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해당되는 글 3건
- 2010/11/30 내겐 쉬운 일이 아니었고, 또 아닐 듯 싶어요 (3)
- 2009/04/28 떠나고 돌아오는 버스 안
- 2008/11/22 표현하지 않는다하여 (2)
내겐 쉬운 일이 아니었고, 또 아닐 듯 싶어요
nothing/thought 2010/11/30 08:01
어느 날 말이에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어났다면 말이에요.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그 소식을 들었다면요. 당신 곁에 오래도록 있어주었던, 소식을 들었어요. 당신과 헤어졌던지 놓아두고 왔던지는 내버려두고 생각해봐요. 사고로 인해 다시는 걸을 수 없다던지, 당신을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던지, 당신을 볼 수 없게 되었고 망가진 얼굴이 되었다면 말이에요. 당신은 다시 마주할 수 있겠어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번만은 정말 좋아하고 사랑했었다고 가정해봐요. 그리고 한번 생각해봐요. 괜찮겠어요, 다시 아무렇지 않게 마주할 수 있겠어요?
1.
어릴 적 연애를 시작한지 안되었을 때였어요. 누군가가 곁에 없다는 사실에 힘이 들기 시작하고 한참 예민해지기 시작할 무렵 했던 연애에 회복이 되었을 때 쯤이었어요. 이제는 떠올림도 무뎌졌을 무렵, 한 친구에게도 소식을 들었어요. 그 사람에게서 사고가 났다고 그리고 기억을 많이 잃었다고 말이에요. 순간 멍해졌었고 어떤 감정이라도 말하기 어려웠어요. 무언가 안에서 올라왔지만 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슬픈 것도 아니었어요. 지금도 설명하고자 하면 정확히 그 것이 무엇인지 나는 그 것을 설명 할 능력이 없어요. 다만 그 사람을 한번 만나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는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적지 않은 시간동안 서로를 좋아했음에, 나를 기억하지 못할거란 것이 믿기지 않았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의 동생과 함께 만나게 되었어요. 동생에게 먼저 정말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거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리고 나는 그 사람에게 물었지요. 내가 누군지 알겠냐고. 잘 모르겠다고 하는 그 사람을 보며 울컥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어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어요. 그 뒤로 그 사람과 나는 다시 만나게 되었지요. 나는 그 사람과의 모든 것을 기억해서 가깝게 느껴졌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사람도 어찌되었는지 쉽게 다시 내게 편안함을 느꼈어요. 머리속의 기억보다도 녹아들어 있던 기억의 감정이 본능이며 우선이었을까요.
우리는 한동안 만나게 되었어요.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그 사람에게 느끼는 내 감정은 과거와 같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연인으로서 느꼈던 감정 보다는 연민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그 사람을 계속 만날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나는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이제는 정말로 남이 되어버렸어요. 아직도 연락하는 그 시절 친구와 안부를 물을 때면 가끔씩 그 사람의 소식에 대해 묻곤 하는데 친구도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다는 말 뿐이었어요.
2.
런던에 오기전 몇년을 함께 해왔어요. 아마도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지 않았나 싶어요. 난 헤어지고 나면 한동안 그 헤어짐이 힘들어 내 스스로도 일부러 생각하지 않고 꺼내지도 않고 누구에게도 소식을 묻지 않아요. 이 곳에 와서도 그랬어요. 일부러 묻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왠 일인지 묻고 싶어 그만 묻고 말았어요. 그리곤 듣고 말았어요. 예상했던 일이 있어 그 것 조차도 듣고 싶지 않아 묻지 않았 것만, 그 보다도 일어나서는 안되었고 생각치도 못한 일에 대해서 듣고 말았어요. 난 후회했어요. 물어보지 말걸.
사고가 있었데요. 한밤 중에 어쩐 일인지 나가게 되었고, 오던 차를 보지 못했다고. 한쪽 눈을 잃었다고 해요. 죽지 않았으니 다행이라도 해도 이게 정말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그 예뻤던 눈을 잃었다는게.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리고 지금도 애써 그 소식을 떠올리지 않으려 해요. 한번씩 이렇게 떠오르면 너무나 우울해지고 마음이 아파요.
