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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06 부산 (4)
나는 프라하의 까를교를 걸었다
travel 2010/10/06 06:12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을 읽다가 속에 매슥거려 읽기를 중단 했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읽었을 땐 내가 너무나도 어렸기 때문에 그러한 관계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었다. 프라하에 대한 기억이라곤 그 것이 다였다. 그 이후에 시간이 지나고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히트를 쳤고, 각종 CF 에 등장하는 장소로 사람들에게 다가왔지만 나는 TV 를 가까이 하지 않는 탓에 얼핏 들려오는 프라하의 '로맨틱함' 이란 이미지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카를교를 걷는 순간, 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그 이해할 수 없었던 관계들을 모조리 다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모든 것을 포용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체한 것처럼 명치를 눌렀던 것들이 긴 한숨과 함께 내려가는 듯 했다. 당시에는 어째서일까, 왜 그런거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거지 라고 도저히 감당히 안되었던 수 많은 것들이 내려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것들이 온전히 이해가 되어지는 것은 아닌것 같다. 그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런 것. 포용도 아니고 이해도 아닌 것들이 내려가는 그 느낌. 마치 이제는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놓치 못하든 놓치 않고 있든 그런 것에는 관계없이 그렇게 내려가는 것이다. 맥이 풀려버리는 순간이며, 공허해 지는 그런 느낌.
시간이 흐르면 이내 무뎌진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 왜 그런 것에 내 마음까지도 맡겨버려야 하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한 떄는 그러는 것이 너무 싫어 잡고 있으면 힘들 것을 알면서도, 시간에 나를 놓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싫어서 억지로라든 남들 모르게 잡고 있었던 적이 있다. 어리석은 후회는 되지 않는다. 시간에 맡겨지는 것은 당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슬픔을 오랜 시간동안 잘게 쪼개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그런 것이 싫다.
턱 하고 그런 것들이 내려가는 순간, 나는 더욱 성숙한 것인가 아니면 더 무뎌지는 것일까. 나는 더욱 무서운 괴물이 되어가는 걸까.
gray london, gray london eye
travel 2010/04/07 07:18
런던의 날씨는 정말 괴팍스럽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그저 그렇구나 라고만 생각했었다. 실감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마른 하늘에 햇볓과 함께 거짓말 처럼 내리는 비는 그렇다 치자. 화창한 날씨가 오분만에 도시를 잡아먹을 듯이 검회색으로 도시 전체를 바꾸어 버리는 건 와서야 알 수 있었다. 누군가 글로서 말로서 아무리 말한다 한들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 런던의 날씨였다. 와봐야 정말로 알 수 있는 괴팍스럽기 짝이 없는 날씨다.
비오는 것, 비오는 하늘, 공기, 바람, 냄새, 잿빛 하늘 모두 좋다. 화창한 파란색 날씨도 물론 좋다. 그런 하늘이면 밖으로 나가 햇빛을 쬐고 싶은 마음이 언제나 든다. 그러나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는건 회색의 잿빛 하늘이다. 런던에서는 매일같이 보는 하늘. 그래서 나는 런던이 좋다. 오기 전에는 상상만 했던 런던의 하늘과 색깔. 현관 문을 열면 언제나 맞이해주는 회색빛 하늘이 나는 너무나 좋다. 그래 이 맛이다. 이 냄새다. 이 풍경이다.
런던의 눈이다. 이름 한번 좋다. 이걸 타면 런던을 런던의 눈으로 볼 수 있는건가?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거울 없이 본다는 것인데, 반사되는 거울 없이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을 본다는 것일까. 런던아이를 타고 정점에 올라가면 런던을 다 알 수 있을까. 눈으로가 아닌 느낄 수 있을까.
아직은 이르다. 아직은 사는 것이 아니라 나는 관광객인듯 하다. 런던의 일상 속에 좀 더 녹아들어가야만 제대로 런던아이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혹은 나에게 "런던아이 타러 가자" 라는 말은 아직 삼켜 두어야 겠다.
부산
travel/korea 2010/04/06 06:43
작년, 겨울이 다가올 즈음 갔었던 부산. 몇년만이더라. 기억은 수년전이지만, 그 수년전이 언제인지 기억하는건 쉽지 않다. 부산에 당도하면서부터 설레일거란 생각은 사실 맞지 않았다. 덤덤했다. 차를 몰아 가면서 이정표를 보고 부산이 가까워지고 들어온 것을 알았지만, 가슴이 뛰지는 않았다. 알지 못하는 기대라도 했던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처음으로 가슴이 떨렸던 것은, 달맞이고개 옆 언덕길이었다. 오래됐음직한 식당들이 즐비하고, 기차도 지나가던 그 언덕길. 그 내리막 길에는 진짜 부산 바다가 있었다. 그 진짜 부산 바다로부터 흘러오던 바람. 그 바람에 나는 처음으로 미친듯이 가슴이 뛰었었다.
저 언덕 아래. 내가 그토록 바라던 바다가 있었다. 눈으로만 보았던 이 전의 가짜스런 바다가 아니라, 마음으로 본 바다였다. 얼마만이였던가.
나는 부산으로 그 때, 부산으로 갔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