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바라나시.

사진을 발견하곤 야트막한 탄성을 내지었다. 이런 사진을 찍었을 줄이야. 사실 발견한지는 일주일가량 지났지만,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올릴 시간도 나질 않았던 것도 있지만, 사진의 매력에 대한 떠오르는 이미지가 뚜렷하지 못해 어떤 글을 함께 적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방금 사진을 다시 보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데쟈뷰와 같은, 어느 영화에서나 보았던 장면 같았다. 떠오르는 영화는 원스와 비포선라이즈. 원스는 아마 여자의 옆모습이 얼핏 원스의 여주인공 옆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찍혀진 남녀 둘 다 인도 사람이 아닌 여행객이라는 점에서 물론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겠지만 낯선 곳에서 만남의 비포선라이즈가 떠올랐다.

몇년 전, 첫 여행에서 만난 형이 있었다. 그 형과 난 재미난 에피소드(2007/11/25 - [travel/05-06 india, nepal] - 인도 남부 고아와 소심한 체코 친구의 마약 사건) 도 만들고 죽이 아주 잘 맞았었다. 바라나시 강가에서 혼자 있던 형에게 말을 건네 함께 얼마동안 여행을 함께 했다. 많은 장난과 얘기들을 나누었는데, 기억나는 말이 있었다. 우스개반 진담 반이었겠지만, 비포선라이즈의 로맨스를 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 당시엔 비포선라이즈의 영화를 보지 못해서 무슨 말인지 잘 알지는 못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비포선라이즈를 보고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됐다.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의 로맨스. 에로가 아닌 정말 로맨스. 서로의 몸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상관없이 하룻밤 사이에 감정의 시작, 설레임부터 중독, 아쉬움, 슬픔, 기쁨, 즐거움 등 남녀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다 일어나는 그런 로맨스. 긴 시간동안의 연애의 감정이 단 하룻밤에 응축되어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그런.

여행에 돌와서 비포선라이즈를 보고 난 후, 나 또한 그런 로맨스를 꿈 꿨다. 여행지에서 낯선이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어딘가로 향하는 기차, 버스 안에서 만난 이에게 같이 내리지 않겠냐는 말을 건네는. 그런 비포선라이즈 로맨스. 하지만 그런 로맨스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보다는 외로이 여행하는 것이 아직은 더 좋다. 그런 로맨스를 한다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영화에서만큼 로맨틱하지 않을 것만 같기도 하고.

사진을 다른 곳에 올려봤는데, 반응이 썩 좋지는 않다. 난 정말 멋진 사진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이런 사진이면 반응이 좋지 않고, 예상외로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진은 반응이 좋더라. 내가 사진 보는 눈이 없는건가.


+ 형이 고아의 클럽에 갔던 건, 그런 로맨스를 그리던 거였을까? 어찌됐던 한 동양 남자는 신나게 물 먹고 왔다. 여자들이 말을 건 이유는 고작 "담배 좀 있어? 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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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丹良 2009/09/06 20: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인도 바라나시...!!
    뷰파인더속 곳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의 주름과 눈빛이 생각납니다.
    잘 봤습니다.....

  2. 서울비 2009/09/06 21: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시선,

    사진 좋은데요!

    • marihuana 2009/09/07 10:08  address  modify / delete

      분명 알고 찍었을테고, 확인도 했지만
      잊고 있었어요.
      순간의 시선을 잡았다는게 짜릿하네요.

  3. 연구소장 안동글 2009/09/06 21: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사진 느낌있네요 +_+
    저 뒤에 찍히신 남자분 왠지 훈남 느낌 물씬 ☞☜ ~

  4. 사진의미학 2009/09/06 22: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인도는 언젠가는 가봐야 할 곳인데 말이죠.
    잘 구경하고 갑니다.

    • marihuana 2009/09/07 10:08  address  modify / delete

      인도, 정말 좋은 곳이에요.
      제 여행의 시발점이 된 곳.
      하지만, 종착점이 될 수도 있을 그 곳이에요.

      꼭 가보세요.

  5. 이도공간 2009/09/08 01: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가 보기에는 사진 아주 좋습니다.
    사진기를 바라보는지, 여자를 바라보는지 모를 남자의 애매한 시선도 좋구요,
    두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여자의 흐릿한 형체도 여운을 남깁니다.
    모호한 배경과 어우러진 아우라가 있습니다.


요즘 훔쳐 찍거나 찍다가 걸린 이야기를 몇번 썼다. 풍경이 아닌 사람을 찍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피사체를 삼아 찍는 것은 그 사람의 동의를 얻음으로써 성립이 된다. 하지만 찍는 상황으로 인해 candid 사진을 찍거나 보도 사진, 여행 사진을 찍을 때면 동의를 얻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기자들 같은 경우에는 보도 목적의 사진을 찍는 경우에는 초상권이라던지에 대한 문제는 일반인들보다는 덜 하다. 과거 매체가 발달하지 못했을 때는 초상권과 같은 문제가 그리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발달로 초상권의 사회적인 문제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또 다른 사진 찍기에 대한 문제는 찍는 사진가의 목적에 맞게 상황이 변질되고 왜곡 된다는 것이다. 사진의 피사체가 자신이 된다면 상관 없지만, 노숙자를 찍어놓고 제목에 '고단한 삶' 이라던지, 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하는 사진 찍기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는 사진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졌다.

