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이야기 1편 - 좀 더 높은 곳에서 똥 싸기


Himalaya, Pokara, Poonhill


네팔 여행의 꽃이라면, 뭐니뭐니해도 히말라야 트레킹. 트레킹을 할 수 있는 도시들 중에서, 포카라는 단연 으뜸이다. 수 많은 히말라야 봉우리들과 호수까지 끼고 있는 포카라는 네팔에서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곳이다. 네팔 어느곳에서나 히말라야 설산을 볼 순 있지만, 포카라에서 호수를 앞에두고 뒤에 병풍처럼 펼쳐진 호수를 바라보자면 평화로우면서도 경이스럽다.

트레킹을 하기에 최적의 포카라는 세계 곳곳에서 여행객, 트레커들이 몰려온다. 짧게는 하루의 트레킹에서 길게는 한달, 더 길게도 가기도 한다. 안나푸르나, 마체푸차르등 아름다운 히말라야봉들을 만끽하는 트레킹. 나도 네팔도 간김에 제대로 트레킹을 10-20일정도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코스나 라운딩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좋지않아 비교적 짧은 3-5일정도의 코스인 푼힐로 가게됐다. 나중에 다시 와서 제대로 트레킹을 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내가 한 푼힐코스는 3420m(트레킹을 시작하는 지점은 0m)의 언덕이다. poon 이라는 어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hill 이라는 단어에서 언덕이라는걸 알 수 있다. 말그대로 3420m 에 있는 언덕인데, 꽤 높은 곳이지만 눈은 덮어있지 않는 곳이고, 안나푸르나와 마체푸차르가 잘 보여 일출과 일몰을 보기에 다른 어느곳보다 좋은 장소다.

트레킹에 대한 얘기는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볼까. 여차여차 가이드겸 포터를 끼고 푼힐까지 이틀만에 올라갔다. 나름대로 등산은 잘 한다고 생각하고, 지구력도 있는 편이라 하루만에 올라갈 수 있었지만 함께 올라가던 일행이 여자였던지라 중간에 많이 쉬다보니까 좀 늦어지게 됐다. 그래도 첫날엔 많이 올라가서인지 둘째날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에 푼힐에 도착하게 됐다. 푼힐에 도착하니, 판판한 언덕에 전망대가 서있고, 그 앞으로 안나푸르나와 마체푸차르가 위풍당당하게 서있었다. 거칠것없는 언덕에 불어오는 히말라야의 바람에, 설산의 눈부심과 경이로움에 생각하지도 않았는데도 마음까지 경건해지고 깨끗해졌다. 하지만, 그 경건하고 깨끗한 마음이 머릿속에 스치듯 지나간 생각에 우스워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푼힐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가 조금 넘어 오후가 시작되려던 때. 도착하고 얼마간은 안나푸르나와 마체푸차르 때문에 바라만 보아도 좋았는데, 사람 마음이 어디 계속 그럴 수 있는가. 좋은 것도 계속 보고 있으면 처음만 못하고, 지겨워지는게 당연하지 않는가. 나도 어쩔 수 있나, 그 좋은 풍경도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푼힐에서 일몰을 보긴 봐야되는데 일몰 시간까지 기다리자면 설산을 바라보는 것외에 그다지 할일도 없어 지겨워진것이다. 기다리던 중간에 서양 사람 몇명이 잠시 올라오긴 했는데, 금방 내려가고 그 이후엔 인적도 끊겼다. 일행은 혼자 음악듣고 노래부르고, 가이드겸포터는 누워서 낮잠을 자는데 나는 마땅히 할 일도 없더라. 사진도 찍을만큼 찍었고, 일몰때나 찍으면 되는데 아직 멀었고 해서 그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혼자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 나름대로 기발하고 좋고 잼있겠다 생각했다. 그 생각은, 이 히말라야 푼힐, 사방에 확 트인 푼힐에서 안나푸르나와 마체푸차르를 보면서 똥 싸보기.

푸하하.. 사실 그다지 똥이 마려운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래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몇번 고민을 한 끝에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아무대서 바지 내리고 싸도 됐지만, 그래도 혹시나 사람이 올라오지 않을까 위에 있는 일행과 포터가 다가오지나 않을까 해서, 장소를 물색했다. 탁 트인 언덕이라 마땅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눈에 딱 들어오는 곳이 있었다. 얼른 가서 보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천연의요새였다. 올라오는 사람이나 내려오는 사람이 있으면 재빨리 수습할 수 있는 그런 장소. 수습한다해도, 충분하게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장소는 물론 아니여서 의심을 살수는 있었겠지만.

