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몸이 되었던 레에서의 고산병


레에서는 일행 중 두명이 거의 고산병으로 심하게 앓았다. 한명은 지프를 타고 가면서 사추에서부터 시작되어 레에서 떠나는 날까지 힘들어했고, 한명은 갑자기 밤사이에 고산병이 심해져 병원까지가서 처방을 받았다.

고산병이란게 말만 들었지 정말 이렇게 힘이 들 줄은 몰랐다. 건강하다고 해서 걸리지 않는게 아니고, 사람마다 다르다던 고산병은 다행이도 날 그렇게 심하게 괴롭히지는 않았다. 단지 좀 힘들었을 뿐이었다. 고지대에 위치한 레에서는 마치 마음과 머리는 젊은 나인데, 몸은 노인이 된 것 같았다. 뛰는게 아니라 단지 걷는데도 숨이 차 올랐다. 몇걸음 걷고 헥헥 거리고, 또 다시 몇걸음 걷고 헥헥. 평소에 걸음이 빠른 나라도 거북이 걸음이 되는건 당연지사였다. 더군다나 카메라 장비가 잔뜩 들은 배낭을 메고 다니니 당연히 더욱 그럴 수 밖에. 레에 가는 길은 마치 시간을 빨리 가게 하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레에서 노인처럼 느린 걸음으로 걸을 수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느림, 노인의 걸음만을 허락하는. 그 곳이 레일까.

인도를 알기 시작하면서 가려고 마음 먹었을 때부터 레는 내게 동경이었다. 레까지 가는 동안의 그 자연 풍경과 레. 그 모습들을 꼭 내 눈으로 보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결국 두번의 겨울 인도 여행 뒤의 세번째에 레에 갈 수 있었다. 그토록 동경해 마지 않던 레 가는 길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욱 보려고 지프를 타고 가면서 쏟아지는 잠과 고산증세를 이겨내면서 눈과 카메라에 담았다. 그 탓인지, 정작 레에 도착해서는 에너지가 모두 소모 되어버려, 여기저기 쏘다니거나 활동을 하지 못했다. 판공초도 가고 포탈라 궁도 끝까지 올라가고는 싶었지만 체력이 받쳐주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아쉬운 마음이 가득해서인지, 다시 레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건조하고 따가운 햇살의 레지만, 그만큼 너무나 맑았던 레에 다시 가게되면 한달쯤은 꾹 눌러앉아 차근차근 노인의 걸음으로 구석구석 다 보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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