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고아와 소심한 체코 친구의 마약 사건



왼쪽은 25살의 체코 프라하 출신 피터. 영화에서 나오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해커의 이미지를 가진 피터. 체코에서는 테니스 강사와 인터넷 강의를 했다고 한다. 네팔에서 인도 국경을 넘어, 인도 국경도시인 소나울리에서 같은 바라나시로 가는 택시 때문에 만나게 됐다. 피터의 체코 친구 2명과 함께. 국적을 물어보니 체코리퍼블릭이라고 해서, 혹시 '그냥' 체코랑 체코리퍼블릭은 다른지 물어보니, 다르다고 했다. 몇년전에 바꼈다고, 뭐 그런 소리를 해대는데 내 기억엔 없는 것이여서 의아해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체코가 체코리퍼블릭이 맞더라.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었나 보다. 옆에 있던 종엽이형이 다시 너네 수도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프하라라더란다. 이런.. 도대체 뭐를 잘 못 이해한거지. 이 친구, 대단히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무슨 말을 막 영어로 하다가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막히면, 잠시 생각하다가 "Never mind~ never mind~" 이런다. 만날때부터 고아를 너무나 가고 싶어했다. 고아에 가서 큰 사고를 저지를 이 친구, 위험하다. 이렇게 위험한 친구와 동거를 2주동안이나 하게 됐다. 앞서 썼던 '소중하고도 미안한 인연' 에서 바라나시의 새벽 골목이 무서워서 큰 길가에 묵게 한 장본인이다.


잠깐, 이 친구와의 짤막한 에피소드 하나.
다른 체코 친구 2명이 같은 방을 쓰고, 피터는 나와 함께 방을 썼다. 방에 있던 중에 갑자기 슬며시 웃으면서
"좋은거 보여줄까" 이러는 것이었다. 난 "뭔데?" 하며 궁금해했다. 그러자 보여준건.. 체코표 '맥심'. 맥심이라니, 대한민국 군인의 애독 잡지인 맥심, 체코버젼!. 크하하~ 웃으면서 얼른 체코표 맥심을 들었다. 과연, 그래도 서양이라 표지부터 맘에 들었다? 그리곤 어서 후루룩 넘겨봤다. 이건.. 질이 다르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ㅋ.. 이런걸 가지고 다니다니, 아주 멋진 녀석이네. 난 피터에게 "굿~~~~~~~~~~~~!!!" 을 외쳐주었다.



오른쪽은 바라나시, 라나가트에서 만난 종협이형. 서울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원맨밴드인데, 유명하지는 않지만 크라잉넛과도 공연해보고, 내 입장에서는 멋지게 보였다. 혼자 바라나시 가트로 나가 걷고 있는데, 머리에 두건을 쓰고 니폰삘의 동양남자가 혼자 앉아 있었다. 가이드북을 보니, 한국 가이드북이었다. 슬금슬금 다가가, 말을 건냈다. 얼마전까지는 중년의 일본 여자와 함께 여행을 했다고 했다. 인도 북부의 라다크 지방, 겨울에는 많이 추운  그 곳. 사실, 나도 라다크 지방이 여행 중에 제일 가고 싶지만 나중에 여름쯔음에 인도를 다시 찾아와서 가자는 마음으로 가지 않았다. 그렇게 대화는 시작되고, 내가 먹고 있던 인도 싸구려 100원정도의 과자를 나누어먹고 같이 식사를 하러 가게 되고, 내가 묵고 있던 숙소로 초대해 바라나시에서 만난 친구들도 소개 시켜주고 음주도 하게됐다. 서로 마음이 맞아서인지 그렇게 될 인연이었던건지 바라나시에서 고아로 같이 가게 되었다. 대화하는 수준, 언어의 선택 그런것들이 죽죽 들어맞아서 우리는 별거 안해도 즐거웠었다. 원래 종협이형은 고아가 아닌 동부 해변도시로 갈 계획이었고 기차표도 예약을 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나의 꼬득임에 넘어가 예약해둔 기차표 금액의 반액을 패널티로 물면서까지 고아에 함께 가게 되었다.


여기서도 잠깐, 종협이형과의 에피소드도 하나.
종협이형과는 대화 수준이 죽죽 들어맞아서, 너무 즐거웠다. 말할때마다, 이새끼 저새끼 하면서 음담패설도 서슴치 않았고, 서로 그걸 좋아했다. 전혀 기분 나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더 신나게 서로 웃었다. 고아에서 종협이형과 나는 둘이서만 새우볶음밥을 먹게 된 적이 있다. 그 이후 우리는 배탈이 났다. 내가 먼저 시작했는데 열도 나고 했다. 나는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물갈이 해댔다.

