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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쉬운 일이 아니었고, 또 아닐 듯 싶어요
nothing/thought 2010/11/30 08:01
어느 날 말이에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어났다면 말이에요.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그 소식을 들었다면요. 당신 곁에 오래도록 있어주었던, 소식을 들었어요. 당신과 헤어졌던지 놓아두고 왔던지는 내버려두고 생각해봐요. 사고로 인해 다시는 걸을 수 없다던지, 당신을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던지, 당신을 볼 수 없게 되었고 망가진 얼굴이 되었다면 말이에요. 당신은 다시 마주할 수 있겠어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번만은 정말 좋아하고 사랑했었다고 가정해봐요. 그리고 한번 생각해봐요. 괜찮겠어요, 다시 아무렇지 않게 마주할 수 있겠어요?
1.
어릴 적 연애를 시작한지 안되었을 때였어요. 누군가가 곁에 없다는 사실에 힘이 들기 시작하고 한참 예민해지기 시작할 무렵 했던 연애에 회복이 되었을 때 쯤이었어요. 이제는 떠올림도 무뎌졌을 무렵, 한 친구에게도 소식을 들었어요. 그 사람에게서 사고가 났다고 그리고 기억을 많이 잃었다고 말이에요. 순간 멍해졌었고 어떤 감정이라도 말하기 어려웠어요. 무언가 안에서 올라왔지만 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슬픈 것도 아니었어요. 지금도 설명하고자 하면 정확히 그 것이 무엇인지 나는 그 것을 설명 할 능력이 없어요. 다만 그 사람을 한번 만나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는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적지 않은 시간동안 서로를 좋아했음에, 나를 기억하지 못할거란 것이 믿기지 않았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의 동생과 함께 만나게 되었어요. 동생에게 먼저 정말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거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리고 나는 그 사람에게 물었지요. 내가 누군지 알겠냐고. 잘 모르겠다고 하는 그 사람을 보며 울컥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어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어요. 그 뒤로 그 사람과 나는 다시 만나게 되었지요. 나는 그 사람과의 모든 것을 기억해서 가깝게 느껴졌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사람도 어찌되었는지 쉽게 다시 내게 편안함을 느꼈어요. 머리속의 기억보다도 녹아들어 있던 기억의 감정이 본능이며 우선이었을까요.
우리는 한동안 만나게 되었어요.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그 사람에게 느끼는 내 감정은 과거와 같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연인으로서 느꼈던 감정 보다는 연민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그 사람을 계속 만날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나는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이제는 정말로 남이 되어버렸어요. 아직도 연락하는 그 시절 친구와 안부를 물을 때면 가끔씩 그 사람의 소식에 대해 묻곤 하는데 친구도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다는 말 뿐이었어요.
2.
런던에 오기전 몇년을 함께 해왔어요. 아마도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지 않았나 싶어요. 난 헤어지고 나면 한동안 그 헤어짐이 힘들어 내 스스로도 일부러 생각하지 않고 꺼내지도 않고 누구에게도 소식을 묻지 않아요. 이 곳에 와서도 그랬어요. 일부러 묻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왠 일인지 묻고 싶어 그만 묻고 말았어요. 그리곤 듣고 말았어요. 예상했던 일이 있어 그 것 조차도 듣고 싶지 않아 묻지 않았 것만, 그 보다도 일어나서는 안되었고 생각치도 못한 일에 대해서 듣고 말았어요. 난 후회했어요. 물어보지 말걸.
사고가 있었데요. 한밤 중에 어쩐 일인지 나가게 되었고, 오던 차를 보지 못했다고. 한쪽 눈을 잃었다고 해요. 죽지 않았으니 다행이라도 해도 이게 정말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그 예뻤던 눈을 잃었다는게.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리고 지금도 애써 그 소식을 떠올리지 않으려 해요. 한번씩 이렇게 떠오르면 너무나 우울해지고 마음이 아파요.
나는 그 이상 묻지 않았어요. 한쪽 눈을 잃었다는 건, 얼굴 또한 상했을거에요. 그 예뻤던 얼굴.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요. 돌아갈 때까지 혼자서 부정하려 하고 유예기간을 두고 싶었나봐요. 돌아가게 되면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마주할지 두려워요. 나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미안해요. 그리고 고백하건데, 나는 그 일그러졌을 모습을 제대로 쳐다볼 수 있을지 두려워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간사해서, 더욱이 나라는 사람은 그러해서 겉으로 보이는 것에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겠어요. 미안하면서도 그저 마주 보기를 두려워 하는 것보다도 내가 혹시나 단순히 얼굴 마주 보기를 두려워하게 될 것은 아닌지 그 것이 나는 제일 두려워요.
당신같이 숭고하고 순결하며 강한 사람에겐 쉬운 일일지 몰라요. 아니 어쩌면 당신도 나와 비슷할지도 몰라요. 그 것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니 당신과 나를 비판해서도 비난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일이에요. 그 누가 쉽게 그럴 수 있을까요. 난 잘 모르겠어요. 매번 모든 것에 고백하듯이 나는 이번에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내겐 쉬운 일이 아니었고 또. 아닐 듯 싶어요.
오랜만이에요
nothing/life 2009/08/07 00:31
참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소식 궁금해하고, 걱정해주는 남김들에 대답하지 않았던 것 말이에요. 잘 지내고 있어요. 하고자 계획 했던 일들이 조금 꼬이고 틀어져, 풀고 있는 중이에요. 조금 말 하자면, 올 9월즈음 영국으로 떠나려고 했어요. 그런데 나름대로 '기회' 란 것이 뜻밖에 찾아와 고민을 했었어요. 그래서 조금 미뤄야 할 듯 해요. 가지 못하거나 않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해요. 꼭, 가고 싶으니까요. 다만 조금 늦어지는 것 뿐이에요. 대신 갈 때 쯤이면, 혼자의 힘으로 가게 될테니 더욱 나을지도 몰라요.
너무나도 급하게 결정되고 벌어진 일이라,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괜찮을거라 생각해요.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니까요. 떠남이 아닌 지금 이 곳에서의 '터닝 포인트'가 될 테니까요. 떠나려 했던 것도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주려고 했던 거지만, 다른 방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거라 생각해요. 바랬던 것은 아니지만.
안부는 이 정도로 할게요. 일일이 댓글 달지 않아서 미안해요. 지금부터는 다시 사진이랑 글을 올릴 생각이에요. 학업과 '기회' 를 함께 하기엔 시간이 더 빠듯해지겠지만, 제 공간과 소통을 잊어서는 안되잖아요.
다들 잘 지내죠. 이제, 정말 여름이에요. 건강히 잘 지내고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