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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눈이 내린 전경 (6) 2009/12/20
  2. 서울, 그리고 어린이대공원 (2) 2009/08/29
  3. 하늘, 구름, 나무 그리고 바람 2008/01/30

눈이 내린 전경

from something/essay 2009/12/20 13:15

금요일. 수업을 마친 후, 집으로 가기 위해 나서는 중이었다. 오전 오후, 모두 수업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눈이 내린 학교의 모습을 담을 시간이 나지 않았다. 정문을 나서기 전, 잠시 멈춰서 주변의 모습을 찍었다. 오후부터 구름이 걷히자 햇빛이 내려쬐 조금은 녹아 있는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의 밤새 내린 눈으로 소복하게 쌓여, 누군가의 발자국이 남아있지 않았던 모습이 아니고, 드믄드믄 땅이 보이는 모습이 쌓인 눈이 주는 포근함이 아니라 황량한 느낌이었다.

몇년전 처음 인도로 가기 전 내렸던 눈이 기억난다. 광주에 그렇게 눈이 내린게 거의 백년만이라고 했던가. 정확한 기간이야 어찌 되었던 간에 엄청나게 내려 모든 사물을 잡아먹어 버렸다. 집 앞에도 눈이 허리정도까지 쌓일 정도였고, 모든 교통은 마비됐다. 눈과 바람은 걷기조차 힘들게 만들었고, 덕분에 어딘가에 가야 했었기 때문에 힘들게 갔던 터미널에서는 몇시간을 대기하다가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었다. 인도에 가기 며칠을 앞둔터라, 못가는가 싶었다.

왠만하면 흑백 사진을 찍지 않는 편이다. 욕심이 많은 터라, 흑백의 투컬러보다는 다채로운 컬러사진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뭐랄까 아쉽다고나 할까. 흑백사진은 단면을 보는 듯 해서, 더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심정이라까. 그래서 결국엔 컬러사진을 선택하게 되는 듯 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흑백사진을 올려본다. 흑백사진이 가지는 매력인 '여운'. 당분간은 흑백사진을 찍어볼까나. 게으른 내가? 난 언제쯤이나 부지런하고 성실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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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옴 2009/12/20 16: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와!!!!!! 눈이다!!!!!!! 나도 허리까지 쌓인 눈 속에 파묻히고 싶당

  2. 자유여행가 2009/12/20 19: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눈에 잠긴 나무
    흑백사진이 더욱 멋진 이유가 아닐런지요~

  3. riring 2009/12/31 18: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아 예쁘다. :)


4월. 즈음 되었을거다. 인도에 처음 가기 위해 비자를 받으러 갔던 4년 전 12월,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처음 이었다. 한번씩 찾아오는 불면증으로 혹은 수면패턴이 뒤바껴 있을 때였다. 친척의 결혼식 때문에 일찍 서울로 출발해야 했는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더군다나 눈에 염증 때문에 눈은 퉁퉁 부어올랐고 제대로 뜨기도 힘들었다.

광주에서 1시간을 달려 엄마와 할머니를 태우고 서울로 향했다. 운전을 한지는 1년 반정도지만, 서울을 운전해서 간 적은 없어 조금 긴장이 됐다. 잠을 한 숨도 못자고 눈은 부어오르며 거센 비가 내려 앞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 혼자가 아니라 엄마와 할머니가 타고 있어 몇시간을 운전하는 내내 커피를 쉬지 않고 마시고 차가운 음료는 얼굴에 대고 때론 꼬집고 얼굴을 치기도 하면서 졸음을 참았다.

서울 도착은 생각보다 빨랐다. 서울의 교통사정과 지리를 몰랐기 때문에 헤메고 막힐 것을 걱정하여 좀 빨리 출발했는데, 한번도 헤메거나 막힌 적 없어 예정보다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을 했다. 너무 일러 결혼을 준비하는 친척들도 아직 오지 않았을 정도로 일찍 도착해버렸다. 어떻게 지리도 하나도 모르는 데, 일찍 도착할 수 있었을까. 바로 네이게이션. 편리한 세상이다.