"형 나 말라리아 아니야? 뒤지는거 아녀? ㅠㅠ"
"ㅋㅋ 너 말라이라야, 곧 뒤지는거다~"
그렇게 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형도 배탈이 나고 물갈이를 해댔다.
"형도 곧 뒈지겠네.. ㅋㅋ 우리 말라라이아 인가봐 어떡해 ㅠㅠ"
"아 씨발, 똥꾸멍 쓰라리네.. "

우리는 얼마간 물갈이를 계속 했고, 떠나는 날 때쯤이야 약을 먹고 조금 괜찮아졌다. 떠나던 날, 종협이형과는 길이 맞지 않아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뭄바이로 향했고, 형은 함피라는 도시로 갔다. 난, 멈춘줄로만 알았던 물갈이가 뭄바이행 침대칸 버스에서 옆에 있던 인도 현지인의 음식을 먹고는 더 심해져서 죽는 줄 알았다. 이 물갈이 심해져 탈수증상까지 나타날 정도로 심했지만, 뭄바이에서 비행기 날짜를 기다리는 동안에 항공사에 가서 한국에 더 일찍 돌아가기 위해 비행 날짜를 일찍 앞당기려 했는데, 여석이 없어서 실패하고 남은 돈이 많았기에 꾹 참고 선물을 사러 돌아다녔다. 몇일 뒤 귀국하고도 너무 아파, 병원에 일주일간을 입원 해 있었다. 2-3달 정도가 지나고 종협이형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해봤더니, 크하하.. 종협이형도 귀국해서 병원에 입원했었단다. 지나고 나서야 이렇게 웃음짓는 추억으로 남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무 힘들었었다.



피터는 우리보다 하루 일찍 예약을 해두었고, 나와 종협이형은 어디를 갈까 고민했다. 원래 동부 해변도시인 뿌리로 가기로 되어있고, 기차 예약까지 해둔 종협이형에게 나는 "형, 뿌리에 가면 말라리아 걸려 뒈지고 말거야~" 라면서 꼬시기 시작했다. 뿌리는 말라리아 위험 지역이긴 하지만, 겨울철이라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았다. 그리곤 고아에 가자고, 인도 최고의 해변도시인 고아로. 히피들의 본거지 고아로 가자고, 쭉쭉빵빵 금발의 미녀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고. 종협이형은 끝내 나의 설득에 넘어가 예약해둔 기차표 금액의 반액을 패널티로 물고(작은 금액이 아니었다) 나와 피터와 함께 고아로 가게 됐다.

바라나시에서 고아까지는 한번에 갈 수 없어서, 일단은 바라나시에서 인도의 경제수도인 뭄바이까지 서른시간이 넘게 기차를 타고 가서, 그 곳에서 버스를 타고 열몇시간을 또 가서 고아로 갔다. 종협이형과 나는 같이 예약을 해서 같은 칸에 옆에 있게 됐지만, 피터는 먼저 예약을 해서인지 다른 칸에 타게됐다.(나중에 한국인 남자 2명이랑 같이 내리더라. 우리가 바라나시에서 고아로 가던 것과 같이 그 한국인 남자들도 바라나시에서 고아를 가고 있었다. 하핫..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나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이었다! 캬.. 놀라워라! 나보다는 형들이었는데, 여행을 다녀와서 사진정리를 하던중에 바라나시의 골목을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그 사진에 그 형들이 찍혀 있었다. 참 신기할 노릇이다.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고아에서 얼마간은 함께 있었는데, 이들도 피터의 마약 사건?에 동참하게 될 인물들이다.