이런 거리 사진과 같은 Candid 사진 찍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사진을 찍고 나서 찍히는 사람이 화를 내 수난과 면박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음 속에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정말 냉담한 성격을 가지고 있거나 만약 면박을 당하더라도 그 상황을 낙천적으로 모면할 수 있는 성격의 사진가들이 좋은 Candid 사진을 찍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Candid 사진을 찍는 일은 이처럼 힘들다. 이는 매체의 발달이 사진사에 의해 변질되고 왜곡된 목적의 쉬워진 유통경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 인심이 각박해 진 것이다. 그러나, 매체가 발달하지 못해 사진의 해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 외국의 경우에는 Candid 사진 찍기가 수월하다. 그것은 비단 매체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이 사진 찍는 것에 대해서는 신기하거나 좀 더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인도 같은 경우는 인도인들이 워낙 사진 찍히기를 좋아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진가들이 인도를 찾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도 같은 경우도 문명과 매체에 대해 깨친 지식인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내 경험에서 보자면 이른 바라나시 아침에 가트에 나가 사진을 찍는 데, 가트에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한다. 딱히 내가 어떤 여성을 클로즈업 해서 찍어대고 있지 않고, 광각으로 넓게 가트 풍경을 찍고 있었음에도 어느 남자가 다가와 왜 우리나라 여성들을 찍냐고 찍어가서 니네 인터넷에 올리려고 하느냐, 무슨 목적이냐면서 내게 면박을 주는 일이 있었다. 나는 사진을 찍는 학생이라고 나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고 너희들 문화를 알고 알리려는 것 뿐이라고 대답을 하고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 상황에서 예전에는 인도여성 사진을 잘 못 찍으면 몰매 맞았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 조심스럽게 얘기를 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나는 좀 의기소침 해졌다. 사진을 찍을 마음이 도무지 들지가 않았다. 지금 사진 폴더를 보면 그 일이 있고 난 후, 사진이 그 전보다 사진의 수가 많이 줄어든 것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자연스런 Candid 사진 찍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럴 때, 나는 어떠해야 하는가. 면박 당할 일을 두려워하며 사진 찍기를 머뭇거려야 하는가. 찍고 싶은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데 말이다. 요점만 말하자면, 난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내 친구의 얘기를 빌려보자. 친구가 시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어느 아주머니에게 왜 찍냐며 수난을 당하면서 뺨을 한 대 맞았다고 한다. 원래 성격이 있는 친구라 나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이 친구가 거기서 대판 싸웠겠구나 했는데, 어쩐일로 그 아주머니에게 웃으면서 "다른 쪽 뺨도 맞으면 사진 찍게 해주실래요?" 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친구의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웃고 말았다고 한다. 얘기를 듣고 그 친구에게 뺨까지 맞았는데 화나지 않났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너무 화가 났지만, 그렇게 행동 했다고 대답했다. 친구는 불리하던 그 상황을 자신이 원하는 상황으로 이끌어 나간 것이다.

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그런 임기응변의 지혜와 용기가 나왔을까. 언제나 사진 찍기가 두려워지는 순간이면 친구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상황을 변질시키고 왜곡시키고 피사체를 해할 목적이 없이 단순히 Candid 사진이 목적이라면, 내가 원하는 상황으로 만들어가자. 아무리 각박해졌다 하더라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라는 옛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 다음에는 '교감이 교차하는 그 순간' 이라는 주제로 비슷한 맥락에서 이 글에 이어 써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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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석짱 2009/01/28 16: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친구분의 이야기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도 사진을 좋아해서 가끔은 그런 캔디드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솔직히 요즘처럼 사진에 찍히는 거에 대해서 사람들의 반응이 냉담하고 공격적인 것을 보면 의기소침해져서 찍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더라구요;;; 그런부분을 극복하기란 어찌보면 사진을 찍는 일보다 더 어려운것 같아요 ㅠ_ㅠ

    • marihuana_ 2009/01/29 18:44  address  modify / delete

      그렇죠. 저도 대단하다고 느껴요.
      어디서 그런 순발력이 튀어나왔는지, 참.

      저도 캔디드 찍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가끔은 광각으로 뷰파인더를 보지 않고 찍어요. :)
      구도가 엉망일 때가 많죠. 흐흐

  2. petite 2009/01/28 17: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친구분 대단하시네요..
    candid 사진을 맘에 들게 제대로 찍기도 어렵거니와
    그런 문제도 있겠군요.
    전...생각해보니 맘에 들었던 candid 사진은 한개도 없는 듯해요..

