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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07 아그라 가는 버스에서 만난 남자 (4)
이렇게 좋은 사진이 있었을 줄이야
travel/07-08 india 2009/09/06 20:04
사진을 발견하곤 야트막한 탄성을 내지었다. 이런 사진을 찍었을 줄이야. 사실 발견한지는 일주일가량 지났지만,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올릴 시간도 나질 않았던 것도 있지만, 사진의 매력에 대한 떠오르는 이미지가 뚜렷하지 못해 어떤 글을 함께 적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방금 사진을 다시 보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데쟈뷰와 같은, 어느 영화에서나 보았던 장면 같았다. 떠오르는 영화는 원스와 비포선라이즈. 원스는 아마 여자의 옆모습이 얼핏 원스의 여주인공 옆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찍혀진 남녀 둘 다 인도 사람이 아닌 여행객이라는 점에서 물론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겠지만 낯선 곳에서 만남의 비포선라이즈가 떠올랐다.
몇년 전, 첫 여행에서 만난 형이 있었다. 그 형과 난 재미난 에피소드(2007/11/25 - [travel/05-06 india, nepal] - 인도 남부 고아와 소심한 체코 친구의 마약 사건) 도 만들고 죽이 아주 잘 맞았었다. 바라나시 강가에서 혼자 있던 형에게 말을 건네 함께 얼마동안 여행을 함께 했다. 많은 장난과 얘기들을 나누었는데, 기억나는 말이 있었다. 우스개반 진담 반이었겠지만, 비포선라이즈의 로맨스를 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 당시엔 비포선라이즈의 영화를 보지 못해서 무슨 말인지 잘 알지는 못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비포선라이즈를 보고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됐다.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의 로맨스. 에로가 아닌 정말 로맨스. 서로의 몸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상관없이 하룻밤 사이에 감정의 시작, 설레임부터 중독, 아쉬움, 슬픔, 기쁨, 즐거움 등 남녀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다 일어나는 그런 로맨스. 긴 시간동안의 연애의 감정이 단 하룻밤에 응축되어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그런.
여행에 돌와서 비포선라이즈를 보고 난 후, 나 또한 그런 로맨스를 꿈 꿨다. 여행지에서 낯선이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어딘가로 향하는 기차, 버스 안에서 만난 이에게 같이 내리지 않겠냐는 말을 건네는. 그런 비포선라이즈 로맨스. 하지만 그런 로맨스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보다는 외로이 여행하는 것이 아직은 더 좋다. 그런 로맨스를 한다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영화에서만큼 로맨틱하지 않을 것만 같기도 하고.
사진을 다른 곳에 올려봤는데, 반응이 썩 좋지는 않다. 난 정말 멋진 사진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이런 사진이면 반응이 좋지 않고, 예상외로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진은 반응이 좋더라. 내가 사진 보는 눈이 없는건가.
+ 형이 고아의 클럽에 갔던 건, 그런 로맨스를 그리던 거였을까? 어찌됐던 한 동양 남자는 신나게 물 먹고 왔다. 여자들이 말을 건 이유는 고작 "담배 좀 있어? 불 있어?"
아그라 가는 버스에서 만난 남자
travel/08 India 2009/05/07 12:10
난 아그라가 싫다. 왠지 모를 불쾌한 분위기와 느낌. 첫 인도의 여행에서 제일 싫었던 곳이 아그라였다. 그래서 다시 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번째 인도행에서는 인도에 처음가는 타지마할을 보지 못한 친구들과 함께여서 아그라에 다시 갈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난 아그라에 가고 싶지 않았다.
아그라로 떠나던 날은 찬디가르에서 돌아온 직후 였다. 아주 깊은 새벽에 델리로 도착 해, 버스과 택시를 알아봤지만 여유치 않았고 우리는 결국 새벽녘에 출발하는 로컬 버스를 탈 수 밖에 없었다. 그 버스는 말이죠. 정말 incredible! india! 를 외칠 수 밖에 없었던 버스 였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려고 한다. 정말 아껴두었다가 풀어놓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정도로. 로컬 버스도 여러번 타봤지만, 정말 incredible 했던 로컬 버스.
아무튼 그 버스를 타고 잠을 자지 못하고 찬디가르에서 델리, 델리에서 아그라까지 배낭을 계속 짊어지고 다녀 피로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그런 버스 에서도 잠이 들고 말았다. 이렇게 계속 말하니, 정말 궁금해지지 않을까 싶다. 아그라로 가는 도중에 여러번 깻지만, 눈을 뜨지는 않았다. 너무나도 피곤에 쩔어 있었고, 눈을 뜨는 것조차도 귀찮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날이 밝아 눈을 뜰 수 밖에 없었고, 버스 밖 아침 풍경은 너무나도 싱그러웠기에 잠에서 깼다.
피곤했지만 저절로 떠진 눈으로 난 버스 밖 풍경과 바람, 공기를 실컷 느꼈다. 그리고나자 버스 안이 궁금해졌어요. 덜컹 거리는 버스 안을 둘러봤고, 난 여러 사람들을 발견 했다. 막 잠에서 깨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공기를 쐬는 사람, 아직 의자 두세칸을 차지하며 누워서 자는 사람, 잠에서 깼지만 좀 더 자려고 눈을 감고 있는 사람, 버스 안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표정들과 모습들이 버스 안에서는 존재하고 있었다. 그 때, 뒤를 돌아봤더니 좀 더 뒷 좌석 모두를 차지하며 자고 있었던 그가 깨어나 있었다. 나는 이 남자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와 나와의 거리는 30~40cm 정도. 내가 가진 카메라엔 광각렌즈가 마운트 되어 있었고,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찍기 시작했다.
무슨 마음으로 생각으로 그를 찍으려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선 찍어야 겠다는 충동이 강하게 들었고,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찍는데에 몰두 할 수 밖에 없었다. 막 일어난 그의 모습과 표정, 난 그 것들을 담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가 자신을 찍고 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폭력을 그에게 휘둘렀던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저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나에게 무언의 거절도 어떤 불쾌감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가 내게 보여준건 쑥스럽다는 듯이 어색한 미소. 그게 전부였다.
쾅.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 했다.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내 자신의 자는 모습을, 깨어나서 부시시하고 추한 모습을 찍어대는 사람을 보며 어떻게 행동했을까. 의사도 물어보지도 않고 미친듯이 찍어대는 사람을 보며, 나는 어떻게 그 사람을 대했을지 뻔하다. 과연 나는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있는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 나는 제대로 알고나 있는 것일까. 그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나는 알 수 없다. 허나, 분명하고 알 수 있는건 그는 적어도 내 앞에서 진정으로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무엇이 더 중요한걸까. 무언가 중요한걸 놓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