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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22 레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마당 (4)
- 2009/09/20 레 가는 길 - 사추에서 본 소 (10)
- 2009/09/18 레 가는 길에 스치다 (2)
레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마당
travel/08 India 2009/09/22 23:40
레에서 나의 게스트하우스는 벽의 페인트칠도 채 못한 곳이었다. 공사가 끝나지 않아 마무리 되지 않은 외관은 투박했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아직 사람이 많이 거치지 않아 내부는 너무나 깨끗했다는 점이다. 내가 묵었던 방도 방을 구하다 못해 이 곳까지 올라온 소수가 거쳐간 곳이었다. 바닥엔 카페트가 깔려 있었고, 침대는 여행하는 동안 침낭 없이 자도 괜찮았던 유일한 곳이었다. 시트는 너무나 깨끗했고, 건조하고 내려쬐는 레의 햇빛에 세균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무균. 인도 여행하는 동안 가난한 배낭여행객이 호화 호텔 말고 이런 시트를 만날 수 있을까.
또, 하나 좋았던 점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들어서면 보이던 작은 잔디밭의 테이블과 의자와 꽃, 그리고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던 메인 건물의 입구. 왠지 어울리지 않을 법하지만, 묘하게도 조화스럽다. 이질적이지가 않았다. 단순히 내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거치는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냥 마치 자연스럽게 내 집처럼 들어와 내 방으로 바로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외출을 하기 위해 나서고 들어서면 게스트하우스의 가족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거나, 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딸은 어리지만 예쁘게 생겨 동행 중 한명이 꽤나 이뻐했던 것 같다.
레의 이름 없던 게스트하우스. 레가 더 좋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이유. 다시 가게 될 땐, 많은 여행자들에게 소문이 나고 많은 이들이 다녀가 흔적과 때가 묻어 있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다시 들리고픈. 회색의 벽, 초록빛 작은 잔디밫과 정원, 파란색의 입구색의 게스트하우스. 이름은 없어도 내 기억에는 뚜렷하다.
레 가는 길 - 사추에서 본 소
travel/08 India 2009/09/20 18:39
지프를 다고 레에 가려면, 하룻밤을 묵고 넘어간다. 새벽시간에 출발하여 쉴새없이 달려 꼬박 하루만에 레에 도착하는 버스와는 달리 지프는 몇명이 모여서 타고 간다. 주로 레에서 마날리로 넘어 온, 지프차량을 물색하여 넘어간다. 나와 일행은 마날리에서 만난 한국인 형과 함께 지프로 가게 됐다.
아침에 출발하는 지프는 하루종일 달려도 레에 다다르지 못한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레 가는 중에 하룻밤을 묵고 가야 한다. 어느 길이나 그렇듯 길이 열리고나면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머무르기 좋은 곳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레 가는 길, 묵어가는 그런 곳이 바로 사추였다.
사추에서 하룻밤을 묵기 위해 어둠이 내리 깔리기 전까지 잠간 동안의 빛이 있는 여유가 있었다. 멀리는 가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 볼 정도의 시간의 여유였다. 주변은 온통 벌판이었고 그 뒤엔 산이 둘러쌓고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건 그다지 없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눈에 익은 누런빛의 소. 슬쩍 다가가 보았지만, 누렁이라고 불릴만한 모습을 가진 녀석은 아니었다. 왠지 사나울 것만 같았던 눈매와 뿔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누렁이의 선량해 보이는 눈망울이 아니었다. 그래도 왠지 이질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누런빛만으로도 보아오던 누렁이와 같은 동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느새 하늘과 맞닿은 사추가 금방 날이 저물었다. 해는 서쪽 산 너머로 넘어갔고 어둠은 금새 짙게 내리깔리기 시작했다. 어둠은 모든 것을 집어 삼켜 아무것도 볼 수 없게 했다. 빛이라고는 천막에서 새어나오는 조그만 빛 뿐이었다. 나는 허름한 천막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사추, 동질감이라고는 느끼지 못할 것만 같은 그 곳에서 사소하지만 나는 누런 소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레 가는 길에 스치다
travel/08 India 2009/09/18 01:10
레 가는 길에는 많진 않지 않은 사람들을 만난다. 아니, 스친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난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1초의 인연도 되지 못한 사람들. 그들이 누구인지도, 어디에 사는지도, 어떤 인종인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건, 오로지 그들의 형태와 그들 뒤에 펼쳐진 '레 가는 길' 의 풍경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아쉽거나 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얼굴조차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지나가버린 그들이었다 하더라도, 순간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나는 '순간의 인연' 을 소중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지구, 우주 자체에서 내 존재는 얼마나 깨알같을까. 그리고 사람 하나하나, 사물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존재 자체가 미세하여 존재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정말 우스운 일이다.
그럼에도 하나하나의 존재는 위대하여 경이롭다. 너무나도 짧아, 어디가서 내 입으로 이건 '인연' 이었어 라고 말하면 쪽팔림을 면치 못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게는 소중한 인연이다. (그래서 나는 말 보다 글이 좋다.) 내 머리로는 도저히 계산도 되지 않는 확률로 그들을 스쳐지나 갔다는 것 서로를 느끼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속에 있었다는 것. 어찌 소중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 있을까. 너무나도 신비스러운 일이다.
사소한 인연 하나에 경이로움과 신비함, 그리고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반대로 그런 마음들이 일어나고 품는 일은 세상이 왠지 더 살아갈 가치가 있는 곳처럼 느껴진다. 나로서는 그런 것들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마음으로는 왠지 이해가 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보면 사람의 가슴, 마음이라는 것은 어쩌면 논리와 이성을 뛰어 넘은 그 이상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말하는 이성과 논리라는 것은 어찌보면 인간으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의 '대논리' 속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생각. 문뜩 든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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