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에 해당되는 글 20건

  1. 레 가는 길 - 장엄한 산 앞에 서면 (6) 2009/10/01
  2. 레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마당 (4) 2009/09/22
  3. 레 가는 길 - 사추에서 본 소 (10) 2009/09/20

장엄한 산 앞에 서면, 할 말을 잃는다.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이 세상에 없다. 인간의 눈으로도 다 채울 수 없는 것이 산이고, 마음에도 쉬이 담을 수 없는 것이 산이다. 한 없이 초라해짐을 느끼고, 나약함을 느낀다. 그리하여 얻어지는 것이 있다면 세상에 대한 겸손함이며 앞으로 살 인생에 대한 짧은 성찰이다.

예로부터 성인이며 현자며, 우리나라의 선비는 산을 가까이 두고 살았다. 이들은 산을 가까이 두며 산을 닮으려 했고, 산에게 무엇이든 묻고 답을 얻으려 했다. 산은 말이 없지만, 어느 순간 답을 기꺼이 내어준다. 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치고 마음이 선하지 않은 사람 없고, 마음 가짐이 바르지 않은 사람이 없다. 현인이며 선비며 의로운 이들이 모두 산을 가까이 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산은 스승이요, 만물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산은 그 모습이 장엄할수록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성찰하게 만든다. 그러니 라다키들은 어떠할까. 감히 눈에도 담을 수 없는 산들을 끼고 한 평생을 살아간다. 눈을 뜨면 먼저 보이는 것이 하늘 높이 솟아있는 산이고, 잠이 들 때도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산이다. 이들이 세상 앞에서 겸손하고 욕심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하면 필연일지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미약한 존재를 느끼면서 자라나는 라다키들. 어찌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는가.

티벳인들은 일생에 꼭 이루고 싶은, 이루어야 할 것이 성지순례이다. 카일라스산과 라싸로 가는 순례길. 어디에서 시작하던지 성지까지 가는 험난한 길을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하며 간다. 가는 길에 자갈밭이 나와도 그냥 지나는 법 없이 삼보일배를 하며, 물가가 나와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삼보일배를 하지 못하는 깊은 물가나 낭떨어지 등과 같은 지형이 나오면 거리를 계산하여 미리 삼보일배를 해 놓는다. 이들이 자신의 몸을 세 걸음에 가장 밑까지 낮추어 산 앞에, 자연 앞에 엎드리는 것은 그들 곁에 있는 산 떄문이다.

티벳인들이나 라다키들이나 세계에서 제일 높은,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우는 하늘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그런 이들이 어찌 남의 것을 탐하거나 해를 입이거나 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산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고, 미약한 존재임을 일찍이 깨달은 사람들이다. 어찌보면 인간이 가장 이해하고 깨달하여 할 것을 미리 깨달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면 그들이 성인이며, 현자가 아닐까.

나라는 사람이 그들에 미치려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어쩌면 평생을 살아도 그 곳에서 막 자라난 아이만도 못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래도 다행이라면 잠시나마 그들이 일생을 두고 사는 그 곳에, 그들이 가까이 하는 그들의 산 앞에 서서 겸손해지며 짧은 성찰, 거룩한 마음을 잠시나마 가지고 지금 이 순간 다시 기억과 느낌을 되새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마움, 감사함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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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怡和 2009/10/01 12: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장엄한 자연의 앞에서는 제 자신이 한없이 작아보이네요.
    저도 네팔에서 히말라야에 올랐을 때도 그런 느낌이 팍팍 들었죠. 역시 자연은 위대한 것 같아요.^^

    • marihuana 2009/10/02 22:58  address  modify / delete

      저도 네팔 히말라야에 갔는데,
      abc 를 할 생각이었는데 당시에 컨디션이 좋지가
      않아서 푼힐코스로만 다녀왔어요. :)

  2. meru 2009/10/01 17: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정말 할 말을 잊게 만드는 광경이네요...

  3. ㄱㅏ람 2010/02/04 22: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그래요 ㅎㅎㅎㅎ
    레로 가는 길에 만난 그 장엄한 산들을 보며
    자연히 숙연해지면서
    그 감동이 잊혀지지않네요
    이곳을 터전으로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내내 생각하기도했구요
    감동입니다


레에서 나의 게스트하우스는 벽의 페인트칠도 채 못한 곳이었다. 공사가 끝나지 않아 마무리 되지 않은 외관은 투박했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아직 사람이 많이 거치지 않아 내부는 너무나 깨끗했다는 점이다. 내가 묵었던 방도 방을 구하다 못해 이 곳까지 올라온 소수가 거쳐간 곳이었다. 바닥엔 카페트가 깔려 있었고, 침대는 여행하는 동안 침낭 없이 자도 괜찮았던 유일한 곳이었다. 시트는 너무나 깨끗했고, 건조하고 내려쬐는 레의 햇빛에 세균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무균. 인도 여행하는 동안 가난한 배낭여행객이 호화 호텔 말고 이런 시트를 만날 수 있을까.

