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이야기 2편 - 번지점프를 하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네팔 번지점프 사진


나는 해보고 싶은 레져 스포츠가 세가지가 있다. 스킨 스쿠버와 스카이 다이빙, 그리고 번지점프이다. 살면서 꼭 해보고 죽을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 이런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한다. 언제부터 그런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꽤 오래전부터 해오던 생각인데, 지금은 뭐 이 세가지 외에도 레프팅이니 패러글라이딩이니, 다른 여러가지 레포츠를 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꼬오오옥 해보고 싶은건 이 세가지.

이 세가지 중에서 한가지를 하게 됐다. 바로 번지점프. 네팔 여행중에 하게 됐다. 번지점프를 하게 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네팔에 있는 번지점프는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곳이기 때문에 제일 높은 곳에서의 번지는 다음번으로 미루게 됐다. 뭐 그래도 160m 나 되고 2번째나 첫번째나 높기는 매한가지. 국내에서 20m, 40m 쯤은 비교도 안되는 높이다. 높이도 그렇거니와 히말라야 계곡 사이에 다리에 놓아진 번지점프라서 스릴은 해보지 않고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실제로도 해보니까 TV나 사진에서 본 그 느낌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또, 다리 난간에서 밑을 바라보는 것과 번지대에서 밑을 바라보는 것도 천지차이였다.

인도와 네팔여행을 준비중에 네팔에서 번지점프를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다고 번지점프에 대해 조사를 많이 하고 간 건 아니었고, 막연하게 할 수 있다고 듣고 그냥 그 곳에서 정보를 얻자 하고 떠났다.

계획이 그다지 없는 막연하게 여행을 하는 스타일인지라 번지점프를 하게 된 것도 요란법석을 떨면서 했다. 네팔에서 번지점프는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 여행자 거리인 타멜에 있는 Last Resort 라는 여행사에서 운영하고 있었는데, 네팔 내에 있는 여행사나 관광사 대부분이 Last Resort 랑 연결이 되어있어서 아무대서나 신청해서 할 수 있다. 대신, 제휴 여행사등에서 하면 커미션이 조금 더 붙는 정도.

나는 인도 여행중에 만난 동행인, 현수 누나와 함께 번지점프를 했다. 현수 누나는 원래 네팔에 올 계획은 없었는데, 나의 꼬심에 넘어가서 네팔에도 들어와 번지점프며 트레킹까지 하게 됐다.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타멜 거리에서 여러 여행사들을 찾아 갔다. 그때는 Last Resort 에서 운영하는지도 타멜 거리에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번지점프가 네팔에서 할 수 있다기에 여행사를 가고, 대부분의 여행사에서 할 수 있다고 하기에 좀 더 싼 가격을 찾아 해맸다.

번지점프는 매일마다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겨울 시즌에는 번지점프를 하려는 사람이 적은지 일주일동안 사람을 모았다가 하루에 간다는 것이다. 사람이 많은 성수기에는 매일 가기도 한다고도 했지만, 지금은 비수기. 다행스럽게도 여행사를 찾아다니는 그 날, 다음날이 출발일이란다. 현수 누나와 나는 괜히 며칠씩 기다리지 않아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아했다.

조금 더 싼 가격을 찾아 해맨 우리는 거의 마지막 즈음에 Last Resort 를 찾았다. 가격대는 처음에 찾아간 여행사보다 비쌌다. 사실 처음에 찾아간 곳 외에는 가격이 똑같았다. 우리는 다시 처음에 간 여행사로 찾아갔으나 이미 여행사는 닫혀져 버렸고, 다시 Last Resort 가는 수 밖에 없어 돌아갔다. 헉! 그런데 이럴수가. Last Resort 도 문이 닫혀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오늘 신청 안하면 일주일은 기다려야 되는데! 조급한 마음에 타멜 거리에 있는 열려있는 여행사들을 찾아 다녔지만, 열려있는 여행사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네팔에서는 불안정한 정치상황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왠만한 상점이나 가게들, 상업적인 곳들은 일찍 문을 닫아버린다. 급기야 우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묵고있는 게스트 하우스의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친절한 직원은 여기저기 전화 해보고 했지만, 연락이 닿는 곳은 없었다. 내일 번지를 할 수 없게 됐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곧 밝은 표정이 됐다. 자기가 내일 새벽에 Last Resort 가 문을 열때 가서 접수를 하게 해주겠다고 한다. 더불어 새벽에 자기가 못일어날지도 모르는 우리를 깨워주기까지 한단다. (번지점프는 카투만두 시내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하여 저녁에 돌아온다) 워, 이렇게 친절할 수가! 이렇게 친절한 직원을 철두철미하게 믿고 있었다. 새벽에 잠에서 꺠어 얼마까지는..

