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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30 내겐 쉬운 일이 아니었고, 또 아닐 듯 싶어요 (3)
- 2010/10/12 으레 이맘이 되면 나는 앓는다 (1)
- 2010/08/03 나는 모든 것이 명확해 지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5)
내겐 쉬운 일이 아니었고, 또 아닐 듯 싶어요
nothing/thought 2010/11/30 08:01
어느 날 말이에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어났다면 말이에요.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그 소식을 들었다면요. 당신 곁에 오래도록 있어주었던, 소식을 들었어요. 당신과 헤어졌던지 놓아두고 왔던지는 내버려두고 생각해봐요. 사고로 인해 다시는 걸을 수 없다던지, 당신을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던지, 당신을 볼 수 없게 되었고 망가진 얼굴이 되었다면 말이에요. 당신은 다시 마주할 수 있겠어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번만은 정말 좋아하고 사랑했었다고 가정해봐요. 그리고 한번 생각해봐요. 괜찮겠어요, 다시 아무렇지 않게 마주할 수 있겠어요?
1.
어릴 적 연애를 시작한지 안되었을 때였어요. 누군가가 곁에 없다는 사실에 힘이 들기 시작하고 한참 예민해지기 시작할 무렵 했던 연애에 회복이 되었을 때 쯤이었어요. 이제는 떠올림도 무뎌졌을 무렵, 한 친구에게도 소식을 들었어요. 그 사람에게서 사고가 났다고 그리고 기억을 많이 잃었다고 말이에요. 순간 멍해졌었고 어떤 감정이라도 말하기 어려웠어요. 무언가 안에서 올라왔지만 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슬픈 것도 아니었어요. 지금도 설명하고자 하면 정확히 그 것이 무엇인지 나는 그 것을 설명 할 능력이 없어요. 다만 그 사람을 한번 만나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는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적지 않은 시간동안 서로를 좋아했음에, 나를 기억하지 못할거란 것이 믿기지 않았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의 동생과 함께 만나게 되었어요. 동생에게 먼저 정말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거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리고 나는 그 사람에게 물었지요. 내가 누군지 알겠냐고. 잘 모르겠다고 하는 그 사람을 보며 울컥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어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어요. 그 뒤로 그 사람과 나는 다시 만나게 되었지요. 나는 그 사람과의 모든 것을 기억해서 가깝게 느껴졌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사람도 어찌되었는지 쉽게 다시 내게 편안함을 느꼈어요. 머리속의 기억보다도 녹아들어 있던 기억의 감정이 본능이며 우선이었을까요.
우리는 한동안 만나게 되었어요.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그 사람에게 느끼는 내 감정은 과거와 같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연인으로서 느꼈던 감정 보다는 연민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그 사람을 계속 만날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나는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이제는 정말로 남이 되어버렸어요. 아직도 연락하는 그 시절 친구와 안부를 물을 때면 가끔씩 그 사람의 소식에 대해 묻곤 하는데 친구도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다는 말 뿐이었어요.
2.
런던에 오기전 몇년을 함께 해왔어요. 아마도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지 않았나 싶어요. 난 헤어지고 나면 한동안 그 헤어짐이 힘들어 내 스스로도 일부러 생각하지 않고 꺼내지도 않고 누구에게도 소식을 묻지 않아요. 이 곳에 와서도 그랬어요. 일부러 묻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왠 일인지 묻고 싶어 그만 묻고 말았어요. 그리곤 듣고 말았어요. 예상했던 일이 있어 그 것 조차도 듣고 싶지 않아 묻지 않았 것만, 그 보다도 일어나서는 안되었고 생각치도 못한 일에 대해서 듣고 말았어요. 난 후회했어요. 물어보지 말걸.
사고가 있었데요. 한밤 중에 어쩐 일인지 나가게 되었고, 오던 차를 보지 못했다고. 한쪽 눈을 잃었다고 해요. 죽지 않았으니 다행이라도 해도 이게 정말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그 예뻤던 눈을 잃었다는게.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리고 지금도 애써 그 소식을 떠올리지 않으려 해요. 한번씩 이렇게 떠오르면 너무나 우울해지고 마음이 아파요.
나는 그 이상 묻지 않았어요. 한쪽 눈을 잃었다는 건, 얼굴 또한 상했을거에요. 그 예뻤던 얼굴.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요. 돌아갈 때까지 혼자서 부정하려 하고 유예기간을 두고 싶었나봐요. 돌아가게 되면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마주할지 두려워요. 나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미안해요. 그리고 고백하건데, 나는 그 일그러졌을 모습을 제대로 쳐다볼 수 있을지 두려워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간사해서, 더욱이 나라는 사람은 그러해서 겉으로 보이는 것에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겠어요. 미안하면서도 그저 마주 보기를 두려워 하는 것보다도 내가 혹시나 단순히 얼굴 마주 보기를 두려워하게 될 것은 아닌지 그 것이 나는 제일 두려워요.
