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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7 낮술 (4)

낮술


"한잔 받아, 이 새끼야~"
"여자가 걔 뿐이냐~ 형이 하나 소개 시켜줄게~"
"니가 뭘 알아, 이 새끼야. 넌 몰래 개새끼야"
"야~ 됐고 한잔 받아"
"나이트나 가자~ 먹고 죽어블자~"

술, 여자. 그리고 ?

남자라면, 거절할 수 없는 술과 여자. 그리고 또 한가지, 욕설. 남자들이 모여 술 자리를 가지면 난무하는 욕설과 여자 이야기. 즉, 음담패설. 남자들 전부가 그렇지 않는다 해도, 대부분의 남자라면 인정할만한 공통된 코드다. 이런 자리에 여자가 있다면, 저질이니 변태니 온갖 추잡한 말들로 남자를 혐오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남자들의 코드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남자들은 이야기를 하려면 갈 곳이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만났다하면 술 집으로 향하는 것이 그 이유. 술이 없으면, 진솔한 이야기도 추잡한 음담패설도 깊이있게 하지 못한다. 여자들이야 카페, 헤어샵, 집 등 편한 장소들이 널렸지만, 남자들에겐 그런 장소들은 거리를 느끼게 해주는 불편한 장소다. 사소한 대화라도 술 한잔이 있어야 하고, 진솔한 얘기라면 더더욱 술이 있어야 한다. 즉, 남자들에게 술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남자들이 대화의 반 이상에서 쓰는 단어가 온갖 욕설에 여자 이야기인 것은 남자들이 저질이며 변태여서가 아니다. 단순히 숫컷의 성적 본능에 따름이고, 욕설은 그들이 소통하는 또 다른 언어일 뿐이다. 그러니 온갖 추접스러운 말들이 떠다니는 것은 그들이 말 그대로 그런 것이 아니라, 친분과 친근함을 표현하는 그들만의 표현이고 놀이인 것이다. 다만, 이런 남자들만의 언어를 여자들에게도 쓰는 것은 문제가 분명히 있다.

술, 여자, 욕설. 이 세가지가 모두 들어가 있으면 남자들의 놀이는 최상의 놀이다. 세가지 중 한가지가 빠져도 괜찮다. 그러나 미묘하게도 불편하며, 균형이 맞지 않기도 하다.

요즈음 남자 친구들을 만나면 내게 이 세가지 중 한가지가 빠져있다. 바로 술. 언젠가부터 술이 입에 붙지 않아 잘 마시지 않게 됐다. 그런 이후엔 뭐랄까, 어느정도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는 대화만 하게 된 것 같다. 함께 하는 친구들이 취해서 어떤 얘기도 자주 하는 반면에 나는 그러지 않는 것. 그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뭔가 버무러져서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약간 둥 떠있다고나 할까. 이런 내 생각이 맞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느낌은 그렇다.

"야~ 한잔 받아~"
"나, 차 가지고 오고 몸도 안좋아서.."
"술 좀 마셔야~ 빼지 좀 말고~ 섭섭하다~"

그리고 대화와 술잔은 다른 이에게로 향한다. 이 것이 내가 술로 인해서 안고 있는 문제다. 남자들에겐 술이란 대화를 하기 위한 필연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거부하기엔 유독 대가가 너무나도 큰 것이 우리 사회 남자들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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