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읽고있던 건


그 날 읽고 있던 건, 릴케의 말테의 수기. 다들 밖으로 나간 시간, 나 홀로 방안에서 말테의 수기를 읽었다. 물기 하나 없는 레의 건조함은 코를 힘들게 했지만, 여름 인도의 습함이 없고 햇빛이 따갑지 않아 좋았을 뿐이다.

다시 레에 간다면,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몇날 며칠을 책만 읽어도 좋음이다. 배가 고파지면 살금살금 걸어나가 그날 그날 땡기는 나라의 음식을 먹으면 그만이고, 한국음식이 그리우면 한국인 식당 '아미고' 가 바로 앞에 있으니 가서 배의 그리움을 달래면 그만이다. 한국 사람도 만날 수 있으니, 동족의 그리움 또한 가실테니. 외로움 잘 타고, 우리나라가 좋은 나도 '레' 라면 한달 정도는 괜찮지 싶다. 읽고 싶은 책 몇권과 잠깐씩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영화가 담긴 노트북, 그리고 카메라만 있다면야.

그 날 내가 모두 나간 게스트하우스에서 읽고 있던 건, 말테의 수기였다.

저작자 표시
Trackback 0 Comment 2
prev 1 ... 34 35 36 37 38 39 40 41 42 ... 323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