서울은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4년 전 12월 인도로 여행을 가기 위해 비자를 받으러 갔었다. 따뜻한 남쪽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서울의 칼바람은 너무나도 매서웠다. 빛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출근 시간의 이른 아침의 바람은 더욱 그러했다. 손과 발이 어는 듯 했고, 타려는 택시는 너무나 잡기 힘들었다. 그 후 처음 오는 서울이었다.

결혼식장엔 오랜만이었다. 아주 꼬마이던 시절, 꼬마정장을 입고 난 이후 비교적 어른이 되어 정장을 입고 격식을 차려 이런 자리에 온 일도 처음이었다. 정말 너무나도 본 친척들 중에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지만 느낌으로나마 기억하는 친척들이 있는가하면, 너무나 뚜렷히도 기억하는 친척들도 있었다. 어른들은 으레 내게 많이 컸다, 이제 결혼해도 되겠다 라면서 자신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꼬마였을 때 봤으니 다들 그리 물어보는 것이 당연하다.

결혼식은 내게 너무나 지루했다. 안에서 지켜보는 것이 지루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그러던 중에 내 눈에 띄는 풍경이 있었다. 관람차와 롤러코스터가 보이는 어린이대공원. 문득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려서부터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과 형제가 없는 외동. 이 두가지는 내가 어려서부터 외로움을 친구처럼 느끼게 된 이유일 것이다. 어려서는 지금처럼 혼자 있는 시간에 집에 있기 보다는 밖으로 돌아다니길 잘했던 것 같다. 집안이 벌컥 뒤집혀 온 친척들이 날 찾아다녔던 일도 있었다. 어린이대공원도 그런 '밖으로' 의 기억이다. 학교에서 돌아와 조그마한 집 안 보다는 밖으로 나가길 좋아했다. 많지 않는 친구들과 오락식을 자주 갔었는데, 오락실을 함께 가던 친구들은 아니었다. 어린이대공원에 대한 기억 속의 친구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그러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떠오를 일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질이 좋았던 친구는 아니었던 것 같다. 거의 확실한 느낌. 분명 그 느낌에 지금이라면 큰 돈은 아니었지만, 나쁜 느낌 속에 '돈' 에 관련되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 친구였다. 썩 질이 좋지 않았던 친구. 그러나 어울리게 된 친구. 그 친구의 집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작고 좋지 않으며 정돈되지 않고 난잡한 느낌의 집. 무언가 비밀스런 공간이 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했던 것 같다. 음침하다기 보다는 어쩐지 소굴 같은 분위기의 집이었던 것 같다. 아주 키 작은 꼬마의 기억 속에 느낌이 정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당시엔 친구다운 친구가 없었다. 서울은 내게 지금보다도 더 회색빛의 도시였고 공간이었다. 지금이라면 그런 분위기의 친구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내 어린이대공원에 대한 기억에 중심에 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어울리던 시기,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단 한가지 어린이대공원에 간 기억이 강하고 뚜렷하게 자리잡고 있다. 몇날 며칠을 어린이대공원에 갔었다. 어린 남자 아이 둘이 매일같이 어린이대공원에 갈 돈이 어디에 있었을까. 나쁜 '돈' 에 관한 기억의 느낌. 아마 어린이대공원에 갈 돈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부모님의 지갑에 손을 대었던가 그러했던 것 같다. 기억이 뚜렷하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나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생각이다. 항상 뚜렷하지가 않고 어떤 느낌이었는지만 기억이 난다.

어린 남자 아이 둘이 어린이대공원에 가서 수십번씩 탔던 놀이기구가 있었다. 다람쥐통. 중앙에서 여러 가닥의 선이 연결되어 있고 그 끝에 햄스터나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통 같은게 달려 있고 중앙에서 돌아가면서 통도 360도 돌아가는 그런 놀이기구였다. 요새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타고 타고 또 타고. 연속으로 몇번을 내리 탔었다. 어지러움은 그리 심하게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재미가 더 컷기 때문에, 그러했기에 연속으로 여러번을 내리 탈 수 있었을 것이다. 다람쥐통만을 계속 타면서 여러 사람들을 보았다. 그러다 또래의 괜찮은 여자 아이들이 탈 때면, 흘깃 쳐다보며 우리는 관심을 받으려 했던 것인지 여러번 탓던 것을 좀 더 큰 소리로 얘기를 나누었던 기억도 얼핏 떠오른다.

