워질때 보려고 잘 찍어뒀지요.
    작년에 이맘때였으니 벌써1년이 갔네요. 처음가고 두번째 가볼때까지
    4년이란 시간이 걸렸는데 또 4년이 지나면 갈 수 있을까 라고
    답답할때면 넉두리처럼 혼자 생각해요. 언젠간 또 가볼수 있겠죠.

    그나저나 오랜만입니다 marihuana님 잘지내셨죠?^^

    • marihuana 2009/10/14 00:24  address  modify / delete

      ezina 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블로그를 가끔 찾아가도 새로운 글이 올라오질 않아
      매번 들릴 때마다 아쉬워 했었어요.

      그간 소식이 궁금하네요.
      새로운 사진과 글로 기다린만큼 보답 해 주시겠지요? ^^

  4. riring 2009/10/27 21: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떠나기 전 하늘 저도 일부러 찍어놨었는데.
    제일 생각나는건 그나라의 하늘이라니. 그런거 말고도 엄청나게 멋있는것들도 많았는데 말이죠-
    병 도졌어요. 너무 가고 싶어졌어요 다시.

  5. icanfeelyou 2009/11/06 15: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인도는 모든 여행자들의 제2의 고향이라는 말이 떠올라요.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 열에 아홉은 항상 그리워하더라구요.

    • marihuana_ 2009/11/14 01:16  address  modify / delete

      그렇던가요.
      열에 아홉.

      사실 인도 뿐만이 아닐지 몰라요.
      한번 떠난 이들은 떠났던 곳을 열에 아홉은 그리워 할거에요.
      그 어느 곳이더라도.

방 문을 열면..

from travel/07-08 india 2009/10/04 17:10

여행을 하다 보면 다양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된다. 가진 것이 넉넉치 않은 배낭여행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싸면서 만족스러운 곳을 찾아 내 몸만한 배낭을 메고 발품을 판다. 지나갔던 곳을 몇차례나 지나가고 비교에 비교를 거듭한 후에야 묵을 게스트하우스를 결정한다. 그렇게 힘들게 게스트하우스를 결정하더라도 가격도 괜찮고 장소도 괜찮은 곳에 묻게 되면 뿌듯한 기분을 느낀다.

대부분은 가이드북에 나온 추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간다. 그러나 가이드북에 나온 게스트하우스는 여기저기서 추천한만큼 빈방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성수기에는 더욱. 그 때부터 발품을 팔아야 좋은 곳을 찾을 수가 있다. 하지만 그 것도 운이 좋을 경우에나 그렇다. 여행객이 붐비는 지역에서는 숙소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값 주고 묵어야 할 때도 있다.

인도를 세번 여행하는 동안 마음에 들었던 게스트하우스가 몇군데 있었다. 그 중에 한 곳이 뿌리의 조그마한 게스트하우스였다. 두 번째 인도행에서 입국한 캘커타가 마음에 들지 않아 꼬박 24시간도 머물지 않고, 뿌리로 계획없이 달려왔다. 조그만 어촌마을, 현지인들이 조그마한 배를 끌고 나가 고기를 잡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내가 보고자 했고 알고 있었던 뿌리는 딱 그 것 뿐이었다. 하지만 뿌리에 도착하고서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현지인들의 피서지였던 것을 알았고 마침 성수기였다. 가이드북에 나온 곳은 모두 All full. 예약 조차도 쉽지 않았다. 그 게스트하우스는 성수기에도 정가를 받고 있는 탓에 예약까지도 full 로 차 있었다.

꼬딱지만한 뿌리의 역에서 만난 사이클 략샤꾼이 자신이 아는 게스트하우스들을 소개 시켜 준다고 하길래 따라나섰지만 가격은 너무 비쌌고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그렇게 지칠때로 지친 몸을 이끌다가 골목에서 만난 한 남자가 자신의 게스트하우스에 와보라고 해서, 믿져야 본전인 생각으로 들어섰다. 배낭을 메고 들어서면 다른 사람을 지나가지 못할 것 같은 좁은 골목을 조금 들어가자 조그마한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방은 1,2층 모두 5개 정도. 남은 방은 입구 쪽 한개. 방을 열자 좁은 공간에 선반과 더블 사이즈의 침대가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화장실겸 샤워실.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지친 탓에 거기서 묵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짐을 풀고 방값을 선불하려고 하니 2명 값이 아니라, 1명 값이라고 했다. 어쩔까 고민을 했지만, 썩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어 그냥 묵기로 했다.

