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가는 길 - 굽이굽이 돌아서


마날리에서 레로 가는 길의 길이는 아마도 500km 쯤 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내 기억으론. 아, 여행을 하는 내내 지명이든 인명이든 거리든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없다. 일기 또한 제대로 쓰지 않았으니 뒤늦게서야 기억에서 꺼내어 보자니 도무지 기억이 날리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기억력이 좋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아무튼 500km 쯤 되는 거리,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에서 부산 가는 거리에 조금 더 보태면 되는 거리려나. 요즘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면 얼마나 걸릴까 KTX 로 치면 3시간 못 걸리고, 버스로 치면 5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그 정도의 거리인 마날리에서 레 가는 길은 얼마나 걸릴까. 이른 새벽에 출발 해 다음 날 오후 늦게 쯤 도착하니 대충 저녁에 자는 시간 빼고 30시간은 족히 걸리는 것 같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같은 거리를 두고 몇배씩이나 차이가 나는 것은 레 가는 길이 비포장이기도 하지만, 터널이 없어 굽이굽이 험난한 산을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산을 굽이굽이 돌아 오르고 내리고 하면서 몇시간을 가지만 거리로는 얼마 가지 못한다. 레로 가는 길을 보자면, 사람의 마음이나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감정든 인생이든 좋을 때 나쁠 때, 오르 내리는 굴곡이 있고 꿈을 향해 곧 바로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돌아돌아 가는 사람도 있다.

나쁠 때 없고, 좋을 때만 있고 돌아가지 않고 직선으로 가면 얼마나 좋으랴. 헌데, 그리되면 과연 잼있는 인생일까.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다. 나쁠 때도 좋을 때도 모두 있고 때론 돌아돌아 굽이굽이 가는 것이 인생이랴. 이랴. 이랴. 뭐가 이리 거창할까. 깊게 생각말자. 머리 아프다. 모로 가든 도로 가든 가기만 하지 되지. 가자. 돌아가든 바로가든 가자꾸나. 어디든 나의 인생이요, 나의 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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