장소 준비 완료, 올라오는 사람 훑어보고 다가오는 사람 없나 훑어보고, 모든 준비 완료! 한번 숨을 크게 들이쉬고 바지를 내리고 앉았다. 히말라야 계곡을 굽이굽이 흘러오는 차가운 겨울바람에 엉덩이가 시큼시큼하면서 시원해졌다. 아, 그러면서 하얗게 눈덮인 안나푸르나와 마체푸차르를 보고 있자니 묘한 느낌이었다. 이 순간에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담배 한까치만 있으면 더할나위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비흡연자라서 담배따윈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제 해야할 일은 힘을 주는 것. 저 앞의 설산을 바라보면서 힘을 줬다. 배설의 쾌감이란, 더군다나 이런 장소에서 가슴을 졸이며 보는 배설이라니. 어디 그 쾌감을 상상조차 할 수 있을가. 그 쾌감은 겪어본자, 느껴본자, 행해본자만의 전유물이리라. 이런 대자연의 앞에서 경건하지 못하게, 장난기 발동한 나는 대자연의 노여움을 사게 될까. 아니, 난 대자연 앞에서 대우주 앞에서 소우주인 사람의 몸, 그 깊숙한 곳으로부터 자연의 진리인 생리작용을 한 것이다.

대자연 앞에서 나를 숙이고, 내 안에 있는 것(?)을 버린 것이다. 이처럼 종교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아, 말이 청산유수처럼 줄줄줄. 말로 글로 포장하자면 뭔들 못할까. 어찌됐든, 이런 신성한(?) 일을 마치니 뿌듯한 느낌이 바람과 함께 몸으로 녹아들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똥 싸보기. 어느 여행가가 한 말이 있다. 보다 많은 곳에서 똥을 싸보라고. 그 것과 비슷하지만 좀 더 다르게 나는 좀 더 높은 곳에서 똥 싸보기. 그것도 엉덩이 확~!!! 까고. 이번엔 3420m 네팔 푼힐에서 싸봤으니까 다음번엔 좀 더 높은 곳에서, 세계 곳곳의 산에서 높은 곳에서 엉덩이 시원하게 까고 싸야겠다. 하하, 그러다 언젠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에서도 엉덩이 까고 에베스트를 바라보면서 똥을 쌀 날이 오지 않을까. 이번엔 흙으로 흔적을 덮었지만, 그 땐 눈으로 덮어야겠다. 하하..

내가 남긴 흔적을 대충 치우고 다시 포터와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려니, 주위에 왠 흔적들이 많다. 휴지덩어리며, 흙이 어설프게 덮어져 있다. 이 뭐꼬. 내가 남긴게 아니니,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남긴게 분명하다. 푸하하.. 이 곳이 명당이었구나! 명당이었어! 내가 이 장소에서 똥을 싼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구나, 이 곳은 명당(?)이고 나를 이끌게 한 것이구나. 다른 흔적들은 정말 급했기 때문에 그랬을수도 있고, 아니면 나처럼 재밌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겠지. 이유야 어찌됐든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 장소라는게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다. 단순히 넓은 언덕에서 가리기 좋은 장소이기 때문에 그 많은 흔적들이 있는게 아닌거 같다. 무언가에 이끌려, 그 곳으로 가게 된 것이 아닐까. 우리의 삶이 항상 생각하는 대로 의도하는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배설의 흔적, 보이기엔 가장 더러운 것이지만, 그런 것에서 이런 깊이 있는 생각까지 흘러가는 것은 절대 변하지도 무너지지도 않을 것만 같은 대자연의 히말라야, 수 많은 신들이 존재하는 불교와 힌두교의 나라 네팔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여담으로 일을 마치고 일행과 포터가 있는 곳으로 가니, 여전히 일행은 음악을 들으며 노래를 부르며 포터는 낮잠을 잔다.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고, 앞으로도 모르겠지. 혹시 알게 되려나.. 삶이란 인연이란 모르는 것이니까. 그리고, 여행은 버리러 가는거라는데, 난 시원하게 버렸다.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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