방이 그렇게 좋았던 것도, 서비스가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게스트하우스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오는 좁은 골목에 강아지와 아이들이 항상 놀고 있었던 점과 게스트하우스를 들어오고 방을 열면 보이는 레스토랑이고 하기 뭐한 레스토랑이 있었던 점이다. 레스토랑에서 무엇을 시켜 먹지는 않았지만, 그냥 그런 공간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왠지 여유로워지는 느낌. 게스트하우스와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오는 골목의 분위기와 공간이 좋았다. 묵고 있는 방 자체보다 그런 것들이 좋았기 때문에 이 게스트하우스가 마음에 남는 것 같다.

좋은 게스트하우스, 내게 마음에 남는 게스트하우스는 꼭 그랬던 것 같다. 묵고 있는 방도 그랬지만, 그 곳까지 들어오는 그 과정과 길에서의 분위기와 느낌이나 공간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방 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 그런 것들이 아니면, 방이 아무리 깨끗하고 좋아도 마음에 고이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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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산 앞에 서면, 할 말을 잃는다.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이 세상에 없다. 인간의 눈으로도 다 채울 수 없는 것이 산이고, 마음에도 쉬이 담을 수 없는 것이 산이다. 한 없이 초라해짐을 느끼고, 나약함을 느낀다. 그리하여 얻어지는 것이 있다면 세상에 대한 겸손함이며 앞으로 살 인생에 대한 짧은 성찰이다.

예로부터 성인이며 현자며, 우리나라의 선비는 산을 가까이 두고 살았다. 이들은 산을 가까이 두며 산을 닮으려 했고, 산에게 무엇이든 묻고 답을 얻으려 했다. 산은 말이 없지만, 어느 순간 답을 기꺼이 내어준다. 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치고 마음이 선하지 않은 사람 없고, 마음 가짐이 바르지 않은 사람이 없다. 현인이며 선비며 의로운 이들이 모두 산을 가까이 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산은 스승이요, 만물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산은 그 모습이 장엄할수록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성찰하게 만든다. 그러니 라다키들은 어떠할까. 감히 눈에도 담을 수 없는 산들을 끼고 한 평생을 살아간다. 눈을 뜨면 먼저 보이는 것이 하늘 높이 솟아있는 산이고, 잠이 들 때도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산이다. 이들이 세상 앞에서 겸손하고 욕심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하면 필연일지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미약한 존재를 느끼면서 자라나는 라다키들. 어찌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는가.

티벳인들은 일생에 꼭 이루고 싶은, 이루어야 할 것이 성지순례이다. 카일라스산과 라싸로 가는 순례길. 어디에서 시작하던지 성지까지 가는 험난한 길을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하며 간다. 가는 길에 자갈밭이 나와도 그냥 지나는 법 없이 삼보일배를 하며, 물가가 나와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삼보일배를 하지 못하는 깊은 물가나 낭떨어지 등과 같은 지형이 나오면 거리를 계산하여 미리 삼보일배를 해 놓는다. 이들이 자신의 몸을 세 걸음에 가장 밑까지 낮추어 산 앞에, 자연 앞에 엎드리는 것은 그들 곁에 있는 산 떄문이다.

티벳인들이나 라다키들이나 세계에서 제일 높은,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우는 하늘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그런 이들이 어찌 남의 것을 탐하거나 해를 입이거나 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산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고, 미약한 존재임을 일찍이 깨달은 사람들이다. 어찌보면 인간이 가장 이해하고 깨달하여 할 것을 미리 깨달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면 그들이 성인이며, 현자가 아닐까.

나라는 사람이 그들에 미치려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어쩌면 평생을 살아도 그 곳에서 막 자라난 아이만도 못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래도 다행이라면 잠시나마 그들이 일생을 두고 사는 그 곳에, 그들이 가까이 하는 그들의 산 앞에 서서 겸손해지며 짧은 성찰, 거룩한 마음을 잠시나마 가지고 지금 이 순간 다시 기억과 느낌을 되새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마움, 감사함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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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怡和 2009/10/01 12: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장엄한 자연의 앞에서는 제 자신이 한없이 작아보이네요.
    저도 네팔에서 히말라야에 올랐을 때도 그런 느낌이 팍팍 들었죠. 역시 자연은 위대한 것 같아요.^^

    • marihuana 2009/10/02 22:58  address  modify / delete

      저도 네팔 히말라야에 갔는데,
      abc 를 할 생각이었는데 당시에 컨디션이 좋지가
      않아서 푼힐코스로만 다녀왔어요. :)

  2. meru 2009/10/01 17: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정말 할 말을 잊게 만드는 광경이네요...

  3. ㄱㅏ람 2010/02/04 22: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그래요 ㅎㅎㅎㅎ
    레로 가는 길에 만난 그 장엄한 산들을 보며
    자연히 숙연해지면서
    그 감동이 잊혀지지않네요
    이곳을 터전으로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내내 생각하기도했구요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