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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28 6년의 시간을 함께 한, 그리고 헤어짐에 관하여
- 2010/04/20 Trafalgar Square (1)
- 2010/04/19 portrait gallery in london (3)
6년의 시간을 함께 한, 그리고 헤어짐에 관하여
nothing/london 2010/09/28 06:45
1.
지금 무언가 집중해서 쏟아내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슴이 먹먹해져, 입에서는 침이 마르고 단내가 나는 듯 하면서 속에서 헛구역질이 계속이다. 너무나도 고요한 방이 싫어, 글을 쓰는 동안에는 타자 소리에만 집중하던 습관을 깨버리고 패닉의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를 틀었다. 온기가 사라진 방은 썰렁하기 그지 없고, 겨울인듯한 런던의 날씨에도 보일러를 틀지 않고 이빨을 지끈 물고 글을 쓰는데 집중하고 있다. 견디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 토해내고 쏟아내고 싶다. 그 무엇이든 간에 이 순간이 너무 힘들다.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헤어짐이란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만나고 헤어짐에도 익숙하다고 생각이라도 했었나 모르겠지만, 이렇게 슬프게 다가오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가슴 한켠이 유치한 유행가 가사처럼 뻥 뚤린 듯 하고, 나사가 하나 풀린 듯이 눈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힘이 든다. 런던에 오기 전, 그리고 오고 나서는 다시는 헤어짐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했다. 누구가 됐던 간에 헤어짐이란 그 자체가 너무나도 가슴 아파오는 일임을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마음을 쏟은, 그런 헤어짐은 더이상은 힘이 들어졌다. 약해진 것일까. 떠남이야 주체적인 다른 감정을 동반함으로 슬픔이 무뎌지게 되지만, 남겨짐은 그 어찌할 수 없는 수동적인 일이라 슬픔이 배가 되어질 수 밖에 없다.
2.
6년을 함께 해 왔던, 헤어졌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라. 실감도 나지 않았다. 가슴이 아려오는 일은 문득 내 옆에 없다는 생각이 불쑥 들어올 때였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헤어짐이었다.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내게 지난 6년간은 그 이전의 10년의 학창 시절보다도 특별하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보다 내가 성숙하고 고뇌하고 힘든 시기였다. 처음 여행을 하고, 장애인이 될지도 몰랐던 교통사고를 당했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로 사랑이었다고 의심치 않는 만남, 런던이라는 곳으로의 유학. 지난 6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시기다. 그런 시간을 함께 했왔던, 헤어졌다. 즐거웠던, 슬펐던, 힘들었던, 모든 순간들을 함께 했었다. 모든 여행을 함께 했고, 교통사고가 나는 순간에도 살아남아 주었던. 때론 돈이라는 것을 가져다 주기도 했던.
내 사람들과 나의 추억을 담아 주었고, 오랜 친구였고 연인이었다.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너무 오래 함께 했었기 때문에 떨어짐과 헤어짐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음일까. 사랑한다고 일부러 생각한 적은 없었다. 소중함으로 아껴서 다루지도 않았다. 옆에 항상 있을거라 내가 소홀히 했던 것일까. 그래서 헤어짐이 어떤 감정일지 몰랐다.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는 순간, 슬픔이 그 순간 올라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제일 현실로서 다가오는 순간은 헤어지는 그 순간이 아니라, 헤어지고 잠이 들고 다음 날 일어나는 그 순간이다. 이게 현실이구나. 이제 내가 사랑하던, 아직도 사랑하는 그 사람은 내 옆에 이젠 없다는 것이 물밀려와 참을 수가 없어진다. 이번 헤어짐도 마찬가지였다. 감정을 가지지 않았었던, 그래서 이럴줄은 몰랐다. 바르셀로나를 떠나던 날, 헤어진 연인을 남겨두고 오는 기분에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참았다. 내가 울면 안되는 이유가 있었다. 6년간 함께 한, 의식하지 않았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했고 사랑했었음을 그리고 남겨두고 올 수 밖에 없음에, 그저 속으로 울 수 밖에 없었다.
3.
잠을 자고 내일 아침이면 나는 어떻게 될까. 식욕이 없다. 토할 것 같다. 춥다. 가을 아닌 겨울이다. 나는 런던에 있다. 돌아가는 날이 멀게만 느껴진다.
Trafalgar Square
nothing/london 2010/04/20 06:51
portrait gallery in london
nothing/london 2010/04/19 09:09
많이 돌아다니 않은 탓도 있지만, 런던에서 아직 썩 그렇게 맘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다. 뭐랄까, 아직은 내가 어울릴만한 그리고 어울어져 혹은 숨어들기에 적합한 곳을 아직 못 찾은 탓이다. 애써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갤러리는 많이 다니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그 보다 더 시간과 열의를 다른 곳에 썼기 때문이다. 런던에 있으면서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힘들지만, 수 많은 무료 갤러리들을 보면 물가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아니, 살인적인 물가를 견딜만 하다고나 할까. 엄청난 스케일의 박물관과 갤러리들을 보면 이런게 공짜니까 라고 물가 정도는 괜찮아 라고 생각해 버리게 된다. 그리고 한편으론 문화를 보존하고 사랑하는 차이의 실감에 불편감을 느끼기도 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 하지 못할까. 이런 공간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뭐랄까 상대적인 것이지만, 현격한 차이가 느껴진다.
다니지 않았던 곳들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곳이 한 곳 있다. 내셔널 갤러리 옆에 있는 포트레이트 갤러리가 그 곳이다. 갤러리를 많이 다니지 않았던 탓에 유화 그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우리나라나 동양권은 유화를 써서 그림을 그리지 않아서 유럽에서만큼 보편적이지 않았던 것도 있겠지만,웹이나 종이에 프린트 되어진 작품들은 보아만 왔고 바로 앞에서 제대로 본 것은 아마도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유화의 포트레이트 그림은 말 그대로 인물들이 살아 있는 것 같았고 내 앞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물어보니 유화 그림이 사실감이 강하다고 했다. 난 참 이 곳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 해리포터를 보면 그림들이 움직이고 살아있는데, 마치 그런 느낌이랄까. 그림 하나하나를 보면 그 그림의 실제 인물들이 나를 뚤어지게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공간 한 가운데 서거나 발길을 돌려 이동을 하면 내 뒤통수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공간 안에 실제로 그림들이 인물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겪는 생소한 느낌. 실제로는 살아있지 않은 사물들이 모두 생동감을 가지고 있었다. 압도되는 느낌. 특히 눈은 더 그러했다. 눈이 돌아가면서 날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계속되었다.
포트레이트 그림들을 보면서 든 생각 한가지는 빛을 잘 쓴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말하자면 명도를 통해 빛을 제대로 표현 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어디에 빛이 들어가게끔 표현할지를 잘 알고 그림 자체가 살아있게 그려졌다. 그러니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밖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그림들이 비슷한 기법이어서 어떻게 보면 따분할수도 있지만, 하나하나 살아있는 인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아직 어딘가를 많이 찾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다. 많은 날들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아직은 이 곳의 내 생활 속에서도 녹아들지 못했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준비 되지 않은 상태, 마음가짐으로는 새로운 것들이 비집고 올 틈이 없이 없다. 충분한 날이 될 때까지는 포트레이트 갤러리만 한번씩 갈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