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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4 방 문을 열면..
  2. 2009/09/22 레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마당 (4)
  3. 2009/08/31 그 날 읽고있던 건 (2)

방 문을 열면..


여행을 하다 보면 다양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된다. 가진 것이 넉넉치 않은 배낭여행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싸면서 만족스러운 곳을 찾아 내 몸만한 배낭을 메고 발품을 판다. 지나갔던 곳을 몇차례나 지나가고 비교에 비교를 거듭한 후에야 묵을 게스트하우스를 결정한다. 그렇게 힘들게 게스트하우스를 결정하더라도 가격도 괜찮고 장소도 괜찮은 곳에 묻게 되면 뿌듯한 기분을 느낀다.

대부분은 가이드북에 나온 추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간다. 그러나 가이드북에 나온 게스트하우스는 여기저기서 추천한만큼 빈방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성수기에는 더욱. 그 때부터 발품을 팔아야 좋은 곳을 찾을 수가 있다. 하지만 그 것도 운이 좋을 경우에나 그렇다. 여행객이 붐비는 지역에서는 숙소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값 주고 묵어야 할 때도 있다.

인도를 세번 여행하는 동안 마음에 들었던 게스트하우스가 몇군데 있었다. 그 중에 한 곳이 뿌리의 조그마한 게스트하우스였다. 두 번째 인도행에서 입국한 캘커타가 마음에 들지 않아 꼬박 24시간도 머물지 않고, 뿌리로 계획없이 달려왔다. 조그만 어촌마을, 현지인들이 조그마한 배를 끌고 나가 고기를 잡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내가 보고자 했고 알고 있었던 뿌리는 딱 그 것 뿐이었다. 하지만 뿌리에 도착하고서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현지인들의 피서지였던 것을 알았고 마침 성수기였다. 가이드북에 나온 곳은 모두 All full. 예약 조차도 쉽지 않았다. 그 게스트하우스는 성수기에도 정가를 받고 있는 탓에 예약까지도 full 로 차 있었다.

꼬딱지만한 뿌리의 역에서 만난 사이클 략샤꾼이 자신이 아는 게스트하우스들을 소개 시켜 준다고 하길래 따라나섰지만 가격은 너무 비쌌고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그렇게 지칠때로 지친 몸을 이끌다가 골목에서 만난 한 남자가 자신의 게스트하우스에 와보라고 해서, 믿져야 본전인 생각으로 들어섰다. 배낭을 메고 들어서면 다른 사람을 지나가지 못할 것 같은 좁은 골목을 조금 들어가자 조그마한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방은 1,2층 모두 5개 정도. 남은 방은 입구 쪽 한개. 방을 열자 좁은 공간에 선반과 더블 사이즈의 침대가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화장실겸 샤워실.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지친 탓에 거기서 묵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짐을 풀고 방값을 선불하려고 하니 2명 값이 아니라, 1명 값이라고 했다. 어쩔까 고민을 했지만, 썩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어 그냥 묵기로 했다.

방이 그렇게 좋았던 것도, 서비스가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게스트하우스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오는 좁은 골목에 강아지와 아이들이 항상 놀고 있었던 점과 게스트하우스를 들어오고 방을 열면 보이는 레스토랑이고 하기 뭐한 레스토랑이 있었던 점이다. 레스토랑에서 무엇을 시켜 먹지는 않았지만, 그냥 그런 공간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왠지 여유로워지는 느낌. 게스트하우스와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오는 골목의 분위기와 공간이 좋았다. 묵고 있는 방 자체보다 그런 것들이 좋았기 때문에 이 게스트하우스가 마음에 남는 것 같다.

좋은 게스트하우스, 내게 마음에 남는 게스트하우스는 꼭 그랬던 것 같다. 묵고 있는 방도 그랬지만, 그 곳까지 들어오는 그 과정과 길에서의 분위기와 느낌이나 공간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방 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 그런 것들이 아니면, 방이 아무리 깨끗하고 좋아도 마음에 고이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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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마당


레에서 나의 게스트하우스는 벽의 페인트칠도 채 못한 곳이었다. 공사가 끝나지 않아 마무리 되지 않은 외관은 투박했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아직 사람이 많이 거치지 않아 내부는 너무나 깨끗했다는 점이다. 내가 묵었던 방도 방을 구하다 못해 이 곳까지 올라온 소수가 거쳐간 곳이었다. 바닥엔 카페트가 깔려 있었고, 침대는 여행하는 동안 침낭 없이 자도 괜찮았던 유일한 곳이었다. 시트는 너무나 깨끗했고, 건조하고 내려쬐는 레의 햇빛에 세균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무균. 인도 여행하는 동안 가난한 배낭여행객이 호화 호텔 말고 이런 시트를 만날 수 있을까.

또, 하나 좋았던 점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들어서면 보이던 작은 잔디밭의 테이블과 의자와 꽃, 그리고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던 메인 건물의 입구. 왠지 어울리지 않을 법하지만, 묘하게도 조화스럽다. 이질적이지가 않았다. 단순히 내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거치는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냥 마치 자연스럽게 내 집처럼 들어와 내 방으로 바로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외출을 하기 위해 나서고 들어서면 게스트하우스의 가족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거나, 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딸은 어리지만 예쁘게 생겨 동행 중 한명이 꽤나 이뻐했던 것 같다.

레의 이름 없던 게스트하우스. 레가 더 좋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이유. 다시 가게 될 땐, 많은 여행자들에게 소문이 나고 많은 이들이 다녀가 흔적과 때가 묻어 있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다시 들리고픈. 회색의 벽, 초록빛 작은 잔디밫과 정원, 파란색의 입구색의 게스트하우스. 이름은 없어도 내 기억에는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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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읽고있던 건


그 날 읽고 있던 건, 릴케의 말테의 수기. 다들 밖으로 나간 시간, 나 홀로 방안에서 말테의 수기를 읽었다. 물기 하나 없는 레의 건조함은 코를 힘들게 했지만, 여름 인도의 습함이 없고 햇빛이 따갑지 않아 좋았을 뿐이다.

다시 레에 간다면,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몇날 며칠을 책만 읽어도 좋음이다. 배가 고파지면 살금살금 걸어나가 그날 그날 땡기는 나라의 음식을 먹으면 그만이고, 한국음식이 그리우면 한국인 식당 '아미고' 가 바로 앞에 있으니 가서 배의 그리움을 달래면 그만이다. 한국 사람도 만날 수 있으니, 동족의 그리움 또한 가실테니. 외로움 잘 타고, 우리나라가 좋은 나도 '레' 라면 한달 정도는 괜찮지 싶다. 읽고 싶은 책 몇권과 잠깐씩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영화가 담긴 노트북, 그리고 카메라만 있다면야.

그 날 내가 모두 나간 게스트하우스에서 읽고 있던 건, 말테의 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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