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에 해당되는 글 20건

  1. 눈이 내린 전경 (6) 2009/12/20
  2. 눈길 조심해요 (2) 2009/12/19
  3. 내겐 이미 한겨울이다 (4) 2009/11/17

눈이 내린 전경

from something/essay 2009/12/20 13:15

금요일. 수업을 마친 후, 집으로 가기 위해 나서는 중이었다. 오전 오후, 모두 수업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눈이 내린 학교의 모습을 담을 시간이 나지 않았다. 정문을 나서기 전, 잠시 멈춰서 주변의 모습을 찍었다. 오후부터 구름이 걷히자 햇빛이 내려쬐 조금은 녹아 있는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의 밤새 내린 눈으로 소복하게 쌓여, 누군가의 발자국이 남아있지 않았던 모습이 아니고, 드믄드믄 땅이 보이는 모습이 쌓인 눈이 주는 포근함이 아니라 황량한 느낌이었다.

몇년전 처음 인도로 가기 전 내렸던 눈이 기억난다. 광주에 그렇게 눈이 내린게 거의 백년만이라고 했던가. 정확한 기간이야 어찌 되었던 간에 엄청나게 내려 모든 사물을 잡아먹어 버렸다. 집 앞에도 눈이 허리정도까지 쌓일 정도였고, 모든 교통은 마비됐다. 눈과 바람은 걷기조차 힘들게 만들었고, 덕분에 어딘가에 가야 했었기 때문에 힘들게 갔던 터미널에서는 몇시간을 대기하다가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었다. 인도에 가기 며칠을 앞둔터라, 못가는가 싶었다.

왠만하면 흑백 사진을 찍지 않는 편이다. 욕심이 많은 터라, 흑백의 투컬러보다는 다채로운 컬러사진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뭐랄까 아쉽다고나 할까. 흑백사진은 단면을 보는 듯 해서, 더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심정이라까. 그래서 결국엔 컬러사진을 선택하게 되는 듯 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흑백사진을 올려본다. 흑백사진이 가지는 매력인 '여운'. 당분간은 흑백사진을 찍어볼까나. 게으른 내가? 난 언제쯤이나 부지런하고 성실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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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옴 2009/12/20 16: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와!!!!!! 눈이다!!!!!!! 나도 허리까지 쌓인 눈 속에 파묻히고 싶당

  2. 자유여행가 2009/12/20 19: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눈에 잠긴 나무
    흑백사진이 더욱 멋진 이유가 아닐런지요~

  3. riring 2009/12/31 18: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아 예쁘다. :)

눈길 조심해요

from nothing/letter 2009/12/19 22:34

어젠 엄청나게 눈이 내렸어요. 그제에도 많은 눈이 내렸지만, 그쳤다고 생각했어요. 휴대폰의 일기예보에는 토요일까지도 눈이 내린다고 나와 있었지만, 무시했어요. 그게 문제가 됐어요. 안일하게 생각하고, 일이 있어 어딘가에 가야해서 마음을 놓고 차를 가져갔어요. 출발 할 때 눈이 약하게 내렸지만, 괜찮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출발하고 난 얼마 뒤부터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도로 위의 모든 차들이 거북이처럼 기어가고, 몇몇 차들은 비상등을 키기도 했어요. 다시 돌아갈까 하다가 어느정도 온 길이 아까워 계속 가버렸어요.

저녁이 되어가는 시간인데다 눈구름과 눈으로 세상은 금새 어두워졌어요. 길도 빛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급속도로 온도가 내려가면서 얼어버렸어요.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차들이 하나둘씩 보이고, 차들도 평소때와 다르게 거리를 꽤나 멀리 유지했죠. 저도 조심했어요. 그러다가 한번은 핸들을 살짝 돌렸는데, 차가 미끄러지면서 이쪽저쪽 통제가 안되더라구요. 자꾸만 미끄러지길래 정말 식겁 했어요. 반대편에서는 차가 오고 있고 있었죠. 중앙선을 넘기도 했는데, 다행이도 속도를 내지 않았던 터라 반대편 차에 부딛히기 전에 다시 차선으로 돌아와 제 궤도에 들어올 수 있었어요. 그 순간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쉽지 않았어요.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길은 더욱더 얼어붙어 미끄러웠어요. 언덕길에서는 차가 미끄러 질까봐 정말 긴장을 엄청 했어요. 오르막길은 특히 차들이 오르다가 윗길 차선에 진입하지 못한 차들 때문에 오르막 중간에 멈춰 있게 될 때가 있는 데, 빙판길은 한번에 올라가야지 멈추게 되면 잘못하다 바뀌가 미끄러운 길에 헛돌게 되요. 그러면 올라가지 못하고 뒤에는 차가 있어 내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데, 이 정도만이면 그래도 다행이에요. 차가 뒤로 미끄러지게 되면 뒷차와 부딪치게 되고 다시 그 차는 그 뒷차와 부딪치게 되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게 돼요.

