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를 떠나던 날
travel/08 India 2009/06/07 16:12
여름 몇개월 동안만 열리는 레에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여행객들이 레에 있었다. 도착 후, 가이드북에 나온 좋은 숙소와 가이드북에 나와 있지 않은 좋아 보였던 숙소들은 all full 이었다. 고산병으로 그냥 몇걸음만 걸어도 숨이 탁탁 막히는 레에서 숙소를 찾기 위해 오르락 내리락 수차레 하는 동안 나와 일행은 모두 진이 다 빠져버렸다. 싸고 비어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이 몇군데 있긴 했지만, 도무지 마음에 차지 않아 그런 곳들도 여러군데 지나쳤다. 그런 우리가 가엽고 기특했는지 구세주 같은 한국인 한명을 내려주셨다. 저녁까지 함께 하게 된 그 분에게 게스트하우스 한 곳을 소개받았다. 조금 올라가긴 하지만, 옥상에서는 레가 한눈에 보이고, 창가에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경치를 볼 수 있는 그런. 더군다나 가격까지 싼!
우리가 며칠을 묵게 된 그 게스트하우스는 오픈을 준비하고 있던 곳이었다. 아직 공사도 끝나지 않았고, 홍보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묵고 있는 여행객이 거의 없었다. 사람이 아직 타지 않은 곳이라 곳곳에 손길이 닿은 흔적들은 없지만, 그러기에 너무나도 깨끗했던 곳. 여행하는동안 침낭을 깔지 않고 잘 수 있었던 곳이 두 곳이 있었는데, 이 곳의 그 하나였다. 다른 한 곳은 가격이 매우 비싼 호텔급이었기 때문에 사실 게스트하우스로는 유일했다. 조금 걸어올라와야 하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풍경과 청결함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또 좋았던 점이라면, 레에서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맛있는 한국음식을 멀리 가지 않고 즐길 수 있었던 점이다.
며칠을 이 곳에서 하는 일 없이 지냈다. 일어나면 밥을 먹으러 한국인 식당이나 가보지 않은 식당을 가고, 시내를 조금 둘러보고 그리곤 다시 게스트하우스. 다시 밥 시간이 되면 먹으러 어슬렁어슬렁 나갔다 다시 게스트하우스. 아마 여행 중 게스트하우스에 이토록 오래 있었던 적은 이 곳에 묵을 때였을거다. 레에서 가본 곳이라고는 고작 레 성(Leh Palace) 뿐. 판공초라던지 스투파 같은 곳을 가보지 않고, 게스트 하우스 방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나는 좋았다. 마치, 휴가 온 느낌. 아, 그랬었던 것 같다. 나중에 레에 다시 오게 되면 한달쯤 푹 쉬고 가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지금도!
며칠이 지나고 레를 떠나던 아침. 나는 동틀녁 창 밖의 레를 바라봤다. 이 곳을 떠나는구나. 고산병으로 앓긴 했지만, 너무나도 평화로웠던 곳. 마음이 편안했던 곳. 창 밖, 푸른빛의 풍경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오자. 마음만은 그렇게 갖자. 같은 방을 쓰던 친구가 떠난 후, 나는 한참 창 밖을 바라봤다. 내가 다시 올 때 쯤이면, 이 곳도 사람들로 붐비겠지.
물을 전혀 머금지 않은 건조하디 건조한 레에서, 눈물은 보석이다. 하지만, 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다시 레에 오게 된다면, 탈진 할 때까지 맘 놓고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눈물을 흘려야지. 방안이 습해질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