    흠..................... 시도해보고 싶은데 전 친구분처럼 당당하게 말할 용기가 없어서..;ㅁ;

    • marihuana_ 2009/01/29 18:45  address  modify / delete

      흐흐..
      쉽지 않죠. 제 친구처럼 말하기란.
      특히 다른 곳도 아니고 뺨을 맞았는데
      자존심에 금이 와자작 누구나 열 받죠. 이성도 잃고..

      찍고 싶으면 마음을 먹고 찍어보세요.
      어렵지만, 자꾸 하다보면 나아지겠죠?
      대응도 더 늘고 말이에요. :)

  3. 라인마인 2009/01/29 05: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음.. 저는 사진찍는 쪽은 잘 모르니까.. 찍혀본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요.

    어렸을 때는 가끔 모르는 분들이 사진을 찍으실 때, 오히려 장난치면서까지 환하게 웃었었던 걸로 기억해요.
    어려서 그랬을까요;; 아무튼 고등학교 때 이후로는 전~~혀 모르시는 분이 사진 찍으려고 하셔서 저도
    몇 번이나 당황했던적이 있었어요. 마리화나님 말씀대로라면, 그 분들도 사실은 저를 찍으시려고 했던게 아니라
    아마 사진을 찍으려고 하신 걸텐데 말이죠. 한 번은 허락까지 물으신 분이 있으셨는데도 거부하게 되더라구요.
    마리화나님 글을 읽고 보니.. 반성을 해야 하나 싶군요 ㅠ_ㅠ;;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활성화된 인터넷 매체가 가지는 부정적인 측면에서부터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해야할까요.
    일단 순간적으로 반응하게 되는거죠. '아니 왜 찍는거야??!! 찍은 걸로 무얼하려고?!!!' 뭐 이런 생각이랄까요.. ^ㅁ^;;

    • marihuana_ 2009/01/29 18:48  address  modify / delete

      아, 제 생각에는 라인마인님을 찍기 위해서 였을 것 같아요.
      그 사진가에겐 매력적인 피사체로서 보였으니까
      찍으려 했겠죠? 와, 그런 경험이 있으시다니 라인마인님이
      궁금하군요. :)

      근데 굳이 반성할 것까진 없을 것 같아요.
      뭉글뭉글하게 넘어가면 좋지만,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까요.
      나쁜 의도가 없다면, 어디에 올릴 것인지 어떤 용도인지
      왜 자신을 찍으려고 하는지 물어보신 다음에 괜찮으시면
      촬영 허가를 해드려도 괜찮을 것 같아요.

    • 라인마인 2009/02/08 23:29  address  modify / delete

      제가 좀.. 절대 예쁜 것과는 거리가 멀고 먼..
      독특한 피사체일거에요 아마? 쿠쿡 :)

      좋아요. 반성은 넘겨두고, 다음엔 대화를 일단 시도해
      보아야겠군요. 뭐 또 그런일이 생긴다면 말이죠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베나레스 대학 내, 어느 풍경)

바라나시에 있을 때, '그들(2008/06/28 - [travel/07-08 india] - 인도, 바라나시 갠지스 강가에서 한일전 편 참고)'과 바라나시의 베나레스 힌두 대학에 갔었다. 인문학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름 나도 대학생이고 인도의 대학교와 분위기와 학생들은 어떨지 궁금했다라고 하면 멘트용이고, 사실은 우리 또래의 팔팔한 인도 여대생들을 구경하러 갔었다. 거리에선 예쁜 인도 여자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혹.. 젊음과 열정이 넘치는 대학에 가면 매력적인 인도 여대생을 볼 수 있을까 해서..

뭐, 가본 결과 대학은 겁나게 넓어 걸어다니느라 힘 빠지고 이쁜 인도 여대생은 못 봤다는거. 그리고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만 먹어대고, 너무 학교 안을 깊히 들어가서인지 다시 나올 때도 엄청나게 걸어서 힘들게 나왔다. 아, 소득도 없이..

그래도 베나레스 대학을 가본 결과, 우리나라 대학 처럼 큰 건물은 보기 힘들고 작은 건물들이 엄청나게 넓은 부지에 듬성듬성 있던 것,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통학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건데. 크흐흣..

목적을 가지고 갔는데, 달성도 못하고 힘만 뺐다. 근데, 인도 여자들 세계적으로 예쁘다고 하는데 나는 사실 모르겠다. 이제것 인도 여행을 하면서 한번도 예쁘다고 생각한 인도 여자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내가 볼 땐, 역시 한국 여자가 제일 예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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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옴 2008/07/14 12: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후아~ 길 너무 좋다아.. 마냥 걷고싶고, 호흡하게 만드는

  2. 산골소년 2008/07/20 00: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한국여자가 제일 예쁜것 같아요..
    참한섹시구해서 인도 여행 떠나고 싶어요. ^ ^

    • marihuana 2008/07/26 14:36  address  modify / delete

      산골소년님, 오랜만이에요. :)
      흐흐.. 지금 전 인도인데.. 아 힘듭니다.
      덥기도 하고 습해서.. 흐흐

      얼른 참한 섹시 구하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