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08 India'에 해당되는 글 65건

  1.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 (10) 2009/10/06
  2. 레 가는 길 - 장엄한 산 앞에 서면 (6) 2009/10/01
  3. 레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마당 (4) 2009/09/22

티벳티안 콜로니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게스트하우스에 맡겨준 짐을 찾으러 가야 했다. 어둑해지는 시간. 사이클 릭샤에 4명의 남자가 끼어타고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빠하르간지로 향했다. 분편한 자세에도 다시 언제 볼지 모르는 델리의 노을이 눈에 보였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언제 다시 이 노을을 볼 수 있을까.

델리의 노을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으로 가고 싶어 인도에 있는 순간순간이 짜증이 나기도 했는 데, 막상 가려는 순간 왜 그렇게 서글퍼졌었는지. 지금 다시 사진을 보는 이 순간 기억과 느낌을 회상하니 감정이 복받쳐와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마젠타빛 델리의 노을. 내게 이제 마젠타빛의 노을은 델리 뿐일거 같다. 어떤 노을을 보게 된다 하더라도..

인생의 두 번의 겨울을 인도에 있었다. 단 두번. 그럼에도 겨울이면 인도가 너무나 그립다. 마치 나의 겨울은 인도에 있어야만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올 겨울엔 죽었다 깨도 인도엔 가지 못할 것이다. 고작 일본 반딧불 여행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내년 겨울엔 인도로 향할 수 있을까. 한번 두번, 더 가게 될수록 인도는 너무나 정겨워진다. 모든 것이 눈에 익고 사람들도 낯설지가 않다.

언제가 될지라도 난 델리의 마젠타빛 노을을 보면서 다시 오게 되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년일까. 아님 그 다음 해일까. 아니면 몇년이 흐른 뒤에야 가게 될까.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것이 차가워지기 시작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 지금, 그 곳이 인도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인도. 무엇이 나를 이토록 끌어당기는건지. 나는 모르겠다.

어쩌면, 모든걸 다 팽개치고 무책임만 남겨두고 인도로 떠나벌릴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에 질려가는 지금. 살아가는 것이 가쁜 지금. 델리의 마젠타빛 노을이 왜 이리도 그리운지..

저작자 표시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앞으로도 이 블로그의 포스팅을 보고 싶으시면, 이 블로그의 RSS 를 추가하세요! :)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09/10/08 04: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2. Lydia 2009/10/09 10: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 노을 또렷히 기억나요.
    수많은 먼지 덕에 묘하게 변하는 노을과 초저녁의 남다른 푸른빛.
    한참을 쳐다보게 만들죠.
    분명 땀이 조르륵 날 여름에 다녀왔었는데,
    손끝이 시린 요즘 같은 때에 그 노을이 생각나는건 어째서인지.

    • marihuana_ 2009/10/11 13:14  address  modify / delete

      그러게요.

      왜 그런지, 이 맘때면 간절해지게 왜 그러는지.
      노을은 여기서도 볼 수 있고, 같은 해의 노을 인데도
      너무나도 달라요.

      이 곳의 노을이 아닌 그 곳이 노을이 간절해지네요.

  3. ezina 2009/10/12 03:1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 마젠타빛 노을 저도 간직하고 있어요.
    힘들고 그리워질때 보려고 잘 찍어뒀지요.
    작년에 이맘때였으니 벌써1년이 갔네요. 처음가고 두번째 가볼때까지
    4년이란 시간이 걸렸는데 또 4년이 지나면 갈 수 있을까 라고
    답답할때면 넉두리처럼 혼자 생각해요. 언젠간 또 가볼수 있겠죠.

    그나저나 오랜만입니다 marihuana님 잘지내셨죠?^^

    • marihuana 2009/10/14 00:24  address  modify / delete

      ezina 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블로그를 가끔 찾아가도 새로운 글이 올라오질 않아
      매번 들릴 때마다 아쉬워 했었어요.

      그간 소식이 궁금하네요.
      새로운 사진과 글로 기다린만큼 보답 해 주시겠지요? ^^

  4. riring 2009/10/27 21: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떠나기 전 하늘 저도 일부러 찍어놨었는데.
    제일 생각나는건 그나라의 하늘이라니. 그런거 말고도 엄청나게 멋있는것들도 많았는데 말이죠-
    병 도졌어요. 너무 가고 싶어졌어요 다시.

  5. icanfeelyou 2009/11/06 15: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인도는 모든 여행자들의 제2의 고향이라는 말이 떠올라요.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 열에 아홉은 항상 그리워하더라구요.

    • marihuana_ 2009/11/14 01:16  address  modify / delete

      그렇던가요.
      열에 아홉.

      사실 인도 뿐만이 아닐지 몰라요.
      한번 떠난 이들은 떠났던 곳을 열에 아홉은 그리워 할거에요.
      그 어느 곳이더라도.


장엄한 산 앞에 서면, 할 말을 잃는다.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이 세상에 없다. 인간의 눈으로도 다 채울 수 없는 것이 산이고, 마음에도 쉬이 담을 수 없는 것이 산이다. 한 없이 초라해짐을 느끼고, 나약함을 느낀다. 그리하여 얻어지는 것이 있다면 세상에 대한 겸손함이며 앞으로 살 인생에 대한 짧은 성찰이다.