그래도 다행이었어요. 아무 일 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다만,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몸에서 땀이 났고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 긴장이 풀리자 힘이 빠졌어요. 다음 약속에 늦은터라, 바로 지하철로 간 탓에 그렇게 정신을 놓고 있을 틈은 없었어요. 사실 다음 약속에도 차를 가져갈 생각이었지만, 위험하다 생각 해서 놓고 나갔어요.

오늘은 눈이 많이 내렸더라구요. 하루종일 집에 있다가, (신문이 온지도 몰랐어요) 어두워진 저녁쯤에야 밖으로 나가봤어요. 모임이 있어 나가야 되는 데, 춥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차를 가져갈 생각이었어요. 만약 길이 얼어 있다면,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구요. 근데 길은 어느새 다 녹았더라구요. 밤새 눈이 내려 어제보다도 더 세상이 얼어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나만 얼어있다고 생각했나봐요. 세상은 이미 녹아있었는데 말이죠.

모임에서 가서는 즐겁지 않았어요. 기분이 좋지 않아, 금방 집으로 돌아왔어요. 오늘은 허한 날이에요.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날. 지금 무얼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전혀 단단해지지 않은, 물렁해요. 나는 아직도 말이에요. 맞서기 보다는 피함이 아직도 익숙해요. 괜찮다 하는 건 모두 거짓말이에요. 언제쯤이나..

눈길 조심해요. 많이 녹긴 했지만, 빛이 비춰지지 않은 곳은 단단히 얼어있어요. 누군가 빛을 주지 않으면, 올 겨울 내내 녹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오늘 밤 또 눈이 내릴지 몰라요. 그럼 더 얼어붙어 단단해질지도 모르잖아요. 조심해요. 마음이 얼어 붙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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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란바나나 2009/12/19 23: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플루때문에 개강을 늦게한지라 시험도 늦어져,
    어제 금요일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되었어요.
    이 곳에도 간간이 눈이 내리고 있지만,
    어?눈 오나보네? 정도만 생각하고
    제 마음은 온통 시험에의 압박만ㅠ

    눈길 항상 조심운전하세요:)

    • marihuana_ 2009/12/20 01:02  address  modify / delete

      전 한번 플루에 걸렸어요.
      심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이제서야 기말고사인가요?

      전 이미 계절학기를 시작했는데.
      시험 잘 봐요. :)


가을 바람이 차다. 좋아하던 검은색 가디건을 매일 같이 입어대던 날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만 같은 데, 두툼한 오래털 파카라도 사야하나 생각이 어느사이에 드는 날이 왔다. 방심했다.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공기가 너무나 차다. 따뜻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리 빠를지는 예상 못했던 일이다.

마음이 차다. 놓아버림. 인정해버림. 그만한 것들은 무신경스럽다. 무신경스러워지지 않게 모든 것들을 놓치 않으려 괴기스럽게 발버둥치다 보니, 나는 어느새 괴물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기정사실화 해버려, 나를 한방에 보내버린 이. 잽으로 가볍게 때리다가 카운트 펀치. 그런데 어라, 아프지가 않다. 어찌된 일일까. 한방 제대로 맞고 넉다운이라도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눈은 열이 나는지 뻑뻑해지고 몸은 욱신거린다. 몸살이라도 오려나. 그 동안 무리했지. 쉴 때도 되었것만,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나를 더 학대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포기해버리고 싶은 스트레스. 하루에도 몇번씩 갈등하며, 이건 내가 원한게 아니야라며 하지만, 버텨야해. 이 것도 버티지 못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라며 합리화로 근근히 하루를 버텨간다. 지나고 나면 나는 성장 해 있을까.

겨울이다. 내겐 이미 한 겨울이다. 원체 겨울이라도 두꺼운 옷을 입지 않는 나는 옷을 여러겹 껴 입는다. 얇은 자켓 안에 항상 입는 건 보들보들한 스웨터. 그런데 오래 입고 있고 있던 스웨터가 없다. 너무나 허전하고 춥다. 찬 바람이 들어온다. 가슴을 애리는 겨울 바람. 올 겨울, 한 겨울 내내 많이 찰 듯 하다. 그래도 찬 바람, 막고 싶지 않아. 보들보들하고 내 온기를 지켜 줄 스웨터 마련하고 싶지 않다.

올 겨울. 난 좀 더 성숙해질 것 같다. 아니면 더 철이 없어지거나. 내겐 이미 한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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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지 2009/11/17 01: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옵니다.

  2. 2009/11/17 03: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3. 2009/11/18 04: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4. riring 2009/11/18 16: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이, 마음이 쌀쌀해졌음-
    계절은 지나가라고 있는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