기차를 탈 때는 SL 이라는 침대칸 중에서 가장 싼 칸을 탔는데, 혹시나 밥 같은거 기차 안에서 못먹을까봐, 바라나시에서 서양 베이커리 가게에서 빵을 잔뜩 사고, 과일도 사고 과자와 음료수도 잔뜩 사가지고 탔다. 그런데 밥을 주더라. 빵도 먹고 과일도 먹고 과자도 먹고 밥도 끼니때마다 사먹었다. 나의 엄청난 식탐. 난, 마른 체형이고 음식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 가끔 엄청나게 과식을 해대는 때가 있다. 그 과식이 발동된거였다. 인도의 기차는 중간 간이역도 많이 멈추는데(이런 멈춤 때문에, 연착이 엄청나다) 멈출때마다, 잠시 내려 뭐든 있는 그대로 사먹었다. 서른시간이 넘는 기차 이동 동안에 나는 엄청나게 먹어댔다. 그걸 본 종협이형은 "이 새끼 존나 쳐먹네~ 그게 다 들어가냐~ ㅋㅋ" 계속 그랬다. 마른 내가 그렇게 먹어대니 신기하고, 미쳤나보다고 생각했나 보다. 기차 안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서 간이역에서 잠시 내려 사먹었던 빵이 있었다. 빵을 사고나니 빵을 팔던 장수가 나를 잡는 것이었다. 왜그럴까 하면서 돌아보니, 조그만한 고추를 내게 건내는 거였다.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빵 한번 베어무는 척을 한다음에 고추를 먹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헉, 어쩌라고. 빵 먹고 고추를 베어먹으라고? 뭐 먹는 법을 알려줬으니, 먹는 방법대로 먹어볼 수 밖에. 그런데, 이 고추 한국의 청량고추보다 더 맵다. 크헉. 난 장난기가 발동해 종협이형에게 이 고추 한번 먹어보라고 했다. 안먹는다는걸 억지로 먹어보라고 해서, 종협이형이 한입 물더니,
"켁켁, 존나 맵네~ 미쳤냐~~"
"ㅋㅋ 매워?"
참 별나게도 먹는다. 그냥 밍밍한 빵에 청량고추를 먹다니. 이것이 인도 스타일이라면 따를 수 밖에.

고아는 꽤 큰 해변도시라 비취나 작은 마을들이 많았다. 해변가도 여러곳이 있어서 남부해변가와 북부해변가로 나뉘어졌다. 우리는 어디로 갈까 많이 망설이다가, 히피들도 가장 많고 노을이 예쁘다던 안주나 비치로 갔다. 그때의 우리의 일행은 나, 피터, 종협이형, 같은 학교의 형들(2명). 싸고 좋은 숙소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옮기다가 어느 한 숙소를 잡았다. 통풍도 잘 되지 않아, 습하고 답답하긴 했지만 가난한 배낭 여행자들은 싼맛에 그 숙소를 잡게 됐다.

고아 안주나비치에서의 여행은 무료했다. 작은 비치이고, 여행객들로 넘치지만 비교적 조용했다. 그리고 그다지 할 일도 없던. 나는 책을 읽거나, 전화나 인터넷을 하러 가던가 하고 그다지 하는 일은 없었다. 날씨가 더운탓인지 기운이 빠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안주나 비치에는 노브라 비치도 있다고 했다. 약간 솔깃했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귀찮고해서 가보지는 않았다. 종협이형은 노브라 비치에 갔는데, 므흣.. 좋았다했다. 핫.. 남는게 시간이라, 언제든지 갈 수 있었고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는거라 갈수도 있었는데, 몸은 왜이리도 늘어지는데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

그렇게 무료한 안주나비치에서의 여행이 계속 되다가,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서론이 참 길었지만, 드디어 올 것이 온것이다. 안주나비치는 히피들이 본거지 답게 마약파티, 클럽들이 성행한다. 물론, 인도지역 곳곳에서 거의 대부분의 장소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마약을 구입해서 할 수 있지만 고아는, 안주나비치는 정도가 심하다. 여행자들보다 더 적어 보이는 현지인들은 여행자가 보이기만 하면 초콜렛~초콜렛~핫바핫바~ 라고 하면서 마약을 판다. 초콜렛이나 핫바는 마약을 뜻하는 은어이다. 초콜렛이 뭐고 핫바가 어떤 마약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크지 않은 해변마을이기에 매일같이 같은 현지인들을 만나게 되는데도, 볼때마다 초콜렛, 핫바를 외쳐댄다. 물론, 난 사지 않았지만. 이렇게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이유로 인도를 여행하는 여행자중 많은 사람이 마약을 경험한다.

