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바라나시 갠지스 강가에서 한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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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축구에서 언제 일본에게 열세였던 적이 있던가. 대한민국과 일본 국가대표팀 축구 역대 전적, 69전 38승 19무 12패로 한국 우세. 축구 인프라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되어 있음에도 항상 우리나라에게 열세인 일본의 열등감은 말할 나위 없겠지.

동아시아의 영원한 라이벌 우리나라와 일본.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기도 하고, 역사적인 배경으로 인해 일본과의 축구 경기는 그 어느 나라와의 경기보다 항상 흥미와 관심, 긴장감을 가지게 한다. 기실, 축구 경기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아주 유치한 부분까지도 일본과 연관된 일은 뭐랄까 팽팽한 긴장과 질 수 없다는 그런 마음이 의식이나 무의식 속에서 자리 잡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축구는 절대 질! 수! 없! 다!

그래서 말인데, 인도에서 한일전이 있었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 그것도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가에서.

바라나시에 있을 때 삼수생 트리오를 만났다.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상우라는 이름 뿐이 기억이 안난다.) 거의 일주일 동안, 내가 아파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함께 보내고 즐거웠던 동생들이었다. 나보다 한살이 적은 그들은, 입시학원에서 만났고 대학에 입을 하자마자 군대를 가는데, 가기 전에 인도로 여행을 온 것이라고 했다. 여행 초반이긴 하지만,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 다 진부하고 따분하다고 재미가 없었다는데, 나와 만나고 나서는 "형~ 이제야 만났네요! 크크크" 하면서 좋아했다. 뭐, 남자들끼리 있으면 여자 얘기가 90% 이상이고, 음담패설을 즐겨줘야 친해질 수 있는데 나 역시 친구들과 코드가 맞는 친구들끼리 그런 얘기를 즐기는 편이었고 이 동생들은 인도를 뭔가 얻으로 혹은 깊이 있게 온 것이 아니고 그저 즐기로 온 것이기에 인도에서 그 전까지 만났던 사람들은 좀 진부했기 때문에 날 만나곤 물고기가 물 만난 것처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로 쭈욱 여자 얘기만 했고, 지나가는 여자들을 보면서 "야~ 술 사와라, 꼬셔서 같이 마시자~" 하면서 실제 행동이 아니더라도, 그런 대화 자체를 즐겼다.

이 친구들이 인도에서 한일전의 국가 대표 선수들이었다. 처음 만난 날 저녁, 바라나시 강가로 산책하러 가자고 하길래 따라 나섰다. 하류 쪽에서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던 중, 넓은 터(아마 푸자를 하는 터인 것 같다)에서 인도 애들이 축구를 하고 있자, 이 친구들이 얘들이랑 축구나 하자고 했다. 뭐, 나는 수술로 인해 다리에 철심을 박고 있어서 안되 구경을 하기로 했고, 이 친구들만 인도 애들에게 다가가 얘기하고 하게 됐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여행 온 일본 애들이 끼는 것이었다. 졸지에 한일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거, 단순히 가볍게 하기엔 부담과 긴장이 흐르기 시작했다. 편은 우리 쪽 한국 3명과 인도 애들, 그리고 상대편은 일본 친구 2명과 인도애들로 짜여졌다. 곧 경기가 시작됐고, 처음에는 이 친구들(한국)이 슬리퍼를 신고 있고 해서 슬렁슬렁 했는데, 일본애들이 엄청 적극적으로 하면서 몸도 안사리고 밀면서 하기에 우리 국가 대표들이 좀 열이 받는지 "아~ 이 새끼들 밀고 그래~" 하면서, "야, 안되겠다 제대로 하자~!" 그리고나선 "형~ 이 것 좀 맡아줘요" 하면서 제대로 할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경기는 더욱 긴장을 더 해갔다. 사실, 인도에는 어딜가나 마찬가지지만 소똥이 여기저기 싸질러져 있어서 정말 바닥이 더럽다. 더군다나 소똥은 정말 죽 같은 상태라 더 심한데, 경기를 하고 있는 곳에도 많은 곳에 소똥이 있었다. 그런데, 역시 한일전은 그런 것은 아무 것도 아니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물론, 소똥 근처에서는 좀 더 조심하기는 했지만, 결국 미끌어지고 경기를 하면서 소똥이 손발에 다 묻어버리게 됐다. "아~ 시발~ 미끌어졌어~ 소똥 묻었다 시발"

이렇게 한일전은 그 자체로 긴장감을 갖게 하고, 열정과 적극적이 되게 만드는데 급하게 인도에서 우리 국가 대표 선수들이 더 열 받아서 더욱 열심이 뛰게 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일본 애들이 인도 애들에게 일본이 한국을 계속 이기고 우세하다고 말했다는 것!

"야~ 저 새끼들이 우리가 지들한테 계속 졌다는데?"
"아니, 어디서 구라를 까!"

이 말을 듣는데, 나까지도 "아니~ 이 새끼들이!" 하면서 욕이 튀어 나온다. 마음은 열이 받아 스포츠에 그리 재능이 없음에도 경기에 뛰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철심을 박고 있다는게 이성적으로 참을 수 밖에 없다는게 안타까웠다. 어찌됐든 그리하여, 우리 선수들은 더 열심히 뛰었다. 소똥에 철퍼덕 미끌어지는 것도 고사하고 정말 열정적으로 경기를 하고 있다는 걸 지켜보는 다는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공이 펜스 뒤로 넘어가 갠지스강에 빠지면 다시 건져오고 하면서 한 한일전의 결과는? .... 0대0 무승부. 아쉽다. 아쉬워. 코를 납작하게 눌러놨어야 했는데. 그렇게 열심히 해 경기 내용과 볼 점유율이 높았음에도 0대 0 무승부가 나온 이유는 골대 폭이 우리들 방문의 폭 정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 사람이 그냥 서 있으면 다 막는데, 어떻게 골을 넣나.

그 날 이후에, 바라나시에서 그 일본 친구들을 몇번 보며 지나쳤다. 지나치면서 인사를 나누는데, 묘한 기운이 돌더라. 아무래도 의식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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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뛰어 준, 인도에서 세 명의 한국 국가 대표 선수들

이 친구들과의 동행 기간은 내 건강으로 짧았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다.(차차 이야기를 포스팅 하려고 한다.) 아마도 그렇게도 아팠던 바라나시가 나쁘지만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가 이 친구들과 함께여서 일 것이다. 지금은 군대에서 국방의 의무를 위해 열심히 군인 생활을 하고 있다라면 '구라' 일테고 말 그대로 군대에서 '좆뺑이' 치고 있을 이 친구들에게 박수라도 한번 보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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