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순간 0.5초


아니, 0.3초도 안되었을지도 모른다. 만났다는 말을 쓸 수가 있을까.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를 알아차리지도 못했을거다. 그녀의 시선은 내가 스치던 그 순간 다른 곳을 향했기 때문에. 보았다면, 내가 타고 있던 지프만을 봤을테지.

그렇다 하더라도, 만났다는 말을 쓰면 안되는 걸까. 나 또한 그녀의 얼굴도 눈빛도 보지 못했고, 인생의 그 순간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고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나는 그 긴 인생의 한 순간조차 소중하다. 그러니, 1초가 안되는 내 기억만으로는 절대 꺼내어지지 않을 기억이고 찍힌 사진으로만 간신히 이렇게 짜내진 기억이라 할지라도 내게는 더 없이 소중하다. 짧으면 짧으면 역설같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도저히 내가 가진 재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다만, 그렇다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 뿐. 그러니, 내게 더 많은 이야기를 바라지는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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