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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9 portrait gallery in london (3)

portrait gallery in london


많이 돌아다니 않은 탓도 있지만, 런던에서 아직 썩 그렇게 맘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다. 뭐랄까, 아직은 내가 어울릴만한 그리고 어울어져 혹은 숨어들기에 적합한 곳을 아직 못 찾은 탓이다. 애써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갤러리는 많이 다니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그 보다 더 시간과 열의를 다른 곳에 썼기 때문이다. 런던에 있으면서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힘들지만, 수 많은 무료 갤러리들을 보면 물가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아니, 살인적인 물가를 견딜만 하다고나 할까. 엄청난 스케일의 박물관과 갤러리들을 보면 이런게 공짜니까 라고 물가 정도는 괜찮아 라고 생각해 버리게 된다. 그리고 한편으론 문화를 보존하고 사랑하는 차이의 실감에 불편감을 느끼기도 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 하지 못할까. 이런 공간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뭐랄까 상대적인 것이지만, 현격한 차이가 느껴진다.

다니지 않았던 곳들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곳이 한 곳 있다. 내셔널 갤러리 옆에 있는 포트레이트 갤러리가 그 곳이다. 갤러리를 많이 다니지 않았던 탓에 유화 그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우리나라나 동양권은 유화를 써서 그림을 그리지 않아서 유럽에서만큼 보편적이지 않았던 것도 있겠지만,웹이나 종이에 프린트 되어진 작품들은 보아만 왔고 바로 앞에서 제대로 본 것은 아마도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유화의 포트레이트 그림은 말 그대로 인물들이 살아 있는 것 같았고 내 앞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물어보니 유화 그림이 사실감이 강하다고 했다. 난 참 이 곳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 해리포터를 보면 그림들이 움직이고 살아있는데, 마치 그런 느낌이랄까. 그림 하나하나를 보면 그 그림의 실제 인물들이 나를 뚤어지게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공간 한 가운데 서거나 발길을 돌려 이동을 하면 내 뒤통수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공간 안에 실제로 그림들이 인물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겪는 생소한 느낌. 실제로는 살아있지 않은 사물들이 모두 생동감을 가지고 있었다.  압도되는 느낌. 특히 눈은 더 그러했다. 눈이 돌아가면서 날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계속되었다.

포트레이트 그림들을 보면서 든 생각 한가지는 빛을 잘 쓴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말하자면 명도를 통해 빛을 제대로 표현 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어디에 빛이 들어가게끔 표현할지를 잘 알고 그림 자체가 살아있게 그려졌다. 그러니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밖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그림들이 비슷한 기법이어서 어떻게 보면 따분할수도 있지만, 하나하나 살아있는 인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아직 어딘가를 많이 찾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다. 많은 날들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아직은 이 곳의 내 생활 속에서도 녹아들지 못했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준비 되지 않은 상태, 마음가짐으로는 새로운 것들이 비집고 올 틈이 없이 없다. 충분한 날이 될 때까지는 포트레이트 갤러리만 한번씩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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