나는 그 이상 묻지 않았어요. 한쪽 눈을 잃었다는 건, 얼굴 또한 상했을거에요. 그 예뻤던 얼굴.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요. 돌아갈 때까지 혼자서 부정하려 하고 유예기간을 두고 싶었나봐요. 돌아가게 되면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마주할지 두려워요. 나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미안해요. 그리고 고백하건데, 나는 그 일그러졌을 모습을 제대로 쳐다볼 수 있을지 두려워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간사해서, 더욱이 나라는 사람은 그러해서 겉으로 보이는 것에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겠어요. 미안하면서도 그저 마주 보기를 두려워 하는 것보다도 내가 혹시나 단순히 얼굴 마주 보기를 두려워하게 될 것은 아닌지 그 것이 나는 제일 두려워요.
당신같이 숭고하고 순결하며 강한 사람에겐 쉬운 일일지 몰라요. 아니 어쩌면 당신도 나와 비슷할지도 몰라요. 그 것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니 당신과 나를 비판해서도 비난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일이에요. 그 누가 쉽게 그럴 수 있을까요. 난 잘 모르겠어요. 매번 모든 것에 고백하듯이 나는 이번에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내겐 쉬운 일이 아니었고 또. 아닐 듯 싶어요.
떠나고 돌아오는 버스 안
travel/08 India 2009/04/28 21:37
내가 정말로 여행을 시작한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장소는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도 설레임이나 떠나는구나라는 생각과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제 정말로 떠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공간은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이다. 그 버스 안에서 나는 떠남에 대한 설레임과 두고 오는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이 뒤섞인 묘한 감정을 느낀다. 어떤 모습들이 내 눈 앞에 펼쳐질까, 어떤 이를 만나게 될까. 나는 새로운 곳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며, 얼마나 느끼고 변하고 성숙해질까. 두어둔 것들을 어떡하지. 괜찮을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바라 보는 바깥 풍경의 모습은 참 낯설다. 살아오는 동안 너무나도 많이 봐왔던 풍경인데도, 잠깐 다녀온 곳이 그새 눈에 익어 풍경들은 어색하기만 하다. 여행을 떠나는 버스 안에서 설레임을 느꼈던 것처럼,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설레임을 느낀다. 하지만,
여행을 떠날 때의 설레임과는 다른 묘한 설레임이다. 두어놓고 왔던 것들에 대한 설레임. 함께 했던 시간에 비해 적은 시간의 헤어짐이었지만, 반가워야 할 것들이 조금 거리를 둔 관계처럼 미묘하게 다가온다. 적은 시간이 마치 무언가라도 변하게 만들었지는 않을까,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모습들을 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음에 낯설음을 느낀다. 모순이다.
떠나고 버스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설레임과 미안함과 걱정이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느끼는 감정도 설레임과 미안함과 걱정이다. 같다. 하지만, 다르다.
표현하지 않는다하여
nothing/life 2008/11/22 03:13
"넌 가면 갈수록 알 수가 없어" .. 이제까지 만나오던 사람 중에 제일 오랜기간 만났던 사람이 내게 했던 말이다. 4년여동안을 만났으니, 꽤나 오래 만났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알수록.. 모르는 사람. 그게 나라고 하였다. 그 사람은.
언젠가부터 침묵하는 것이 늘 이라고 말 하게 될 정도가 되버렸다. 누군가가 내게 물어오면 침묵을 지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고작이었다. 그렇다. 나는 말 하기가 두렵다. 물어오던 사실을 인정하기도 힘들 뿐더러, 말 함으로써 대답을 함으로써 침묵을 깸으로써, 단지 그 것만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다시 떠올리고 입에 담으려 하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다시금 연장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침묵했고, 침묵한다.
하지만, 표현하지 않는다하여 내가 슬프지 않은 것도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니다. 겉으로 날 비웃고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대답 해 줄 이유도 여유도 내겐 없다. 침묵으로 무너지지 않으려 하는 것조차 나는 힘들기 때문이다. "나.. 힘들어.. 그러니까 내게 아무 것도 묻지 말아줘.." 라고 말 하기도 힘들다. 세상과 사람들은 내가 이해 할 수 없는 것들을 하고 있으니까. 내가 아무리 이해를 하려해도 나이기에 그러지 못하는 것 때문에 나는 침묵을 지킨다. 더 나아가지 않음이 나 자신이 덜 힘들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하는 것에 익숙해져있기에.
누군가를 의도하지 않았는데 아프고 슬프고 힘들게 하는 것은 미칠 정도로 힘든 일이다. 누구나가 마찬가지겠지. 그러니 나라고 다를까. 제발 어이없는 질문으로 나를 침묵하게 하는 일은 그만둬주길. 누가 됐든. 내게 묻지 않아도 당신들이 내게 그 사실들을 꺼내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내 감정과 양심을 감내하는데 힘이 들고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