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korea'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0/04/06 부산 (4)
  2. 2009/11/18 스크린에서 보았던 그 곳 (1)
  3. 2009/11/17 내겐 이미 한겨울이다 (4)

부산


작년, 겨울이 다가올 즈음 갔었던 부산. 몇년만이더라. 기억은 수년전이지만, 그 수년전이 언제인지 기억하는건 쉽지 않다. 부산에 당도하면서부터 설레일거란 생각은 사실 맞지 않았다. 덤덤했다. 차를 몰아 가면서 이정표를 보고 부산이 가까워지고 들어온 것을 알았지만, 가슴이 뛰지는 않았다. 알지 못하는 기대라도 했던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처음으로 가슴이 떨렸던 것은, 달맞이고개 옆 언덕길이었다. 오래됐음직한 식당들이 즐비하고, 기차도 지나가던 그 언덕길. 그 내리막 길에는 진짜 부산 바다가 있었다. 그 진짜 부산 바다로부터 흘러오던 바람. 그 바람에 나는 처음으로 미친듯이 가슴이 뛰었었다.

저 언덕 아래. 내가 그토록 바라던 바다가 있었다. 눈으로만 보았던 이 전의 가짜스런 바다가 아니라, 마음으로 본 바다였다. 얼마만이였던가.
나는 부산으로 그 때, 부산으로 갔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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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서 보았던 그 곳


영화 해운대에서의 그 곳. 스크린에 나왔던 장소라 해서 굳이 찾았던 건 아니었다. 해운대를 돌면 가까운 곳에 있었다. 여기구나. 똑같네. 신기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좋았던 건 단지 바다를 낀 포장마차 그 자체. 그리고 그 보다 더 좋았던건, 회 한접시나 조개 한접시에 아무대나 앉아 구워먹으며 소주 한잔 먹는 일이 부산 사람들에겐 아무 일도 아닌 일. 부산 어딜 가나, 그런 모습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 일이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았던 모습이 내게는 사뭇 생소하던, 그러나 진심으로 부러웠던.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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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이미 한겨울이다


가을 바람이 차다. 좋아하던 검은색 가디건을 매일 같이 입어대던 날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만 같은 데, 두툼한 오래털 파카라도 사야하나 생각이 어느사이에 드는 날이 왔다. 방심했다.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공기가 너무나 차다. 따뜻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리 빠를지는 예상 못했던 일이다.

마음이 차다. 놓아버림. 인정해버림. 그만한 것들은 무신경스럽다. 무신경스러워지지 않게 모든 것들을 놓치 않으려 괴기스럽게 발버둥치다 보니, 나는 어느새 괴물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기정사실화 해버려, 나를 한방에 보내버린 이. 잽으로 가볍게 때리다가 카운트 펀치. 그런데 어라, 아프지가 않다. 어찌된 일일까. 한방 제대로 맞고 넉다운이라도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눈은 열이 나는지 뻑뻑해지고 몸은 욱신거린다. 몸살이라도 오려나. 그 동안 무리했지. 쉴 때도 되었것만,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나를 더 학대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포기해버리고 싶은 스트레스. 하루에도 몇번씩 갈등하며, 이건 내가 원한게 아니야라며 하지만, 버텨야해. 이 것도 버티지 못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라며 합리화로 근근히 하루를 버텨간다. 지나고 나면 나는 성장 해 있을까.

겨울이다. 내겐 이미 한 겨울이다. 원체 겨울이라도 두꺼운 옷을 입지 않는 나는 옷을 여러겹 껴 입는다. 얇은 자켓 안에 항상 입는 건 보들보들한 스웨터. 그런데 오래 입고 있고 있던 스웨터가 없다. 너무나 허전하고 춥다. 찬 바람이 들어온다. 가슴을 애리는 겨울 바람. 올 겨울, 한 겨울 내내 많이 찰 듯 하다. 그래도 찬 바람, 막고 싶지 않아. 보들보들하고 내 온기를 지켜 줄 스웨터 마련하고 싶지 않다.

올 겨울. 난 좀 더 성숙해질 것 같다. 아니면 더 철이 없어지거나. 내겐 이미 한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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