그 날 저녁, 다음 날 번지점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 편히 잠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알람을 확인하며. 맞춰둔 알람 시간에 잠이 깼다. 현수 누나는 아직 잠을 자고 있었다. 직원이 와서 꺠워준다고 했는데 준비할 시간을 적당히 배려하여 맞춰둔 알람 시간에 깨서인지, 직원은 아직 우리를 깨우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기다리면 우리를 깨우러 오겠지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10분, 20분이 지나가도록 직원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순간 느껴지는 불안감. 더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누나를 깨우고 프론트로 갔다. 혹시나 했던 불안감이 역시나로, 그 직원은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직원을 깨우며, 지금 시간이 몇시냐고 깨워주다지 않았느냐며 직원에게 말했다. 미안해하는 그 직원은 지금 Last Resort 에 먼저 다녀오겠다며, 부스스한 모습으로 서둘러 나갔다. 나와 누나는 초조해하며 나갈 준비를 하고 있자, 직원이 돌아오며 지금 Last Resort 에 사람들이 아직 기다리고 있다고 지금 서둘러 가면 늦지 않겠다고 했다. 나와 누나는 함께 있던 동행 은미 누나에게 인사하고 살아서  돌아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Last Resort 로 향했다.

Last Resort 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동양인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서양인들이었다.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접수를 하고 80$ 를 냈다. 접수 끝. 휴우, 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설레임이 동시에 찾아들었다. 오늘 하루 번지 스케쥴은 이른 아침에 대절된 버스를 타고 카투만두 시내에서 티벳과의 국경의 보테코시 계곡까지 3시간 반정도로 구불구불 비포장 도로를 달려, 번지점프를 하고 점심에 스테이크를 먹고, 다시 오후에 돌아오는 것이다.

보테코시 계곡에 도착해서 캠프까지 현수교를 지나갔는데, 와우! 그냥 건너기만, 밑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떨린다. 이건 정말 직접 보지 않고는 모른다. 그냥 엄청나게 무섭다. 일단, 캠프에 도착해서 준비사항들을 듣고나서 몸뭄게를 잰다. 몸무게로 A, B 두그룹으로 나뉘어, 몸무게가 덜 나가는 그룹이 먼저 뛰게 된다. 나는 말라서 몸무게가 적어, B그룹중에서도 5번째쯤에 뛰게 됐다. AB 두 그룹의 인원을 모두 합하면 30명이 조금 못되는것 같다.

누나보다도 더 빨리 뛰게 됐다. B 그룹은 현수교 밖, 캠프쪽에서 다른 그룹의 뛰는 모습을 본다. 앞에 4명이 모두 뛰고, 드디어 내 차례. 앞에 사람들이 뛰는 모습만 봐도 우워워어어~ 여기저기서 함성들, 심장은 이미 빠르게 뛰고 있다. 나는 뛰기전에 혹시나 잘못되지나 않을 두려움에 직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이거 안전해요?"
"안전해요. 안전해."
"정말? 100% 안전해요?"
"안전해요~"

끈우~ 내 이름이 호명되고, 번지장비를 착용하고, 짧막하게 DVD 에 담을 인터뷰를 한다.(현수교에서는 사진을 못찍게 한다. 원래는 찍는 모습을 누나에게 담아주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30~40$ 를 주고 DVD 제작 신청을 했다.) 영상을 찍는 스탭이 근우~ 어케이 라스트워드~  떨리는 마음으로 여자친구에게 몇마디를 했다. (영상참고)

그리고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번지대로. 현수교에서 난간을 잡고 다리 밑을 볼때도 와 장난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지만, 번지대에 서는 순간 정말 머리가 텅 빈거 같았다. 아무것도 앞에 없는 번지대에서 계곡 밑을 보자, 하고 싶었던 번지점프지만 이건 정말 사람으로서 할짓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이왕 하는거 남자답게 한번에 뛰자라고 생각했다. 뒤에서 직원이 쓰리, 투, 원 번지~ 하면서 살짝 밀어주는데 한번에 못 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나는 한번에 뛰자고 마음 먹었다. (결국 한번에 뛰자고 마음 먹고 한번에 뛰긴 했는데, 그냥 생각없이 뛰어버린게 날르는 듯이 뛰어야 되는데 그냥 밑으로 떨어지는거 같이 엉성한 폼으로 뛰어내리는 결과가..) 뛰기전에 촬영하는 카메라를 보며, 마지막으로 장난스러운 표정과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쉴세없이 뛰는 심장을 조금 가라 앉혔다. 이제 직원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쓰리, 투, 원, 번지~~"



이 영상에 나는 너무 초췌한 모습이라 공개하고 싶지 않았지만, ㅡ.ㅠ
머리도 떡지고, 장기간의 여행 때문에살도 빠지고.. ㅋ..
정말 이 영상에 담긴 내 표정, 무섭고 떨린 심정이 제대로 들어나는.
그리고 아쉬운 것은 정작 이 영상을 봐야 될 사람은 보지 못했다.