당신같이 숭고하고 순결하며 강한 사람에겐 쉬운 일일지 몰라요. 아니 어쩌면 당신도 나와 비슷할지도 몰라요. 그 것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니 당신과 나를 비판해서도 비난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일이에요. 그 누가 쉽게 그럴 수 있을까요. 난 잘 모르겠어요. 매번 모든 것에 고백하듯이 나는 이번에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내겐 쉬운 일이 아니었고 또. 아닐 듯 싶어요.
으레 이맘이 되면 나는 앓는다
nothing/thought 2010/10/12 04:57
반복이다. 환절기가 되면 감기가 극성이다. 몸이 변화를 적응하지 못해서일까. 심한 일교차에 아직 몸은 다가오는 계절을 느끼지도 못하던 찰나에 당해버리는 걸까. 여름의 더위에 지친 몸은 아직 가을을 받아들이기가 힘드나보다. 준비도 하지 못했나보다. 아니면 혹은 다른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
여름에도 왠만하면 반팔을 입지 않고,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자켓을 입고 9월에도 코트를 입고 목도리를 하기도 했다. 그러니 춥게 있어서 앓기 시작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뭘까.
한동안 여행과 학교를 함께 다니면서 쉴 틈이 없었다. 주말조차도 없었고, 몸은 정말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수술을 몇번이고 받은 내 다리는 만신창이가 된 듯 가끔씩 열을 내기도 했다. 그래도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덜 자더라도 견디어졌다. 신기할 노릇이었다. 여행이 다 끝난 후에는 이제 쉴수도 있음에도 나는 앓기 시작했다. 평소보다도 덜 먹게 되었고, 더 많이 자도 하루를 보내는 것이 힘들어졌다. 조금 쉬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온 주말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좋아지지가 않는다.
마음이 먼저 앓는다. 앓기 시작하면 몸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앓기 시작한다. 모든 패턴을 잃고 방황하기 시작한다. 만사가 다 귀찮아지고, 사람 만나는 일도 지겨워진다.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까봐 일부러 돌아서 가기도 하고 방 안에만 계속 틀어박혀 지낸다. 그래도 소통은 가끔씩 하고 싶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는 것은 힘이 든다. 그래서 글을 쓰는 날이 많아지게 된다.
런던에 와서 한번도 그리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그리 가져본 적도 없었다. 지금은. 돌아가고 싶다. 향수병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것과는 다르다. 그저 나는 이 곳에 혼자 있는게 싫을 뿐이다. 의지할 곳 없다는 사실이 참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견디어야 할 몫이지만, 순간이 힘들기 떄문에 나약해서 말이지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내 자신이 걱정된다.
어젯 밤에는 약을 두봉지나 먹고 잤다. 혹시나 아침이 되면 낫지 않을까 해서였다. 일어나서는 낫기는 커녕 목와 입에서 약냄새만 진동할 뿐 더 심해져 버렸다. 어떡하라는건지.
으레 이 맘 때면 앓았지만, 올 해도 마찬가지인가. 그 일이 계기였을까..
나는 모든 것이 명확해 지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nothing/london 2010/08/03 03:47
광대들은 어찌하여 그 높은 곳의 줄 위에서 균형감을 유지 할 수 있을까. 뭐가 더 어려울까. 줄 위의 균형과 삶의 균형. 분명 위험한 삶의 줄 위에서도 광대들의 줄 위에서처럼 신기할정도의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부럽다. 어찌하면 그런 균형감을 가질 수 있을까. 나도 광대처럼 살 수있을까. 삶 이라는 줄 위에서 광대들의 놀음처럼 마치 비웃듯이 그럴 수 있을까.
런던에 와서는 잠을 더욱 못 자는 듯 하다. 깊게 잠이 들지 못하는건 더 심해진 듯 하다. 지친 몸으로 학교를 가고 다녀와선 꼭 쉬어야지, 낮잠을 조금이라도 자야지 하면서 잠을 청하지만, 몇시간이 지나도 잠이 들지 못하고 결국은 일어나버린다. 도대체 언제 잠을 자야 하는 건가. 그래서인가. 눈을 뜨는 일이 힘들다. 눈이 매말라오고, 마른 눈을 뜨고 있기 힘들어 눈물을 흘려보지만 그 동안의 메마른 눈을 적시기에는 부족한지 금새 말라 다시 눈을 뜨기가 힘들어진다.
모든 것이 잡히지 않는다. 마른 눈을 비비지만, 뜨고 있는 것 조차도 힘든 것이 어찌하여 앞을 볼 수 있을까. 갈수록 눈이 멀어만 가는 것 같다. 이 상태로라면 인도에 가더라도 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울면서 눈물을 흘려댄다면 그 건, 살기 위해 앞을 보기 위해 흘리는 눈물일 것이다. 나는 그런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것이 명확해 지는 제대로 눈을 뜨고 제대로 볼 수 있는 그 시간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