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09/11/17 내겐 이미 한겨울이다 (4)
  2. 2009/07/01 보이지 않는 길 (7)
  3. 2009/06/18 살만큼만 살려구요 (9)

내겐 이미 한겨울이다


가을 바람이 차다. 좋아하던 검은색 가디건을 매일 같이 입어대던 날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만 같은 데, 두툼한 오래털 파카라도 사야하나 생각이 어느사이에 드는 날이 왔다. 방심했다.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공기가 너무나 차다. 따뜻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리 빠를지는 예상 못했던 일이다.

마음이 차다. 놓아버림. 인정해버림. 그만한 것들은 무신경스럽다. 무신경스러워지지 않게 모든 것들을 놓치 않으려 괴기스럽게 발버둥치다 보니, 나는 어느새 괴물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기정사실화 해버려, 나를 한방에 보내버린 이. 잽으로 가볍게 때리다가 카운트 펀치. 그런데 어라, 아프지가 않다. 어찌된 일일까. 한방 제대로 맞고 넉다운이라도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눈은 열이 나는지 뻑뻑해지고 몸은 욱신거린다. 몸살이라도 오려나. 그 동안 무리했지. 쉴 때도 되었것만,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나를 더 학대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포기해버리고 싶은 스트레스. 하루에도 몇번씩 갈등하며, 이건 내가 원한게 아니야라며 하지만, 버텨야해. 이 것도 버티지 못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라며 합리화로 근근히 하루를 버텨간다. 지나고 나면 나는 성장 해 있을까.

겨울이다. 내겐 이미 한 겨울이다. 원체 겨울이라도 두꺼운 옷을 입지 않는 나는 옷을 여러겹 껴 입는다. 얇은 자켓 안에 항상 입는 건 보들보들한 스웨터. 그런데 오래 입고 있고 있던 스웨터가 없다. 너무나 허전하고 춥다. 찬 바람이 들어온다. 가슴을 애리는 겨울 바람. 올 겨울, 한 겨울 내내 많이 찰 듯 하다. 그래도 찬 바람, 막고 싶지 않아. 보들보들하고 내 온기를 지켜 줄 스웨터 마련하고 싶지 않다.

올 겨울. 난 좀 더 성숙해질 것 같다. 아니면 더 철이 없어지거나. 내겐 이미 한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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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길


돌아왔어요. 아니, 확실하진 않지만 그럴려고 하고 있어요. 순간 놓쳐버린 일상은 다시 잡기가 힘들었나봐요. 필사적으로 달려가다 서서히 멈추지 않고, 순간적으로 멈춰버리면 속도 때문에 바로 멈춰지지 않고 계속 달려나가지잖아요. 거기에 무리를 가해 더욱 멈추려고 하면, 앞으로 고꾸라져서 넘어져 다치고 말아요. 나, 생각해 봤는데 그랬던 것 같아요.

아직은 일어나기가 힘이 들어요. 있는 힘껏 달려왔던 내 길, 그 길 주변을 돌보지 않고 달려오다 주변을 잠깐 바라보려 멈추려 했던 나, 그대로 고꾸라져버렸어요. 고꾸라져 돌아왔던 길 바라보니, 엉망이네요.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어요. 그래도 여기까지에요. 좀 더 나아가는 법을 배웠으니까요. 하지만, 단 한 부분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항상 힘이 들다고 말 해왔던 것 말이에요.

금방 다시 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돌아왔던 길 돌아보니, 제대로 된 것 하나 없기에 그처럼 빠듯하게 달리면 안될것 같아요. 나도, 주위도 돌보면서 달려야 할 것 같아요. 이젠. 사실, 자신은 없지만 노력은 해보려구요. 변할거라는 나, 아직은 정말 자신은 없어요.

ps. 지금까지 달아주신 글들에 대해 댓글은 달지 않을게요. 미안해요. 무슨 말이든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대신, 지금부터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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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큼만 살려구요

2008, India.

살만큼만 살려구요. 아득바득 살고 싶지는 않아요. 참, 나라는 사람 소통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에요. 좋게 좋게 넘어가고 싶지만, 그 것이 되지가 않아요. 그래서 그냥 무시해버려요. 그게 손해라고도 딱히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돌아오는 건, 변질되버린 내 자신이었어요. 스스로 보는 내 자신이 변질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의해서 변질되어 버려 다시 내게 돌아오고 말아요. 몇 번이고 반복 되었지만, 난 나를 타인으로부터 방어하는 법이 아직도 서투른 것 같아요. 어쩌면 타인과 관계할 줄 모르는 것일지도.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참 힘들어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선이며 자존심이며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으니까. 그런걸 사회성이 떨어진다고들 말하는 데, 좋지 않아요.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어딘가 부족한 장애인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또 다른 형태의 장애인. 사회가 이상적으로 성숙해지지 않는 한 그런 소수자는 언제나 자의든 타의든 구조적이든 배척되어 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영약해지지 않으면 도리어 피해를 받는 세상. 난 이런 것들이 싫어요. 난 가능하면 누구에게든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려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나의 관계 하는 법도 문제지만, 자신만을 생각하고 보다 약해서 누군가에게 쉽게 의지하고 자신의 편을 만드려는 사람들은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내가 그러지 않길 바래요. 다만, 혼자서 모든걸 감당하려 하고 주위를 의식하지 않음이 내 문제이긴 하지만.

숨어 들어가고 싶은 나날들이에요. 요즈음엔 가뿐 숨을 내쉬는 것이 고작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조차도 힘에 겨워요.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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