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멈춰선 그 순간의 느낌

부안, 2008

벌써 두어달이 지나가고 있다. 한참을 달렸었다. 지칠만도 한데, 어느샌가 달리다 보니 체력이 늘어나 있었다. 곧 몸이 부서질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어찌된지 버텨냈다.

한참을 쉬었다. 조금만 쉬어야지 했는데, 공부를 하려고 의자에 앉았는데 처음엔 정자세 그다음에 조금 늘어지고 계속 늘어져서 다리는 책상에 올려놓고 자게 되는 것처럼 그렇게 게을러져 버렸다. 놀고 쉬는데 어찌 몸이 말이 아니다. 체력은 바닥 나버렸고, 조금만 힘들어도 골골대기 시작했다. 좀 아이러니 하다.

한참을 달리다가 다음 레이스까지 아주 순간의 간극이 생겨 잠시 멈추어 섰다. 헐떡이는 숨을 골랐다. 힘껏 달리다 멈춰선 그 순간의 느낌. 잠깐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춰섰던 그 순간의 여행. 그게 바로 쉼이나 여유였다. 여유란 치열한 사람에게 주는 열매다. 난 그 여유를 조금씩 며칠간 베어 먹었었다.

달리다가 숨을 고르며 헐떡이는 그 순간, 다시 달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시 달리고 싶다. 또 다시 달리고 싶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미 힘껏 달려오면서 뇌가 분비하는 마약 '러너스 하이' 가 작동했다.

그런데 한참을 늘어지면서 그 느낌, 감을 잃어버린 것 같다. 계속 밑으로 빠져드는 느낌. 다시 올라오고 달리려면 '러너스 하이' 에 도달할 때가지, 그 때까지의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 순간을 넘어서면 다시 치열하게 살아가고, 불과 몇달 전에 느꼈던 그 열매를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참자, 참자. 치열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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