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가는 길에 스치다
travel/08 India 2009/09/18 01:10
레 가는 길에는 많진 않지 않은 사람들을 만난다. 아니, 스친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난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1초의 인연도 되지 못한 사람들. 그들이 누구인지도, 어디에 사는지도, 어떤 인종인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건, 오로지 그들의 형태와 그들 뒤에 펼쳐진 '레 가는 길' 의 풍경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아쉽거나 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얼굴조차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지나가버린 그들이었다 하더라도, 순간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나는 '순간의 인연' 을 소중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지구, 우주 자체에서 내 존재는 얼마나 깨알같을까. 그리고 사람 하나하나, 사물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존재 자체가 미세하여 존재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정말 우스운 일이다.
그럼에도 하나하나의 존재는 위대하여 경이롭다. 너무나도 짧아, 어디가서 내 입으로 이건 '인연' 이었어 라고 말하면 쪽팔림을 면치 못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게는 소중한 인연이다. (그래서 나는 말 보다 글이 좋다.) 내 머리로는 도저히 계산도 되지 않는 확률로 그들을 스쳐지나 갔다는 것 서로를 느끼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속에 있었다는 것. 어찌 소중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 있을까. 너무나도 신비스러운 일이다.
사소한 인연 하나에 경이로움과 신비함, 그리고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반대로 그런 마음들이 일어나고 품는 일은 세상이 왠지 더 살아갈 가치가 있는 곳처럼 느껴진다. 나로서는 그런 것들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마음으로는 왠지 이해가 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보면 사람의 가슴, 마음이라는 것은 어쩌면 논리와 이성을 뛰어 넘은 그 이상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말하는 이성과 논리라는 것은 어찌보면 인간으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의 '대논리' 속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생각. 문뜩 든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