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마당


레에서 나의 게스트하우스는 벽의 페인트칠도 채 못한 곳이었다. 공사가 끝나지 않아 마무리 되지 않은 외관은 투박했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아직 사람이 많이 거치지 않아 내부는 너무나 깨끗했다는 점이다. 내가 묵었던 방도 방을 구하다 못해 이 곳까지 올라온 소수가 거쳐간 곳이었다. 바닥엔 카페트가 깔려 있었고, 침대는 여행하는 동안 침낭 없이 자도 괜찮았던 유일한 곳이었다. 시트는 너무나 깨끗했고, 건조하고 내려쬐는 레의 햇빛에 세균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무균. 인도 여행하는 동안 가난한 배낭여행객이 호화 호텔 말고 이런 시트를 만날 수 있을까.

또, 하나 좋았던 점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들어서면 보이던 작은 잔디밭의 테이블과 의자와 꽃, 그리고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던 메인 건물의 입구. 왠지 어울리지 않을 법하지만, 묘하게도 조화스럽다. 이질적이지가 않았다. 단순히 내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거치는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냥 마치 자연스럽게 내 집처럼 들어와 내 방으로 바로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외출을 하기 위해 나서고 들어서면 게스트하우스의 가족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거나, 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딸은 어리지만 예쁘게 생겨 동행 중 한명이 꽤나 이뻐했던 것 같다.

레의 이름 없던 게스트하우스. 레가 더 좋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이유. 다시 가게 될 땐, 많은 여행자들에게 소문이 나고 많은 이들이 다녀가 흔적과 때가 묻어 있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다시 들리고픈. 회색의 벽, 초록빛 작은 잔디밫과 정원, 파란색의 입구색의 게스트하우스. 이름은 없어도 내 기억에는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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