또, 하나 좋았던 점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들어서면 보이던 작은 잔디밭의 테이블과 의자와 꽃, 그리고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던 메인 건물의 입구. 왠지 어울리지 않을 법하지만, 묘하게도 조화스럽다. 이질적이지가 않았다. 단순히 내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거치는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냥 마치 자연스럽게 내 집처럼 들어와 내 방으로 바로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외출을 하기 위해 나서고 들어서면 게스트하우스의 가족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거나, 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딸은 어리지만 예쁘게 생겨 동행 중 한명이 꽤나 이뻐했던 것 같다.

레의 이름 없던 게스트하우스. 레가 더 좋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이유. 다시 가게 될 땐, 많은 여행자들에게 소문이 나고 많은 이들이 다녀가 흔적과 때가 묻어 있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다시 들리고픈. 회색의 벽, 초록빛 작은 잔디밫과 정원, 파란색의 입구색의 게스트하우스. 이름은 없어도 내 기억에는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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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휴학남 2009/09/23 01: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왠지 분위기는 유럽 어딘가 같군요.

  2. 우쓰라 2009/09/27 17: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니, 정말 여기가 인도의 레란 말입니까?+ㅅ+;
    하늘은 높고 푸르지만, 건물은 왠지 낡고 고색창연한 것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더더욱 레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네요^^


지프를 다고 레에 가려면, 하룻밤을 묵고 넘어간다. 새벽시간에 출발하여 쉴새없이 달려 꼬박 하루만에 레에 도착하는 버스와는 달리 지프는 몇명이 모여서 타고 간다. 주로 레에서 마날리로 넘어 온, 지프차량을 물색하여 넘어간다. 나와 일행은 마날리에서 만난 한국인 형과 함께 지프로 가게 됐다.

아침에 출발하는 지프는 하루종일 달려도 레에 다다르지 못한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레 가는 중에 하룻밤을 묵고 가야 한다. 어느 길이나 그렇듯 길이 열리고나면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머무르기 좋은 곳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레 가는 길, 묵어가는 그런 곳이 바로 사추였다.

사추에서 하룻밤을 묵기 위해 어둠이 내리 깔리기 전까지 잠간 동안의 빛이 있는 여유가 있었다. 멀리는 가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 볼 정도의 시간의 여유였다. 주변은 온통 벌판이었고 그 뒤엔 산이 둘러쌓고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건 그다지 없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눈에 익은 누런빛의 소. 슬쩍 다가가 보았지만, 누렁이라고 불릴만한 모습을 가진 녀석은 아니었다. 왠지 사나울 것만 같았던 눈매와 뿔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누렁이의 선량해 보이는 눈망울이 아니었다. 그래도 왠지 이질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누런빛만으로도 보아오던 누렁이와 같은 동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느새 하늘과 맞닿은 사추가 금방 날이 저물었다. 해는 서쪽 산 너머로 넘어갔고 어둠은 금새 짙게 내리깔리기 시작했다. 어둠은 모든 것을 집어 삼켜 아무것도 볼 수 없게 했다. 빛이라고는 천막에서 새어나오는 조그만 빛 뿐이었다. 나는 허름한 천막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사추, 동질감이라고는 느끼지 못할 것만 같은 그 곳에서 사소하지만 나는 누런 소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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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0 19: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2. 계란군 2009/09/20 22: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사진 참 멋지네요. ^^

  3. 휴학남 2009/09/21 22: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소가 참 멋진 곳에 살고있군요.

    아.. 갑자기 부러워지는...;;

  4. 샨티퀸 2009/09/22 21:5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래된 미래, 라다크가 그립네요. 가보지도 않고 그립네요 :)

    • marihuana_ 2009/09/22 23:41  address  modify / delete

      오래된 미래. 읽어 보셨나요?
      책과는 많이 달라요. 그래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이라도.. :)

  5. 샨티퀸 2009/09/23 13: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네네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같아요. 여행의 자세에 대해 가장 많이 공부하게 된 책인거 같아요. 현지인들이 느낄 상대적인 박탈감 같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