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나는
travel/08 India 2008/12/12 12:11
내 여행 사진을 보면 아이들 사진이 제일 많다. 아이들은 쉽게 친해지고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카메라를 의심어린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나와 카메라를 호기심의 대상, 자신의 일생과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으로 인식하고 신기한 그 어떤 것처럼 바라본다.
그 순간, 내가 그들에게 말을 걸면 그들에게 나는 어디 먼 세계, 마치 만화에서 나오는 그런 다른 차원이나 세계에서 온 상상 속의 캐릭터나 인물이 자신의 현실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들에게 나는 친구다. 텔레비젼이나 만화에서 본 만지고 대화하고 느낄 수 없던 그런 대상이 현실 속으로 자신의 앞에 걸어와 말을 건네는 것이다. 피부로 와닷고 만질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다. 눈으로만 볼 수 있었던, 말로만 들었던 그런 먼 나라의 나는 그들에게 그들이 본 만화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캐릭터들과 닮았다.
만화 속 캐릭터들은 그들에게 친구다. 나 또한, 그런 대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친구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현실 속에서 직접 다가서서 말을 건네고 그들과 악수하고 포옹하고 사진도 찍고 했기 때문에, 진짜 친구가 된 것이다. 그들의 상상 속에서, 텔레비전 속에서 나는 걸어나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 것이다.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아이였다면 그랬을 것 같다.)
그들은 나와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들에게 형제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자랑 할 것이다. 피부가 하얗고 멋진 사진기를 든 외국인이 나한테 말을 걸고 사진도 찍어줬다고. "나 외국인 봤다~ 사진도 찍어줬다~ 너네들도 만나봤어?" 나중에 찍은 사진을 주기라도 한다면 그 아이는 또래 아이들에게 부러움과 경외의 대상이 될 것이다. 마치 내가 아이였을 때, 우리가 아이였을 때, 다른 또래 친구들이 보지 못한 만화 시리즈를 보았다던가, 인기있는 만화의 한정판 프라모델을 가진 아이를 보는 시선 말이다.
아이들을, 아이들과 함께 찍는 사진은 즐겁다.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함, 아주 조금의 미소를 보이거나 말을 건네도 수줍어하고 환한 웃음을 보여주는 아이들을 보면. 하지만 때로 그들의 미소를 볼 때, 나의 어릴적과 이젠 속물이 되어버린 나를 반추하면서 씁쓸해 지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