그러던 어느날, 피터와 종협이형과 같이 저녁식사를 숙소 앞 해변가 레스토랑에서 했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피터가 가지고 있던 하시시(기분을 업 되게 하는 마약)를 같이 하게 됐다. 피터는 우리와 저녁을 먹기전에 오후에도 혼자 비치에 가서 마리화나를 하고 뻗어있다가 왔다. 하시시를 잘게 부스고 뭉친다음에 종이에 말아 불을 붙이고 돌아가면서 피웠다. 드디어 내 차례, 처음으로 해보는 마약. 과연 어떨까 하는 마음에 입에 물고 쭈욱 빨아들였다. 약간은 독한 듯한 느낌, 그래도 쭉 빨아드렸다. 그렇게 몇차레 차례를 돌아가면서 피다보니 피터와 종협이형은 필?이 오기 시작했는지 슬슬 입가에 미소가 보이기 시작하고 웃기 시작한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결국 나는 계속 해도 필이 오지 않았다. 이유는, 담배라고는 이제까지 살면서 입에 대보지도 못한탓에 나 자신은 나름대로 속담배를 한다고 가슴속으로 빨아들였는데, 결국은 제대로 못해 입담배를 하게 된 것이다.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하니 당연이 필이 안올 수 밖에. 그래도 나는 그들을 보면서 나도 웃고 말았다. 피터 이녀석이 게임을 하자고 한다. 무슨 게임이고하니 그냥 성냥갑 던지기. 그냥 던져놓고 웃는다. 종협이형도 웃는다. 나는 그 모습에 웃는다. 내가 마약을 해서 기분이 좋아서 웃는건지 단지 웃겨서 웃는건지, 참..

중간 에피소드 하나
종협이형이 해준 얘기다. 함께 여행하던 중년의 여자와 헤어진 이후에 혼자 여행을 할 때, 바라나시에서 하시시와 마리화나를 샀다고 한다. 마약에 취하면 누가 봐줄 사람도 없고 해서, 방안에서 혼자 했단다. 마리화나(마리화나는 사람의 감각을 열어준다는데, 그래서 하면 훨씬 민감하고 예민해진단다. 많이 하면 극도로 감각이 열리게 되고 불안감을 유발하기도 한단다. 이런 이유로 예술 하는 사람들이 많이 한단다)를 먼저 했는데, 이게 비싼 돈 주고 했는데 쀨이 안왔다는 것이었다. 적정량을 넘어서도 쀨이 안오길래, 하시시(하시시는 기분을 업되게 한다고 한다)를 또 적정량을 넘기면서 했단다. 그래도 쀨이 안오길래, 짜증내면서 종협이형은 "에이 씨발 뭐야~ 왜 안돼~" 하면서 또 하기 시작했단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피식 하더란다. 그리고 나서는 괜히 쳐 웃기 시작했단다. 웃음을 멈치려고 하는데도 멈출수가 없었단다. 방안에서 그렇게 쳐 웃으면서, 옷걸이에 걸린 벨트를 보고 "옷걸이에 벨트가 걸려있네 ㅋㅋㅋ", 거울을 보면서 "내 머리가 묶여있네 ㅋㅋㅋ" 그렇게 웃어댔단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웃기던지. 암튼 웃기고 대단한 종협이형, 골 때린다.

그렇게 같이 하시시를 하고 나서, 피터가 그 날 저녁에 열리는 클럽파티에 가잔다. 안주나비치에서 열리는 파티는 예전보다는 줄어들었다고는 했지만, 마약을 하며 문란한 그런 파티다. 언젠가는 나도 마약을 하고 클럽에서 흐느적흐느적 거리면서 춤을 추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기회였지만 고아에 오고 나서부터 나른해진 몸 때문인지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숙소에 남아서 쉬기로 하고, 종협이형만 피터와 함께 파티에 가게 됐다. 나는 숙에서 쉬다가 잠이 들었고, 새벽 두시쯤엔가 종협이형이 들어와서 같이 잤다. 새벽 5시쯤 피터가 들어왔다. 이제부터 대망의 사건이 시작된다.

