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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28 6년의 시간을 함께 한, 그리고 헤어짐에 관하여
- 2010/08/03 나는 모든 것이 명확해 지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5)
- 2010/07/18 잘 지내고 있어요. (8)
6년의 시간을 함께 한, 그리고 헤어짐에 관하여
nothing/london 2010/09/28 06:45
1.
지금 무언가 집중해서 쏟아내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슴이 먹먹해져, 입에서는 침이 마르고 단내가 나는 듯 하면서 속에서 헛구역질이 계속이다. 너무나도 고요한 방이 싫어, 글을 쓰는 동안에는 타자 소리에만 집중하던 습관을 깨버리고 패닉의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를 틀었다. 온기가 사라진 방은 썰렁하기 그지 없고, 겨울인듯한 런던의 날씨에도 보일러를 틀지 않고 이빨을 지끈 물고 글을 쓰는데 집중하고 있다. 견디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 토해내고 쏟아내고 싶다. 그 무엇이든 간에 이 순간이 너무 힘들다.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헤어짐이란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만나고 헤어짐에도 익숙하다고 생각이라도 했었나 모르겠지만, 이렇게 슬프게 다가오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가슴 한켠이 유치한 유행가 가사처럼 뻥 뚤린 듯 하고, 나사가 하나 풀린 듯이 눈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힘이 든다. 런던에 오기 전, 그리고 오고 나서는 다시는 헤어짐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했다. 누구가 됐던 간에 헤어짐이란 그 자체가 너무나도 가슴 아파오는 일임을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마음을 쏟은, 그런 헤어짐은 더이상은 힘이 들어졌다. 약해진 것일까. 떠남이야 주체적인 다른 감정을 동반함으로 슬픔이 무뎌지게 되지만, 남겨짐은 그 어찌할 수 없는 수동적인 일이라 슬픔이 배가 되어질 수 밖에 없다.
2.
6년을 함께 해 왔던, 헤어졌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라. 실감도 나지 않았다. 가슴이 아려오는 일은 문득 내 옆에 없다는 생각이 불쑥 들어올 때였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헤어짐이었다.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내게 지난 6년간은 그 이전의 10년의 학창 시절보다도 특별하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보다 내가 성숙하고 고뇌하고 힘든 시기였다. 처음 여행을 하고, 장애인이 될지도 몰랐던 교통사고를 당했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로 사랑이었다고 의심치 않는 만남, 런던이라는 곳으로의 유학. 지난 6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시기다. 그런 시간을 함께 했왔던, 헤어졌다. 즐거웠던, 슬펐던, 힘들었던, 모든 순간들을 함께 했었다. 모든 여행을 함께 했고, 교통사고가 나는 순간에도 살아남아 주었던. 때론 돈이라는 것을 가져다 주기도 했던.
내 사람들과 나의 추억을 담아 주었고, 오랜 친구였고 연인이었다.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너무 오래 함께 했었기 때문에 떨어짐과 헤어짐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음일까. 사랑한다고 일부러 생각한 적은 없었다. 소중함으로 아껴서 다루지도 않았다. 옆에 항상 있을거라 내가 소홀히 했던 것일까. 그래서 헤어짐이 어떤 감정일지 몰랐다.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는 순간, 슬픔이 그 순간 올라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제일 현실로서 다가오는 순간은 헤어지는 그 순간이 아니라, 헤어지고 잠이 들고 다음 날 일어나는 그 순간이다. 이게 현실이구나. 이제 내가 사랑하던, 아직도 사랑하는 그 사람은 내 옆에 이젠 없다는 것이 물밀려와 참을 수가 없어진다. 이번 헤어짐도 마찬가지였다. 감정을 가지지 않았었던, 그래서 이럴줄은 몰랐다. 바르셀로나를 떠나던 날, 헤어진 연인을 남겨두고 오는 기분에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참았다. 내가 울면 안되는 이유가 있었다. 6년간 함께 한, 의식하지 않았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했고 사랑했었음을 그리고 남겨두고 올 수 밖에 없음에, 그저 속으로 울 수 밖에 없었다.
3.
잠을 자고 내일 아침이면 나는 어떻게 될까. 식욕이 없다. 토할 것 같다. 춥다. 가을 아닌 겨울이다. 나는 런던에 있다. 돌아가는 날이 멀게만 느껴진다.
나는 모든 것이 명확해 지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nothing/london 2010/08/03 03:47
광대들은 어찌하여 그 높은 곳의 줄 위에서 균형감을 유지 할 수 있을까. 뭐가 더 어려울까. 줄 위의 균형과 삶의 균형. 분명 위험한 삶의 줄 위에서도 광대들의 줄 위에서처럼 신기할정도의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부럽다. 어찌하면 그런 균형감을 가질 수 있을까. 나도 광대처럼 살 수있을까. 삶 이라는 줄 위에서 광대들의 놀음처럼 마치 비웃듯이 그럴 수 있을까.
런던에 와서는 잠을 더욱 못 자는 듯 하다. 깊게 잠이 들지 못하는건 더 심해진 듯 하다. 지친 몸으로 학교를 가고 다녀와선 꼭 쉬어야지, 낮잠을 조금이라도 자야지 하면서 잠을 청하지만, 몇시간이 지나도 잠이 들지 못하고 결국은 일어나버린다. 도대체 언제 잠을 자야 하는 건가. 그래서인가. 눈을 뜨는 일이 힘들다. 눈이 매말라오고, 마른 눈을 뜨고 있기 힘들어 눈물을 흘려보지만 그 동안의 메마른 눈을 적시기에는 부족한지 금새 말라 다시 눈을 뜨기가 힘들어진다.
모든 것이 잡히지 않는다. 마른 눈을 비비지만, 뜨고 있는 것 조차도 힘든 것이 어찌하여 앞을 볼 수 있을까. 갈수록 눈이 멀어만 가는 것 같다. 이 상태로라면 인도에 가더라도 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울면서 눈물을 흘려댄다면 그 건, 살기 위해 앞을 보기 위해 흘리는 눈물일 것이다. 나는 그런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것이 명확해 지는 제대로 눈을 뜨고 제대로 볼 수 있는 그 시간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