우워워어어어어어어~~~~ 160m 라는 높은 데서 떨어지는데도 순식간에 줄 길이만큼 떨어져버렸다. 그 때 떨어지는 느낌이란, 설명할 수 없을거 같은데, 굳이 설명하자면 온몸에서 모든게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랄까. 몸은 먼저 떨어지는데, 몸 이외의 것들은 몸보다 늦게 떨어져 빠져나가버리는 느낌인 것 같다. 떨어지는 동안 들리는 바람소리는 정말 쿠어어어어어~ 광속의 바람소리, 비유하기엔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 치과에서 치료를 받을떄 공기로 입안의 것들을 빨아들일때 들리는 소리 같았다. 줄이 한번 튀어 오르자 재미가 들리고, 스릴만점 쾌감만점 기분만점에 허리를 굽어올려 신나는 느낌을 뛰기전에 뛰는 심장을 가라 앉히려고 했던것처럼 양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그리고 다시 내려가고 올라오고 하는 동안에 나는 것처럼 느끼려고 팔을 벌릴 수 있는데까지 벌렸다. (영상을 잘 보면 다 보여요~)

엄청나게 높은 160m 라서 떨어지는 시간도 오래 걸릴줄 알았는데, 정말 순식간에 떨어졌다. 그래서 몇번 다시 튀어오르고 나서 이제 내려갈 때, 떨어질때 어떤 느낌인지 잘 기억이 안났다. 다시 한번 뛰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한번 더 뛰는데 40$ 정도 추가로 내면 됐다. 그리고 Last Resort 에서는 종이 쿠폰도 주는데 4번 뛰면 한번 무료였다.) 그러나, 이 생각은 떨어진 계곡 밑에서 다시 캠프까지 올라와야 하는데 캠프로 올라가는 그 길의 경사도 높고 너무 들어서 힘이 다 빠져버려, 번지점프를 다시 하고 나서 이 길을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말았다.

아, 그리고 우스은 이야기인데, 튕기는 것도 다 끝나고 내려오는 동안에 밑에서 장대를 올려서 그걸 잡고 내려주는데, 그 때 바지처럼 입은 번지장비 끈이 엉덩이 낀 것이다. 아, 이런 제길..  다리와 엉덩이에 힘을 주고 내려오는데 쥐가 날것 같아서 힘들었었다. 그 땐, 그 상황이 나름대로 심각해서 이렇게 높은 번지에서 뛰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도 생각할 겨를없이 빨리 내려가기만 했으면 했다. 크크..

힘든 산길을 다시 올라 캠프로 돌아가서는 나머지 사람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중에 아직 뛰지 않은 B그룹의 커플이 나에게 어땠냐고 물어왔다. 나는 뛰기전에는 정말 무섭고 두려웠는데 뛰고 뛰는 순간에는 정말 익사이팅! 했다고 했다. (이 커플들, 나중에 캠프 잔디에서 애정행각을 마구 했는데, 부러웠던) 캠프로 올라와 다른 사람들을 뛰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아직 많은 사람들이 남아있기에, 캠프 근처에 마을들을 둘러봤다. 소박한 산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들. 우리 시골의 그런 냄새, 풍경.
(이 때 찍은 사진들은, 네팔 히말라야 이야기 다음편에서)

현수교 밖에서 촬영한 번지점프, 이런 모습으로 나는 듯이 뛰었어야 되는데 ㅠ
(여행 가면서 무거워서 망원렌즈를 처분하고 갔는데, 제일 망원렌즈가 아쉬웠던 때)

보테코시 계곡 현수교 밖, 캠프 쪽에서 번지점프를 바라보고 있는 서양 여자



모든 사람이 번지를 마치고,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먹으며 촬영된 영상을 다 같이 보며 즐기다가 오후에 카투만두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내내 번지 하는 그 순간을 기억하며 뿌듯하면서도 설레임이 떠나질 않았다. 내 인생의 큰 한가지를 한 듯한 그런 느낌. 쉽게 한다면 쉽게 할수도 있겠지만, 왠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엄청난 높이에서의 계곡으로의 뛰어내림.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그 자신감으로 뭐든지 할 수 있을것 같다. 세계에서 첫번째가 아닌 두번째로 높은 곳이었고, 영상으로 남은 내 번지 모습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나중엔 세계예서 제일 높은 곳에서 뛰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경험이 현실에 안주하는게 아니라 내 자신이 도전을 했으며 그 도전으로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도전, 자신감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두고두고 나를 지탱하며 북 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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