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 점프를 하다 - 아름다운, 허나 소재는 동성애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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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꺼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마지막 장면이 이렇게 좋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미칠것만 같은 마음이 아픈 영화가 또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 파이란. 파이란이 있구나. 아프다. 아파. 열번도 넘게 돌려봤다.

이병헌의 연기와 나레이션은 미친듯이 좋았다. 그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소문이 있지만, 그런 도덕성은 떼어두고 배우로서 언제까지나 연기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 이은주, 이미 세상에 없는 그녀이지만 살아생전의 예쁜 모습. 아쉽다. 아쉬워. 좋아하던, 그리고 또 다시 반했는데. 이젠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수천만, 아니 수억, 또 아니 계산을 할 수 없는 정도의 확률로 만나게 된 것이다. 이걸 인연이라고 부른다. 영화의 모토는 인연이다. 불교와 힌두교 등에서 볼 수 있는 윤회사상. 생을 돌고 도는 것. 전생과 현생과 내생. 인우(이병헌)와 태희(이은주)는 그렇게 만났다. 전생,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인우와 태희는 전생에서도 아마 계산 할 수 없는 확률로 만났고 다시 또 만난 것이다. 그리고 또, 만나겠지. 그게 어떤 모습이던지간에.

아름답다. 허나 소재는 동성애가 아니었을까

아무 생각없이 좋은 멜로 영화라고만 생각할 수 도 있었다. 허나, 이질적인 생각일지 모르나. 이 영화의 근본적인 소재는 동성애이고, 일반적인 사람들부터 거부감을 들게하는 그 동성애를 보통과는 다른 초현실적이고 인연이라는 소재로 표현하고 풀어내어 접근한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남성과 이성, 성을 넘어선 단지 '사랑' 그 자체로서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나타난 태희의 모습이 남자인 현빈이임에도 인우가 태희 인것을 느끼고, 현빈 또한 자신이 태희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다시 나타난 태희의 모습이 남자인, 동성임에도 인우는 현빈(태희)를 사랑한다.

인연, 사랑, 이성간의 사랑과 동성간의 사랑. 우리가 보통 사랑을 하게 되는 이성이 사실은 전생엔 동성이었을지도 모른다. 내생에 동성으로 만나게 될지도 모르고. 그러니, 이성이니 동성이니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동성애자들, 그들의 사랑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인우와 현빈(태희)처럼 전생을 거쳐 다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이들을 뭐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태희의 환생이 여자가 아닌 왜 남자였을까. 인우와 다시 만날 수 있기엔 여자가 더 쉬웠을텐데. 좀 더 극단적으로 초현실적인 표현으로 풀어내려고 했다고도 볼 수 있으나, 또한 동성애에 대해 말하려고 했고 아름답게 포장하고 표현하기 위했던 것이 아닐까. 결국, 의도는 동성애가 더럽고 비판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할 수 있고 일반적일 수 있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그 아름다운 장면, 인우와 현빈(태희)가 뛰어내리며 자살을 하는 것은 영화에서 동성애를 옹호하지만서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동성애자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즉, 겉으로 보여지기엔 남자 둘, 가까히 두고 싶지 않는 관계이기에 보통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기 힘들기에 내생을 기약하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의 소재가 동성애였다면 이런 설정은 참 신선하다. 동성애를 비교적 거부감 없이 표현하고자 일반적인 남자와 여자와의 사랑을 먼저 깔아놓고, 윤회라는 소재를 더해 시스템을 마련한 것. 내가 사랑한 사람이, 어떻게든 다시 만나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동성으로 나타난다면, 사실 피할 것이긴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인우와 같이 나 또한 그럴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를 되새김하고 리뷰를 쓰기 전에 다른 사람의 리뷰를 읽지 않는다. 내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잠식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렇게되면 철저히 나만의 영화가 되지 않게 된다.  다 쓰고 나서 리뷰들을 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긴 있더라.


파이란 이후에 멜로물 치고 너무 좋은 영화였다. 멜로를 잘 보지 않는데, 안봤더라면 후회했을 것이다. 다만, 언제부턴가 영화를 가슴으로만 보지않고 머리로도 보려는 습관 때문에, 가슴으로만 봤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이성적으로도 이 영화를 본게 너무나 싫다. 그만큼 좋은 영화. 이병헌과 이은주가 더 좋아진 영화. 그런 영화다. 번지점프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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