피터가 들어오는 인기척에 잠에서 슬쩍 깼다. 피터는 누구를 데려왔는지, 영어도 아닌 체코말로 다다다다~ 말을 하는 거였다. 제대로 눈을 뜨고 보지 않아서, 누군가 데려왔겠지 생각했는데, 이 놈이 혼자 체코말로 짓거리는 것이었다. 들어오더니 침대에 눕고는 눕자마자 다시 일어나서 뭐라고뭐라고 말하면서 다시 방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눕고 일어나고 그러는 것이었다. 이 놈이 미쳤나 하면서, 종협이형을 깨워서 "형~ 피터 미쳤어~" 라고 말했다. 형과 나는 일어나서 피터를 봤다. 위에는 티셔츠 하나 입고 아래는 아무것도 안 입고 있었다. 밖이 소란스럽길래 형과 나가봤더니, 피터의 소동에 주변 현지인들도 깨서 피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래는 아무것도 안입어서 성기를 덜렁덜렁 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크허.. 현지인들이 우리보고 잡으란다. 으.. 썅.. 잡아서 손을 묶으라고 한다. 마약은 지들이 팔아놓고. 종협이형과 나는 조심스레 피터에게 다가갔다. 우와! 피터의 눈을 바라봤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다. 이성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그럼 눈을 하고 있었다. 마약 영화인 <레퀴엠>에서 자레드 레토의 그 마약에 취한 눈, 그런 눈이었다. 그렇게 눈을 바라보며, 종협이형이 피터에게 다가가 왜그러냐고 정신 차리라고 가볍게 말하는데 피터가 종협이형을 밀쳐냈다. 나는 조금 무서워졌다. 이성이 없다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라서 내 머리속에서는 피터가 칼로 나를, 우리를 찔러 죽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건 또 무슨 미친 생각이람. 그렇게 생각하면서 피터를 말리지 못하고, 종협이형과 나는 "에이 씨발 몰라~ " 하면서, 그냥 방으로 돌아가 잤다. 어떻게 할 수 상태가 아니고, 어찌 할지도 몰라서. 약발이 가시면 제정상으로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다시 잠깐 자던중에 문이 열리며 뭄바이로 가는 기차안에서 피터가 만나 같이 동행하게 되고 옆방에 묵은 같은 학교의 형들이 피터 미쳤다고 우리를 깨운다. 우리는 다시 일어나서 피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우리의 숙소는 해변가 쪽에 있었는데 해변가쪽 길을 두고 양옆으로 안쪽에 우리 숙소가 있고 해변쪽으로 레스토랑이 있었다. 숙소와 레스톨랑은 한가족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레스토랑 옆에 작은 석고의 십자가가 있었는데 그 옆에서 피터가 업드려 있었다. 엉덩이는 길가 쪽으로 하고, 머리는 바닥에 숙이고 바다쪽으로 향하고 있고. 마치 절을 하는 그런 자세처럼. 그런데, 생각해봐라. 피터는 위에는 티셔츠를 입고, 아래는 아무것도 안입고 있었다고 했다. 업드려 있으니 길가쪽으로 향한 엉덩이 부분이 그대로 노출되 있는 상태인 것이다. 아주 민망한 상태, 길을 지나가면 누구나 피터의 그 엉덩이, 그리고 그 밑으로 성기까지도 보게 되는 그럼 시튜에이션. 환장하겠다. 나와 종협이형, 그리고 형들이 일단 수건으로 피터의 엉덩이를 가려줬다. 데리고 들어가려는 시도도 했다. 피터는 그렇게 업드려서 웃고 울고 토했다.(토한 그것이 참.. 이상했다) 같이 이를 지켜보던 우리 숙소, 레스토랑 주인 할머니가 병원에 데려가란다. 경찰이 오면 곤란해질 상황이다. 우리까지도 위험해지게 된다. 우리도 그 전날 저녁에 같이 마약을 했기 때문에. 그 양이 아주 소량이고, 고아에서 마약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지라도 경찰이 오면 복잡해 지기 때문이다. 그 때 마침, 종협이형은 바라나시에서 사가지고 남은 마리화나와 하시시가 있었는데 혹시나 경찰 조사 나올까봐 피터 침대 위에 살짝 숨겨놨다. 크하하.. 이거 참. 그래도 우리는 피터가 걱정되고, 처음 겪는 일이라 현지인들이 말하듯이 병원에 데리러 가려고 피터를 부축이는데 도저히 안되서 피터 복대와 돈, 여권을 챙겨서 앰불란스를 부를려고 했다. 이 때, 우리가 진짜 마음만 나쁘게 먹었다면 피터 돈 싹 가로채고 입 딱 닦을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그만큼 나쁘지는 못했다. 어서, 정신 차리길 바랬을 뿐이다. 그래서 나중에 우리에게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다 챙겨줬는데, 나중에 자기 선그라스가 없다고 우리를 좀 의심하는듯 했다. 우리는 전혀 건드리질 않았는데.. 이런 썅썅바 같은 ㅆㅂㄹㅁ 가.. 잠시동안 종협이형과 한국말로 피터를 씹어댔다.

