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몰랐다
travel/07-08 india 2009/07/03 16:09
난 광각렌즈를 좋아한다. 쉽게 멀리서 찍을 수 있고, 인물에 집중하는 렌즈인 망원보다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찍을 수 있는 광각렌즈를 선호한다. 사실, 광각렌즈로 인물 사진과 원하는 구도로 피사체를 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잘 쓰는 15mm 로 사람을 프레임에 차게 담으려면 코 앞 까지 다가가서 찍어야 한다. 이런 거리는 대상인 피사체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다. 그래서 더욱 찍기가 어렵다.
또, 어려운 점은 광각이기 때문에 많은 것들이 화각에 들어온다. 그런 점이 순간적으로 찍는 캔디드 사진을 찍을 때, 넓은 화각으로 들어온 것들을 시신경을 통해 보았다 하더라도, 뇌에서 판단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려 그 화각에 들어있는 것들이 모두 한순간에 뇌로 인식되지 못할 때가 있다. 그 순간이 지나면, 놓쳐버리기 때문에 일단 찍어야 한다. 그런데 찍고 난 후에 확인 하면 내가 못봤던 것들이 프레임 안에 들어와 있다.
나는 몰랐다. 아마도 이 사진도 순간적으로 찍었던 것 같다. 왼쪽의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기둥처럼 담긴 것은 필사적으로 그 순간을 찍으려 했던 증거다. 아니, 어쩌면 의도했을지도 모른다. 벌써 찍은 지 2년이 지난 사진이고, 이 사진을 꺼내어 본 건 그 때 이후 처음이기 때문에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내가 얘기 하고 싶은 건 다른 사진 속의 다른 것이다. 앉아서 날 보고 있는 노인. 분명, 나와 노인은 뷰파인더를 거쳐 서로를 응시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자체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더라도, 나는 그 순간 몰랐을 것이다. 나를 응시하고 있던 것을 알아차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을텐데 찍는 순간은 너무나도 짧았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난 후에서야 알아차린 노인의 시선. 문득 이제서야 사진을 보며, 사진 속의 노인의 눈을 바라보며 노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날 어떻게 바라봤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저 눈빛, 외국인에 대한 경계의 눈빛이었을까, 호기심이었을까, 경고였을까. 알 수 없겠지. 노인이 어떠한 생각으로 날 바라봤다 하더라도 난 모르겠지만, 절대로 난 그의 생각과 눈빛을 내 마음대로 생각하지는 않을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