어린이대공원의 기억은 너무나도 강렬하게 그 친구가 중심에 있다.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 친구. 얼굴까지 떠오르지 않는 친구는 없는 것 같은데, 희미하게라도 기억이 나련만 그러지가 않는다. 형태도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그 순간에는 정말 즐거워했을 것이다. 유일하게 그 시기에 어울리게 된 친구. 친구라고 하기도 뭐한 친구. 느낌과 약간의 기억으로나마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사진을 꺼내어 보며, 어린이대공원과 그 친구가 떠올랐다. 높에 곳에 올라 어린이대공원을 본 적은 없었지만, 어린이대공원이라는 단서가 주어지는 순간 그 시절의 느낌과 영상이 스쳤다. 기억이나 느낌, 그리고 사진이라는 단서.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가 사진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며 내게 자신이 생각하는 사진에 대해 한 말이 있다. "사진은 기억의 문을 여는 열쇠야". 온전하게 그 친구가 한 말의 문장이 아니지만, 대충 이러한 말이었던 것 같다. 그 친구는 사진을 통해 추억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사진을 찍는 일이 좋다는 것 같다. 당시 찍은 사진을 보며 다시 기억 속의 상황과 느낌을 꺼내어 볼 수 있으니.

하지만, 어린이대공원의 기억 속에 있는 친구와 찍은 사진은 없다. 그래서 그 친구를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왠 일인지, 이 사진을 보자마자 그 기억들이 떠올랐다. 더불어 그 당신의 나의 모습, 느낌, 분위기도. 왠만해서는 떠올리지 않을 그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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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30 20: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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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좋아하시나요? 좋아하신다면 하늘을 얼마나 올려다 보시나요? 이런 것 같지 않나요? 매일 하늘을 보지만, 정작 하늘을 올려다가 보려고 생각을 하고 올려다 보는 일은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에, 아 오늘 하늘은 어떻구나 하곤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어 마음에 여유가 없어 그러지는 않으신가요. 그래도 요즘은 날씨가 좋아 무심코라도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지 않나요. 전, 특별히 바쁘지도 않은데도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일이 드믄것 같습니다. 아마도 바쁘지는 않아도 마음에 여유가 없나 봅니다. 이른 나이에는, 뭐 언제 일어났어도 감당하기가 벅찬 일들을 겪었기 때문일까요.

전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거나, 우두커니 낙서를 하다보면 그 글 속에 많이 들어가 있는 소재들이 있습니다. 하늘, 구름, 나무 그리고 바람 이라는 단어들. 마음이 여유롭고 푸르러도 이 단어들이 들어가고 마음이 우울하고 좋지 않아도 이 단어들이 들어갑니다. 그 중에서도 '바람' 은 단골 중에 단골 이지요. 제가 좋아하고 표현을 많이 하게 되서 그런지는 몰라도, "넌 정말 바람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 어울린다는 말. 좋잖아요.

하늘, 구름, 나무 그리고 바람은 순수한 것 같습니다. 왠지 꾸밈이 없고, 거짓도 없고 그 자체 그대로 인것 같아요. 그런데도 매력적인건 마음을 설레이기도 편안하게도 또 우울하게도 만들기 때문일까요. 마치 요술쟁이 같습니다.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든다해도 미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좋으니까요.

누구에게나 이런 것들 있겠죠. 항상 곁에 있고 언제든 볼 수 있지만, 그래서 고마운걸 잊고 있는 존재들. 그리고 우리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항상 고마워해야죠. 그들에게..

날씨가 화창하던 어느 날,  하늘과 구름과 나무 그리고 바람이 고맙게 느껴지던.. 집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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