예로부터 성인이며 현자며, 우리나라의 선비는 산을 가까이 두고 살았다. 이들은 산을 가까이 두며 산을 닮으려 했고, 산에게 무엇이든 묻고 답을 얻으려 했다. 산은 말이 없지만, 어느 순간 답을 기꺼이 내어준다. 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치고 마음이 선하지 않은 사람 없고, 마음 가짐이 바르지 않은 사람이 없다. 현인이며 선비며 의로운 이들이 모두 산을 가까이 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산은 스승이요, 만물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산은 그 모습이 장엄할수록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성찰하게 만든다. 그러니 라다키들은 어떠할까. 감히 눈에도 담을 수 없는 산들을 끼고 한 평생을 살아간다. 눈을 뜨면 먼저 보이는 것이 하늘 높이 솟아있는 산이고, 잠이 들 때도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산이다. 이들이 세상 앞에서 겸손하고 욕심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하면 필연일지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미약한 존재를 느끼면서 자라나는 라다키들. 어찌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는가.

티벳인들은 일생에 꼭 이루고 싶은, 이루어야 할 것이 성지순례이다. 카일라스산과 라싸로 가는 순례길. 어디에서 시작하던지 성지까지 가는 험난한 길을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하며 간다. 가는 길에 자갈밭이 나와도 그냥 지나는 법 없이 삼보일배를 하며, 물가가 나와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삼보일배를 하지 못하는 깊은 물가나 낭떨어지 등과 같은 지형이 나오면 거리를 계산하여 미리 삼보일배를 해 놓는다. 이들이 자신의 몸을 세 걸음에 가장 밑까지 낮추어 산 앞에, 자연 앞에 엎드리는 것은 그들 곁에 있는 산 떄문이다.

티벳인들이나 라다키들이나 세계에서 제일 높은,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우는 하늘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그런 이들이 어찌 남의 것을 탐하거나 해를 입이거나 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산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고, 미약한 존재임을 일찍이 깨달은 사람들이다. 어찌보면 인간이 가장 이해하고 깨달하여 할 것을 미리 깨달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면 그들이 성인이며, 현자가 아닐까.

나라는 사람이 그들에 미치려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어쩌면 평생을 살아도 그 곳에서 막 자라난 아이만도 못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래도 다행이라면 잠시나마 그들이 일생을 두고 사는 그 곳에, 그들이 가까이 하는 그들의 산 앞에 서서 겸손해지며 짧은 성찰, 거룩한 마음을 잠시나마 가지고 지금 이 순간 다시 기억과 느낌을 되새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마움, 감사함을 느끼며..

저작자 표시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앞으로도 이 블로그의 포스팅을 보고 싶으시면, 이 블로그의 RSS 를 추가하세요! :)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怡和 2009/10/01 12: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장엄한 자연의 앞에서는 제 자신이 한없이 작아보이네요.
    저도 네팔에서 히말라야에 올랐을 때도 그런 느낌이 팍팍 들었죠. 역시 자연은 위대한 것 같아요.^^

    • marihuana 2009/10/02 22:58  address  modify / delete

      저도 네팔 히말라야에 갔는데,
      abc 를 할 생각이었는데 당시에 컨디션이 좋지가
      않아서 푼힐코스로만 다녀왔어요. :)

  2. meru 2009/10/01 17: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정말 할 말을 잊게 만드는 광경이네요...

  3. ㄱㅏ람 2010/02/04 22: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그래요 ㅎㅎㅎㅎ
    레로 가는 길에 만난 그 장엄한 산들을 보며
    자연히 숙연해지면서
    그 감동이 잊혀지지않네요
    이곳을 터전으로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내내 생각하기도했구요
    감동입니다


레에서 나의 게스트하우스는 벽의 페인트칠도 채 못한 곳이었다. 공사가 끝나지 않아 마무리 되지 않은 외관은 투박했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아직 사람이 많이 거치지 않아 내부는 너무나 깨끗했다는 점이다. 내가 묵었던 방도 방을 구하다 못해 이 곳까지 올라온 소수가 거쳐간 곳이었다. 바닥엔 카페트가 깔려 있었고, 침대는 여행하는 동안 침낭 없이 자도 괜찮았던 유일한 곳이었다. 시트는 너무나 깨끗했고, 건조하고 내려쬐는 레의 햇빛에 세균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무균. 인도 여행하는 동안 가난한 배낭여행객이 호화 호텔 말고 이런 시트를 만날 수 있을까.

또, 하나 좋았던 점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들어서면 보이던 작은 잔디밭의 테이블과 의자와 꽃, 그리고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던 메인 건물의 입구. 왠지 어울리지 않을 법하지만, 묘하게도 조화스럽다. 이질적이지가 않았다. 단순히 내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거치는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냥 마치 자연스럽게 내 집처럼 들어와 내 방으로 바로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외출을 하기 위해 나서고 들어서면 게스트하우스의 가족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거나, 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딸은 어리지만 예쁘게 생겨 동행 중 한명이 꽤나 이뻐했던 것 같다.

레의 이름 없던 게스트하우스. 레가 더 좋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이유. 다시 가게 될 땐, 많은 여행자들에게 소문이 나고 많은 이들이 다녀가 흔적과 때가 묻어 있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다시 들리고픈. 회색의 벽, 초록빛 작은 잔디밫과 정원, 파란색의 입구색의 게스트하우스. 이름은 없어도 내 기억에는 뚜렷하다.

저작자 표시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앞으로도 이 블로그의 포스팅을 보고 싶으시면, 이 블로그의 RSS 를 추가하세요! :)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휴학남 2009/09/23 01: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왠지 분위기는 유럽 어딘가 같군요.

  2. 우쓰라 2009/09/27 17: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니, 정말 여기가 인도의 레란 말입니까?+ㅅ+;
    하늘은 높고 푸르지만, 건물은 왠지 낡고 고색창연한 것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더더욱 레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