피터를 병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엠블란스를 부르려고 하는데, 그 때 서양 여자가 다가왔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 자초지정을 이야기 하니 피터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자꾸 피터에게 말을 걸었다.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리고 가지고 있던 물을 피터에게 계속 건냈다. 그리고 한참을 말을 걸고 하니, 피터가 정신이 조금 돌아오나 대답을 하기 시작했고 그 서양여자는 우리에게 피터를 부축해달라고 부탁 했고, 우리는 피터를 부축하고 물을 건냈다. 피터는 물을 마셨고, 조금씩 더 정신이 돌아왔다. 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아무 탈 없이 지나가서 다행이다. 이 서양여자는 피터가 정신이 들자 우리에게 피터를 부축해서 물을 많이 먹이고, 잠을 푹 자게 해주라고 했다. 아마, 이런 경험이 많나보다. 전혀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피터를 다뤘다.

피터를 부축해 숙소의 방으로 데려다 놓았다. 한숨이 나왔다. 피터는 혼자서 샤워를 하고, 잠을 잤다. 그 후로 몇일간 챙피했는지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음식들은 종협이형과 내가 사다주었다.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은 문은 커녕 창문도 못열어놓게 했다. 열면 신경질적은 반응을 보였다. 종협이형과 나는 "아~ 씨발 더워 뒤지겠는데.." 라면서 피터를 한국말로 엄청나게 씹어댔다. 우리 방은 창문과 방을 열어놔도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방이다. 더군다나 햇빛도 들지 않아서, 습한 기운도 있었고. 그런 꽉꽉막힌 방안에서 30도가 훨씬 넘는 온도에 천장에 달린 팬 하나에만 의지해서 밤을 보내고 하다보니 미칠 노릇이었다. 더워서 밤새 잠을 설쳐댔다.

피터가 제 정신이 돌아오고, 피터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된거냐고. 피터는 마약파티에서 엑스터시를 했고, 그 이후에 클럽 DJ가 LSD를 팔아 그것까지 했다고 한다. 하루동안 마리화나에 하시시에 엑스터시에 LSD 를 쳐 해댔으니 그렇게 미칠 수 밖에. 어땠냐고 했더니, 자신은 우주에 있었단다. 그리고 자신이 했던 일들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크하, 이런 미친놈. 결국, 좋게 끝나서 망정이지 잘못되서 우리까지 얼켜들었다면 저주 했을지도 모를 피터. 지금에서야 생각하면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기?까지 하다.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누구에게든 해줄 수 있기 때문에.

마약이 하고 싶어 고아로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피터. 무엇에 그렇게 억눌려 있었는지, 마약을 그렇게 해댔니. 자신의 로밍해온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으며(내 모습도 담겨있겠지), 예전 여자친구라며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던 피터. 예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할 때면, 약간 우수에 찬듯한 눈빛에 아직 그 여자친구를 잊지 못했다는걸 아직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어. 같이 다녔던 체코 친구들에게도 약간 무시를 당하는 듯해 보였는데.(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종협이형과 나는 그렇게 느꼈다) 여행 무사히 마치고 잘 돌아갔을테지. 종협이형과 내가 먼저 떠나서 혼자 고아에 혼자 있었을텐데, 친구는 많이 사귀고 즐겁게 보냈는지. 소심한 너의 'Never mind' 가 생각나는구나. 우리도 없었을 고아에서 부디 또 마약 쳐먹고! 챙겨주는 사람없어 무슨 일이라도 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지만, 별 탈 없이 새 친구도 사귀었기를, 무사히 체코,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프라하로 잘 돌아가 잊지 못하는 여자친구와 잘 되었기를 바란다.

여담 하나.
종협이형은 왜 그렇게 파티에서 빨리 돌아왔을까.
서양여자들과 영화 <비포 선 라이즈>의 에단호크와 줄리델피의 기적과도 같은 여행지에서의 로맨스를 기대하고 간 종엽이형. 하지만, 그 기대는 슬프게도 '동양남자'는 어딜가든 환대받지 못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실망해버리고 말았다. 종협이형에게 간간히 말을 걸어오는 여자들의 목적은 단 하나. '담배 한가치'나 '담배불'. 아, 슬프고도 슬프구나. 동양여자는 어디에서나 환영받지만, 동양남자는 어딜가나 천대받는다. 심지어 동양여자들까지 쳐다보지 않는다. 간지가 좌르르 흐르는 서양남자들을 놔두고 동양남자가 보일소냐. 동양남자의 비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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