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라도 담고 싶었던 여인네
travel/08 India 2008/11/25 14:40
델리 찬드니초크에서 가트를 가기 위해 한참을 폭염 속에서 걷다가, 잠시 쉬어 가기 위해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갔었다. 그 곳에는 이미 우리처럼 폭염을 피하기 위해 자리 잡은 인도인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더움에도 그 모습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그 때, 쉬던 무리 중의 한 사람이 찍지 마라는 시늉을 했다. 나는 멋 쩍게 카메라의 셔터에서 손가락을 내려 놓았다.
인도인들은 사진에 무척이나 호의적이다. 오히려 찍으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다가와서 사진을 찍어 달라기도 한다. 그 사진을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여행 대부분은 사진 찍는 데 있어 어렵지 않지만, 가끔은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기가 힘들어지는 순간이 있다. 괜히, 나의 취미에 그들을 올려두는 듯한 숙연한 기분이 들 때와 그들에게서 거부를 당했을 때.
전자의 경우에는 금새 기분이 전환 되어 다시 셔터를 누르게 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그 파급이 오래간다. 나는 그들에게서 거부 당했을 때, 소심해지는 것이다. 이 순간에도, 나는 소심해져서 손가락을 셔터에서 떼고 카메라를 내려 놓았다. 평소대로라면 그 자리에서는 사진을 찍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 몰래라도 담고 싶었던 여인네가 있었다.
뭐랄까, 사실 매력적이라고 느낄만한 외모나(예쁜걸 떠나서) 주변 풍경에 어우러지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여인네를 찍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나는 광각렌즈를 마운트 하고 있던 R-D1 으로 노파인더 샷으로 몇 컷을 찍었다. 15mm 렌즈가 주는 시원한 화각이 보지 않고 찍어도, 내가 원하는 피사체와 풍경을 가까이서 찍을 수 있게 했다. 또, RF 방식 이기에 셔터 소리도 작아 주변 소리에 묻혀 몰래 찍을 수 있었다.
사진 찍히는 걸 거부한 사람은 그녀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중 한명에게 거부는 그 공간, 나무 아래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서 거부를 당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녀를 찍으려고 함에도 나는 소심해져 몰래 찍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녀는 나의 사진을 거부하지 않고 반겼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내가 자신을 담을 것을 모를 것이다. 몇 장의 셔터 소리가 나고, 찍은 사진들에서 렌즈를 마주한 그녀의 눈동자의 모습은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누군가를 담을 때는, 그 사람에게서 허락을 받는 것이 불문율이다. 말을 건네 허락을 받기도 하지만,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는 시늉을 취했을 때 미소나 포즈로 답하는 것은 허락한다는 것으로 대부분 사진 찍을 때 이런 식으로 허락을 받는다. 허나, 나는 그녀에게 그런 제스처를 취하지도 않았고 몰래 그녀를 담았다. 찍는 다는 의사를 표현 했다면 그 자리에서 날 소심하게 만들었던 사람처럼 거부 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녀에게 죄를 지은 것이다.
그래도 그녀 자신이 충분히 매력적인, 몰래라도 담을 수 밖에 없었던 모델이었다라고 말해준다면 말끔히 나의 '죄'를 용서 해 주지 않을까.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다시는 볼 수 없겠지만, 만나도 모를. 그렇지만 "당신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여서 내가 죄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라고 심심한 사과를 이 자리를 빌어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